21일 방송되는 KBS '동행' 제486화에서는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편이 그려진다.
# 나현아, 사랑해
가족들을 울고, 웃게 하는 열 살 나현이. 오른쪽 볼에 신경섬유종이 있는 나현이는 태어나서부터 벌써 네 차례의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처음 수술을 받던 날, 예뻐져서 오겠다며 웃는 얼굴로 수술실에 들어가던 나현이. 그 환한 모습에 가족들은 수술실 앞에서 한참을 울었었다. 지금도 자기 얼굴은 왜 친구들과 다른지, 아픈 수술은 왜 자꾸 받아야 하는지 원망의 말 한번 없이 늘 씩씩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나현이. 이토록 예쁜 딸의 얼굴에 남은 수술 흉터와 종양으로 부푼 얼굴을 볼 때면 가족들은 항상 가슴이 미어진다. 문제는 아직도 나현이의 치료가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른다는 것.
약을 먹으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지만, 여전히 얼굴에 남은 종양으로 인해 추후 성형 시술과 백내장, 심장 검사, 치아 시술 등 지속적인 치료와 수술이 필요하다. 이전에 받은 회 당 몇백만 원의 수술비와 한 통에 백만 원 가까이하던 약값을 대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빌린 부채들도 아직 다 해결하지 못한 상황. 철강 회사의 하청업체에서 3교대로 일하는 아빠는 쉬는 날엔 장이 서는 곳에서 감을 팔아 생활비와 치료비 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다. 앞으로 나현이가 마주하게 될 주변의 시선과 남아있는 치료들이 여전히 걱정이지만,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한 나현이를 보며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나아가는 나현이네 가족들. 지금껏 그래왔듯 나현이의 밝은 웃음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 미안해, 유진아
찬바람이 매서운 12월, 유독 시린 겨울을 보내고 있는 가족이 있다. 부푼 꿈을 안고 귀농을 택한 유진이네 가족들. 비닐하우스 안에 보금자리를 짓고 딸기를 키우며 단란한 생활을 이어왔다. 그런 가족들에게 예기치 못한 시련이 찾아온 건, 2년 전 겨울날이었다. 농사를 짓는 틈틈이 화물차 운전 아르바이트하며 살림에 보태던 아빠. 하지만 갑작스러운 차량 고장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아빠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한 사고 후유증을 겪게 됐는데. 아빠의 병원 생활이 반복되면서 당장 병원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장 일에 나선 엄마.
하지만 상황은 여의찮았고, 점점 어려워지는 형편에 농사 대출금이 밀리면서 최근엔 딸기 농사를 짓던 하우스마저 경매에 넘어가고 말았다. 일구었던 모든 걸 놓고 나가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집이다. 가족들의 집이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조립식 주택이다 보니, 당장 집마저 비워줘야 하는 것. 공장 일에 틈틈이 아르바이트까지 나서며 발 벗고 뛰어보지만, 당장 이사 갈 보증금 마련도 빠듯하기만 하다.
엄마가 바쁘게 뛰어다니는 동안 어린 동생들을 챙기고, 집안을 살피는 장녀 유진이. 아빠의 사고와 경매까지. 열네 살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지만, 홀로 애쓰는 엄마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유진이다. 그런 유진이가 있기에 다시 힘을 내보는 엄마. 하지만 퇴거 날짜가 점점 다가오는 요즘. 중학생부터 초등학생, 어린이집에 다니는 막내까지 데리고 이 추운 겨울에 어디로 나가야 할지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