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찾아온 불운에 씩씩히 맞선 NC 원조 토종 에이스, 값진 첫 승과 마주하다

[ MK스포츠 야구 ] / 기사승인 : 2024-04-25 11:35:01 기사원문
  • -
  • +
  • 인쇄
NC 다이노스 원조 토종 에이스 이재학이 마침내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챙겼다. 연달아 찾아온 불운을 딛고 이뤄낸 결과라 더 값진 성과다.

이재학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원정경기에 NC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2010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성한 뒤 2012년부터 NC에서 활약 중인 이재학은 공룡군단의 상징과도 같은 베테랑 잠수함 투수다. 지난해까지 285경기(1321이닝)에 나서 82승 76패 1세이브 1홀드 1108탈삼진 평균자책점 4.52를 마크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계속된 불운에 시달렸다. 비시즌 기간 이준호, 이용준, 신영우 등과 경쟁을 벌인 끝에 선발 한 자리를 꿰찼으나, 첫 등판이었던 3월 27일 창원 키움 히어로즈전(4.1이닝 4피안타 1피홈런 5사사구 5탈삼진 2실점)에서 승리 투수까지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기고 강판됐다. 다만 이때는 5사사구를 내줄 정도로 이재학 본인의 제구가 흔들린 탓이 컸다.

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웃지 못한 이재학이다. 87개의 공을 던졌으나, 5이닝 7피안타 1피홈런 2사사구 3탈삼진 4실점으로 첫 패전을 떠안았다. 표면상으로만 보면 부진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해당 경기에서 이재학의 자책점은 단 1점이었다. 두 차례 실책이 나왔는데, 모두 실점으로 연결됐다.

이후 이재학은 9일 창원 KT위즈전에서도 첫 승 사냥에 실패했다. 4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갔으나, 승부처였던 5회초 흔들리며 5이닝 4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4실점에 그쳤다. 물론 이때에도 아쉬운 수비가 있었다. 5회초 무사 만루에서 김상수를 투수 땅볼로 유도한 이재학은 곧바로 홈으로 공을 뿌려 아웃카운트 1개를 올렸다. 이어 포수 박세혁이 즉각 1루로 송구했는데, 이를 맷 데이비슨이 잡지 못한 것. 공이 빠진 사이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고, 주춤한 이재학은 추가로 1실점하며 결국 패전투수가 됐다.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과도 마주했다. 당시 NC가 1-0으로 근소히 앞선 3회말 2사 1루 볼카운트 0B-1S에서 이재학은 타석에 있던 이재현을 상대로 136km 패스트볼을 뿌렸다. 이는 올 시즌부터 도입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으로부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지만, 심판진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뒤늦게 ABS 판정 결과를 볼 수 있는 태블릿으로 스트라이크임을 확인한 강인권 NC 감독이 항의에 나섰지만, 심판진은 ‘어필 시효’가 지났다며 원심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여파는 컸다. 심판들이 모두 모여 이에 대해 논의하는 사이 이재학의 어깨는 차갑게 식어갔다. 결국 흔들린 그는 해당 경기에서 3.1이닝 6피안타 2피홈런 2사사구 4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졌고, 3번째 패전을 성적표에 추가하게 됐다. 해당 심판들이 모두 KBO 인사위원회를 통해 중징계를 받았고, 이제는 인이어를 통해 ABS 판정을 더그아웃에서 즉각 확인할 수 있게 됐지만, 이재학으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이재학은 의연했다. 최근 만났던 그는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미 다 지난 일이다.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그 순간은 또 경기의 일부라 생각했다. 별 생각 없이 하려 했다”며 “제가 잘 마무리했으면 좋았겠지만, 결과는 일어나야 알 수 있는 것이다. (2구를 심판진이 스트라이크로 선언했으면)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이 있었겠지만, 그 뒤에 결과는 어쩔 수 없는, 지나간 거라 생각한다. 잊고 다시 준비하려 한다”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연이은 불운에 대해서도 이재학은 ”제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더 좋은 일이 있으려 하나보다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지나간 것은 다 잊으려 생각하고 있다. 제가 하던 것을 단단하게 준비하려 마음먹고 있다. 좋게 가다가 조금씩 아쉬운 것이 나오면서 결과가 항상 아쉬웠는데 그 부분들을 좀 더 보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마음가지도 그렇고 기술적인 부분도 그렇고 모든 부분을 탄탄하게, 단단하게 만들려고 생각을 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탑의 믿음도 굳건했다. 강인권 감독은 ”베테랑 선수니 빨리 잊고 내일(24일) 경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확고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리고 사령탑의 기대대로 흔들리지 않은 이재학은 이날 초반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1회말 정수빈을 중견수 플라이로 잠재웠고, 허경민에겐 유격수 땅볼을 이끌어냈다. 강승호마저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묶으며 삼자범퇴로 기분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2회말에도 김재환과 양석환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낸 뒤 헨리 라모스를 우익수 파울 플라이로 막아냈다.

첫 실점은 3회말에 나왔다. 선두타자 박준영을 삼진 처리한 뒤 김기연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의 좌월 솔로 아치를 헌납한 것. 이후 이재학은 조수행과 정수빈에게도 각각 3루 방면 번트 안타, 볼넷을 허용, 흔들리는 듯 했으나, 허경민(2루수 인필드 플라이)과 강승호(삼진)를 차례로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4회말은 다시 깔끔했다. 김재환(2루수 땅볼)과 양석환(유격수 플라이), 라모스(1루수 땅볼)를 상대로 차분히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5회말에는 박준영을 3루수 땅볼로 유도한 뒤 김기연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조수행과 정수빈을 각각 2루수 직선타, 1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침묵을 지키던 NC 타선은 6회초 첫 득점을 뽑아냈다. 박민우의 볼넷과 최정원의 희생번트, 박민우의 3루 도루로 연결된 2사 3루에서 데이비슨이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이재학도 6회말 허경민(2루수 땅볼), 강승호(좌익수 플라이), 김재환(투수 땅볼)을 모두 범타로 이끌며 화답했다.







NC는 7회초 박세혁의 볼넷과 천재환의 좌전 안타에 이은 박민우의 1타점 좌전 적시타로 이재학에게 1점을 더 지원했다.

기분좋게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이재학은 양석환과 라모스를 나란히 3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이어 박준영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7이닝 3피안타 1피홈런 1사사구 5탈삼진 1실점. 총 92개의 볼을 던진 가운데 패스트볼(36구)을 가장 많이 활용했으며, 체인지업(32구)과 커터(21구)도 고루 구사했다. 커브도 3구 뿌렸으며,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4km까지 측정했다.

NC가 이후 8회말 서호철의 1타점 좌전 적시타로 3-1 스코어를 완성했고, 김영규(홀, 1이닝 무실점)-이용찬(세, 1이닝 무실점) 등 계투진들이 실점을 막음에 따라 이재학은 마침내 시즌 마수걸이 승리와 마주하게 됐다. 그야말로 지독했던 불운에도 흔들리지 않는, 베테랑의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준 이재학이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