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적 장미에 입을 가린 큐피트?’…이규경 개인전, 6월23일까지 히든스페이스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3-05-24 09:55:25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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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경, Resonance-A Rose, Come into bloom-Love3
작품 속 극사실적인 장미 한 송이가 그려져 있다. 장미 잎 속 3명의 사람이 눈에 스친다.

봄을 가져오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 꽃의 신 플로라와 그들의 자식 카르포스.

‘부드러운 바람인 서풍이 불어와 꽃이 결실을 맺는다’라는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뜻을 내포한다.

또다른 작품 속 장미에는 큐피트가 있다. 큐피트는 보통 화살을 들고 있는 장난스러운 아이의 모습을 연상시키지만, 작품에서는 다소 진지하게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신화 속 큐피트는 그의 어머니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의 사랑 이야기가 알려질 것이 두려워 침묵의 신 헤포그라데스와 거래를 했고, 비밀을 지켜주겠다는 의미로 서로 장미꽃을 건넸다.

이규경 작가는 “장미는 ‘사랑’을 상징하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침묵’의 표상이기도 하다”며 “나의 신작들은 장미를 통해 사랑과 침묵, 중의적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극사실적인 사물에 신화적 이야기를 담는 이규경 작가의 초대전이 다음달 23일까지 히든스페이스 갤러리(대구 수성구 동대구로74길71, 지하 1층)에서 열리고 있다.

대구 출신의 중견작가 이규경은 지난해 처음 신설된 ‘아트페어대구’에서 특설전시장을 통해 대중들에게 소개된 뒤 오랜만에 대구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게 됐다.

이규경 작가는 “나의 작품들에는 신화를 비롯한 내가 심어둔 장치가 무수하다”며 “남겨놓은 흔적을 관객들이 보고, 스토리를 해석해나가며 작품을 관람하는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규경, Resonance-Innocence
프레임에 사실적인 묘사로 정물화를 그리는 이규경 작가는 정물에 그치지 않고, 작품에 이해가 필요한 장치를 걸어둔다. 신화와 거울 등이 그 장치다.

이에 미술계에선 신화를 담아낸 ‘신(新)정물화’를 그리는 작가로 평가받기도.

이 작가는 “그림은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철학적 의미를 정리하지 않고, 캔버스에 무한히 담기보다 긍정적 메시지로 그림이 존재하길 바랐다”고 했다.

이어 “나의 작품은 ‘삶’, ‘존재’를 주제로 하다 ‘공명’으로 변해갔다”며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주제가 철학적인 것에서 인문학적으로 나아갔고 이를 내 생각으로 재해석해 사실적인 물체와 신화를 레이어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가가 오랜기간 이어오고 있는 ‘공명(Resonance)’ 시리즈는 사물을 거울에 두고 있는 작품들로, 반사된 사물의 양면의 모습을 캔버스에 모두 담고 있다. 이번 장미 신작들도 마찬가지.

그는 “공명 시리즈를 작업하게 된 데는 초현실주의 시인 이상의 ‘거울’을 읽으면서”라며 “거울 속에 있는 나와 밖에 있는 나의 존재를 두고 현실과 이상 등 양면성을 가진 나를 들여다보게 됐고, 이를 접근성이 쉬운 과일, 꽃을 소재로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미술평론가 김복기씨는 “이규경 작가의 공명 시리즈는 사물을 거울의 사이에 두고 무의식과 의식을 표현한 것이다. 또 어떤 대상과 사건, 신화, 이야기, 전설 등 여러 인문학적 근거들과의 진실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규경의 신정물화는 꽃과 인간의 대위법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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