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더 좋은 선택, 덜 나쁜 선택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4-04-02 14:30:58 기사원문
  • -
  • +
  • 인쇄



4월은 선거가 있는 달이다. 사람들은 봄맞이보다 선거에 관심이 더 많다. 어디 가나 선거 얘기다. 모두 전문가다운 자료와 식견을 바탕으로 결과를 예측한다. 때로는 정치 성향에 따라 곧잘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과거의 선거가 막걸리, 고무신 등의 금품으로 표를 유혹했다면, 현재는 훨씬 고도화, 지능화되었다. 표를 얻기 위해 감성과 지성에 호소하는 것은 물론 각종 첨단 기기를 활용하여 표를 긁어모으고 있다. 지난날에는 그래도 궁핍한 유권자들에게 먹을거리와 금품을 주어 표를 얻는 것이 인간적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내 표가 본의 아니게 강한 시류의 영향을 받는다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맑은 이성으로 한 표의 권리를 올곧게 행사하는 시민의식의 무엇보다 요구되는 현실이다.


특히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더 나쁜 선택이 될 수 있다. 플라톤(Platon)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代價)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참으로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정치는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영향력 또한 크다.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나의 삶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동화가 있다. 어느 마을에 지도자를 뽑게 되었다. 너도, 나도 지도자를 하겠다고 나섰다. 저마다 그럴듯한 공약을 내세워 어느 사람을 뽑는다 해도 좋을 것 같았다. 마을 사람들이 의논한 결과 양심이 무거운 사람을 뽑기로 했다. 마을의 원로들은 고심 끝에 양심을 다는 저울을 만들었다. 드디어 후보자들의 양심을 재는 날이 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수십 명의 후보자들이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은 저울에 나타날 양심의 무게를 그들이 너무나 잘 알기에 겁이 난 것이다.


일찍이 플라톤은 ‘권력과 명예와 부를 한 사람이 독점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부패하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정의 사회란 사회 구성원 하나, 하나가 권력과 부와 명예의 세 그룹 중 어느 그룹에 들어갈지 참으로 망설이는 사회라고 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권력을 가지면 그 권력을 이용하여 명예나 부를 가지려 하고, 명예를 가지면 부와 권력을 가지려 한다. 부를 가진 자는 그 부를 이용하여 권력과 명예를 가지려 한다. 우리는 왜 위대한 지도자를 갖지 못하는가. 지도자의 능력도 문제가 있지만,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을 만들지 못한 우리의 책임도 있다. 위대한 국민은 위대한 지도자를 낳는다는 말을 가슴에 새겨야겠다. 이제 며칠 있으면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날이다. 선거 때만 되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국민은 분노에 투표하는 것이지, 올바른 평가로 투표하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은 어떤 것에 찬성해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반대하여 투표한다.’라고 한 H. N 먼로우의 말이다. 다시는 이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겠다. 바라건대 우리가 뽑는 지도자는 이익에 눈 밝은 정치꾼이 아닌 다음 세대의 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4월 10일의 국회의원 선거는 축제와 같이 치러야 한다. 후보들의 면면을 살피고 인성과 전문성, 그리고 투철한 국가관과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을 뽑아야 한다. 덜 나쁜 선택이 아닌, 더 좋은 선택이 되어야 한다. 앞서 인용한 동화적 환상으로 양심을 재는 저울이 하나쯤 있다면 유권자들이 지도자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않을까. 투표장에 길게 늘어선 유권자들의 밝은 얼굴을 기대해 본다.


하청호(대구문학관 관장)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