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북전’ 이상윤 위원의 현장 분석 “치명적 실수·조커 역량 차가 승부 갈라... 나상호가 여러 번 생각났던 경기” [이근승의 믹스트존]

[ MK스포츠 축구 ] / 기사승인 : 2024-04-21 08:55:0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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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서울이 전북 현대에 또 졌다.

2017년 7월 2일 홈에서 치른 전북전 이후 리그에서만 21차례 맞대결 무승이다. 2022시즌 FA컵(코리아컵의 전신) 결승전 2경기를 포함하면 23전 6무 17패.

서울은 전북에 왜 이렇게 약한 걸까. 4월 20일 서울과 전북의 올 시즌 첫 맞대결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현장 중계한 이상윤 해설위원에게 물었다.





Q.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시즌 K리그1 8라운드 서울과 전북의 맞대결을 현장에서 중계하셨다. 어떻게 봤나.

김기동 감독의 서울은 완전체가 아니다. 김주성, 제시 린가드 등이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강성진, 이태석, 백종범, 백상훈 등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 출전 중이다. 김 감독의 색채가 녹아들려면 시간도 더 필요하다. 서울 입장에선 최철원 골키퍼의 치명적인 실수도 뼈아팠다. 전북이 서울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따낸 승리다.

Q. 이날 첫 득점 장면을 돌아보면 최철원 골키퍼의 실수인 건가, 송민규의 압박과 태클 타이밍이 훌륭했던 건가.

골키퍼 실책이지. 최철원은 좋은 선방 능력을 갖춘 수문장이다. 잘할 땐 실점이다 싶은 걸 다 막아낸다. 그런데 지난해 울산 HD FC전에 이어 또다시 비슷한 실수를 했다. 발밑이 약점인 거다. 전북과 송민규가 잘 분석했고, 약점을 공략한 결과 이른 시간 선제골로 이어졌다. 김기동 감독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본다.

Q. 어떤 선택지가 있나.

세계 모든 골키퍼가 맨체스터 시티 수문장 에데르송 같을 순 없다. 최철원은 선방 능력이 특출난 이다. 발기술은 선방 능력과 비교하면 좋은 편이 아니다. 더 냉정하게 얘기하면 빌드업에 관여할 수 있는 골키퍼가 아니다. 여기서 선택해야 한다. 최철원의 빌드업 능력을 반복 훈련으로 키워나가는 것. 다른 하나는 최철원의 강점인 안정적인 방어 능력을 극대화하고 빌드업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모든 골키퍼가 빌드업에 가담해야 하는 건 아니다. 축구에 정답은 없다.

Q. 서울은 일류첸코, 팔로세비치의 연속골로 경기를 뒤집었었다. 이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전북의 올 시즌 상황이 좋았던 건 아니다. 전북은 13일 광주 FC전 이전까지 올 시즌 1승도 거두지 못한 팀이었다. 최하위(12위)도 경험했다. 그런데 서울전에 임하는 전북 선수들의 몸동작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묻어 있더라. 축구는 흐름이 정말 중요하다. 이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보였다. 이영재, 전병관의 골이 명확한 예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나.

서울전 골이 이영재의 올 시즌 첫 공격 포인트다. 이영재는 13일 광주전부터 조금씩 살아나는 게 보였다. 서울전에선 자신감까지 더해 나왔더라. 이영재가 서울전에서 시도한 슈팅 2개 모두 유효 슈팅이었다. 유효 슈팅도 올 시즌 자신이 출전한 7경기 중 가장 많았다. 전병관의 오버헤드킥. 이건 자신감이 없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골이었다.



Q. 서울이 전병관에게 역전골을 허용한 뒤 전북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무엇이 부족했다고 보나.

냉정하게 얘기하겠다. 전북은 K리그에서 가장 좋은 선수단을 보유한 팀이다. 안현범, 문선민, 한교원, 이재익이 서울전에 교체로 들어갔다. 주전으로 나서도 이상할 게 없는 선수들이다. 반대로 보자. 서울은 손승범, 김진야, 황도윤, 박동진이 교체로 들어갔다. 그들이 대체해야 할 선수는 윌리안, 류재문, 팔로세비치, 일류첸코였다. 교체 자원들은 선발로 나섰던 이들의 활약 이상을 해줘야 한다. 현재 서울에선 팔로세비치, 일류첸코가 풀타임을 소화해 줘야 하지 않나 싶다.

Q. 이유가 있나.

팔로세비치, 일류첸코를 대체할 자원이 없다. 특히나 일류첸코만큼 결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안 보인다. 주전 스트라이커가 매 경기 골을 넣을 순 없다. 그럴 땐 다른 선수가 터져줘야 한다. 전북전을 보면서 지난해까지 서울 에이스로 활약한 나상호 생각이 많이 났다. 서울은 기회는 잘 만드나 골로 연결되는 횟수가 매우 부족하다.







Q. 서울은 K리그를 넘어 한국 프로스포츠 최고의 인기 구단이다. 그런 팀이 한 팀에 23경기 연속 이기지 못했다. 선수 시절을 돌아보면 한 팀에 이 정도로 약할 수가 있나.

왜 없나(웃음). 선수들의 실력은 한 끗 차이다. 경기 당일 컨디션이 좋으면 프로 선수 간의 실력 차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큰 차이가 아니다. 두 팀의 가장 큰 차이는 자신감이다. 서울은 전북과의 이전 경기 결과를 신경 안 쓰려고 했겠지만 쉽지 않았을 거다. 첫 실점을 내줬을 때, 역전을 허용했을 땐 그 징크스가 더 강하게 다가왔을 거다. 서울은 시간이 갈수록 위축되는 게 보였다.

Q. 서울이 홈 2연패다. 자신감 회복 외 분위기 반전의 필수 요인이 있다면.

조영욱, 윌리안이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해결사 역할도 해줘야 한다. 일류첸코 홀로 득점을 책임질 순 없다. 일류첸코가 막혔을 땐 일류첸코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이 선수들이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팀 분위기가 살아난다. 팀 분위기가 살아나면 전병관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이의 활약이 더해진다. 이날 나상호의 이름이 떠오른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상암(서울)=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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