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주택에 사용되는 폐기물 시멘트의 성분과 사용량을 국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 분양자가 자신이 구매할 주택에 사용된 시멘트의 폐기물 사용량과 성분, 제조사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의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2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폐기물 사옹 시멘트 정보공개 '주택법개정안 쟁점 토론회"에서는, 주택건설업자가 폐기물 사용 시멘트를 활용해 주택을 지을 경우 성분과 사용 비율, 제조사 및 생산 공장 정보를 사용검사권자에게 제출하고, 이를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에 대한 쟁점이 논의됐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황운하 의원(조국 혁신당)이 발의한 개정안은 아파트 건설에 활용된 폐기물 시멘트 관련 자료를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분양자의 알 권리와 안전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분양자는 자신이 거주할 주택의 건축 자재 정보를 확인해 보다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시멘트 폐기물 사용량 공개를 통해 환경적 투명성도 확보된다. 하지만 국토부는 경제성 논리에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민사회는 국토교통부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폐기물 사용 시멘트의 정보공개 의무가 국민 안전과 환경 보호, 소비자 권리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황운하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폐기물 사용 시멘트는 생산 과정과 주택 건설 두 측면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민들은 발암물질 배출을 우려하고 있으며,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할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이어 “폐기물 원료 시멘트로 지은 주택에서는 카드뮴, 비소, 망간, 수은, 납, 크롬 등 중금속과 1급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검출된 사례도 있다”며, 국민 편익을 최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남화 시멘트환경문제해결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폐기물 사용 시멘트로 지어진 주택이 늘어나면서 국민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쓰레기 시멘트 문제를 단순한 지역 환경 문제가 아닌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된 핵심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토교통부가 공사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법안 통과를 통해 국민 알권리 확보, 환경권 보호, 주거 환경 개선, 건설업계 책임성 강화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환경자원순환업생존대책위원회 장기석 사무처장은 폐기물 사용 시멘트가 국민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위험성을 구체 사례와 수치로 설명했다.
장기석 사무처장은“시멘트 공장에서 사용하는 폐기물 관리 기준은 일반 자원순환 업계보다 훨씬 느슨하다”며, “주민들은 이러한 위험을 알 수 없고, 그 피해는 그대로 지역사회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장 사무처장은 충북 한 시멘트 공장 인근 사례를 들어, 주민이 집 주변 비산먼지를 걸레로 닦았더니 단순 먼지가 아닌 폐유 성분이 섞여 있어 숨쉬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례는 시멘트 공장에서 혼합되는 폐기물의 유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또, 폐기물 사용량 공개와 관련해 국토부와 업계가 주장하는 어려움에 반박했다. “아파트 단지별로 대부분 소수 레미콘 업체와 단일 계약을 맺기 때문에 정보 공개가 어렵지 않다. 비용도 아파트 한 채당 200~250만 원 수준으로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국민이 알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번째 발제에 나선 녹색소비자연대 서아론 정책국장은 폐기물 시멘트의 안전성을 둘러싼 국내 기준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EU 기준(2mg/kg)과 미국 기준(5mg/kg)에 비해 국내 6가 크롬 자율관리 기준(20mg/kg)은 각각 10배, 4배 이상 완화돼 있다. 주요 중금속 카드뮴, 수은, 칼륨 등은 기준조차 없다”고 말했다.
또한, 서 정책국장은 “소비자가 자신이 구매할 아파트 시멘트의 성분과 사용량을 알 수 있어야 안전한 선택이 가능하다”며, 정보 공개가 소비자의 선택권과 안전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주택법과 소비자 권리 체계에서는 안전할 권리, 정보 제공받을 권리, 선택할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 정책국장은 특히 “시멘트 공장은 폐기물을 흡수하는 친환경적 시설이라는 명목으로 환경친화적인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며, 법적 근거를 통해 아파트 건설 시 폐기물 사용 시멘트 정보 공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이 좌장으로 진행한 지정토론에서는 김영아 국토교통부 과장, 박인숙 국회 입법조사관, 이대열 한국주택협회 정책본부장, 홍순명 한국환경기술사회 회장 등 주택·환경·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법안의 사회적·경제적 영향과 건설업계 파급효과를 논의했다.
이대열 본부장은 폐기물 사용 시멘트의 정보공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법적 용어가 있음에도 ‘쓰레기 시멘트’라는 표현은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며, “이미 폐기물관리법을 통해 제조사 정보가 공개되고 있는 만큼, 건설사가 동일 정보를 제출하는 것은 중복과 비효율”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개된 정보가 소비자 간 분쟁, 계약 문제 등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폐기물 사용 시멘트 활용은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정책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주원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소비자가 집을 구입할 때 건설자재 정보를 알 수 없는 현실에서, 주택법 개정안은 국민 알권리와 안전권 보장을 위해 중요한 조치”라며, “소비자는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 혼합비율 25.6%, 최저 16%까지 폐기물이 혼합된 시멘트 사용 사례도 공유됐다.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은 “정보공개 의무 부여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건축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김영아 주택건설공급과장은 지난 화요일 대통령실 면담을 언급하며, 환경 문제가 제기된 마을 주민들의 상황과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의 건강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과장은 “주택에 사용되는 쓰레기 시멘트 문제는 국민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본인도 추가 비용을 내더라도 쓰레기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은 아파트에 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규제의 정당성은 인정하지만, 규제를 도입할 때 비용과 편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 개정안은 특정 집단에 추가 비용 부담을 주는 구조로, 근본적 문제 해결보다는 간편한 방법을 택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과장은 시멘트 품질 관리 기준 강화와 환경 규제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국토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 문제이므로, 총괄 부서에서 모든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주택 구매 과정에서 정보 제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분양 시스템에서 입주자는 분양 시점에 아파트에 사용될 시멘트 정보조차 제공받지 못한다”며, “폐기물 시멘트 사용량을 분양 공고 단계에서 공개하고, 건설 과정에서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주택 성능 등급 제도와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토론회는 주택법 개정안이 분양 과정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건강·생명·안전 권리를 보호하는 중요한 법안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폐기물 시멘트 문제는 단순한 지역 환경 문제가 아닌, 국민 안전과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시급한 정책 과제로 재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