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영원 농민회 살인사건, 족적으로 용의자 구속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4-06-30 11:12:08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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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농민회 살인 사건 / 그알 방송 캡쳐 
영월 농민회 살인 사건 / 그알 방송 캡쳐

영월 농민회 살인 사건, 20년 만에 진실 밝혀질까?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20년 전 일어난 한 살인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2004년 8월 9일, 강원도 영월의 농민회 사무실에서 한 남성이 사망했다.

최초 발견자는 40대 남성 전영훈 씨가 컴퓨터가 있는 방에 쓰러진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오후 6시경 이곳에 방문했을 때 사무실 문은 닫혀있었고 셔터까지 내려져 있었다고.

범행 추정 시각은 당일 오후 2시에서 4시경. 피해자는 목과 복부에 10회 이상 흉기에 찔린 상흔이 남아있었고 두개골까지 함몰되어 사망했다.

끔찍한 밀실 살인 사건에 경찰은 피해자에게 원한을 가진 면식범의 소행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친구의 권유로 농민회의 간사로 일을 했다는 피해자 전영훈 씨가 영월에 정착한 지는 10개월 남짓이었고 농민회 사람들 외에 특별한 교류도 없어 그의 지인은 그에게 그 정도의 원한을 가질 인물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때 수상한 사람을 봤다는 목격자가 등장했다. 초등학생이었던 목격자는 곽 씨 부부를 건물 앞에서 보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곽 씨 부부는 농민회 사무실에서 세금계산서 봉투를 가지고 나왔을 뿐 피해자는 보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사망한 영훈 씨의 동생은 농민회 일을 하던 형이 농민회 부정부패를 언급했던 것을 떠올리며 당시 농민회 간부였던 곽 씨 부부와 피해자가 갈등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피해자는 농민회 공금 운영에 문제 제기를 했고, 농민회에서는 그에게 권고사직을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경찰은 현장에서 족적을 발견했다. 남자 여름 샌들인 이 족적은 조사 결과 최 씨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최 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피해자를 알지도 못하고 당일 농민회 사무실에 간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본인은 일행들과 여행 중이었다며 사진까지 제시해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했다.

하지만 경찰은 곽 씨와 최 씨 두 사람 모두를 의심하며 수사를 이어갔다.

그리고 경찰은 최 씨와 피해자 사이의 관계에 주목했다. 사건 발생 두 달 전 피해자는 한 여성과 좋은 감정을 키워갔다. 그런데 그 여성인 강 씨가 최 씨와도 관계가 있었던 것. 경찰은 이들이 삼각관계였다고 추측했다.

이에 제작진은 최 씨를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 시간 곤욕을 치렀다는 최 씨는 이혼남으로 외사촌 여동생의 친구인 강 씨와 당시 사귀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본인은 피해자를 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현장 전문가들은 현장 상황을 미루어보아 범인은 자세한 내부 구조는 몰라도 농민회 사무실을 한 번쯤 와 본 사람, 피해자 혼자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알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또한 현장에 남아있던 족적이 사건과 관계없는 족적일 리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 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국과수의 족적 분석 결과를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에 전문가는 현장에 남았던 족적과 최 씨의 샌들을 비교 분석했다. 그리고 그는 두 족적이 매우 유사성이 높다며 "제가 만약 감정서를 쓴다면 용의자의 신발과 족적은 일치한다고 쓸 거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경찰은 최 씨가 본인의 주장과 달리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관계였으며 강 씨를 따라 농민회를 방문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최 씨는 본인의 결백을 줄곧 주장했다. 또한 지난 2015년 미제 사건 수사팀이 족적 사진과 족적과 일치하는 신발 사진을 보여주자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발뺌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최 씨의 알리바이 진위 여부 파악을 위해 당시 최 씨와 함께 있었다는 강 씨와, 최 씨의 사촌 동생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강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라며 대화를 끝내 거부했다. 또한 최 씨의 사촌 여동생 박 씨를 만나고자 했지만 행방을 알기 어려워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리고 제작진은 취재 과정에서 최 씨가 당시 증거로 제출했던 사진의 경우 카메라의 임의조작으로 날짜와 시간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제작진은 최 씨에게 사진을 찍은 시간대가 언제인지, 또한 그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는데 가장 큰 증거로 작용했던 마트에서 고무줄을 구매한 시간대에 대해 재차 질문했지만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리고 사건 당일 계곡에서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최 씨는 농민회 현장에 가본 적 없다고 계속 부정하며 피해자와도 일면식이 없다는 주장을 이거 갔다.

진술 분석가는 "언제 갔는지 몇 시에 갔는지 기억 못 한다는 건 상당히 의심스럽다. 조사를 계속 받았다면 날짜나 이런 것들을 여러 차례 질문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억이 안 난다라고 하는 건 기억의 원리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2020년 11월 미제 수사 전담팀은 재조사를 통해 최 씨를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2020년 6월, 국과수에서 현장 족적이 최 씨의 것과 99.9% 일치한다는 감정결과를 얻었기 때문이었던 것.

하지만 4년이 지나도록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 이에 전문가는 "기소를 했는데 증거가 미비해서 무죄를 받으면 추후에 뭔가 발견돼도 다시 법정에 세울 수 없다. 그래서 신중히 검토하는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취재를 이어가던 중 지난 6월 25일, 사건 발생 20년 만에 검찰이 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그는 결국 구속됐다.

검찰은 "족적을 중심으로 여러 정황 증거들을 정리해서 법정에서 소명할 예정이다. 최선을 다 해 검찰의 의견을 잘 전달할 예정이다"라며 앞으로의 수사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용의자 최 씨가 구속되었음에도 해당 사건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이 명명백백 밝혀지고 범인에게는 마땅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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