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권 넘어 경제로 '차별 금지 법의 재발견'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05-20 20:57:5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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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수(부천무지개유니온 활동가)  
지병수(부천무지개유니온 활동가)

최근 경제 분야 대선후보 토론회를 보며 국민의 답답함이 커져가고 있다.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논의가 깊이 있게 이뤄지기보다는 정쟁에 치우치거나 핵심 의제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채 피상적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경제 문제와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마치 무관한 사안인 것처럼 다뤄지는 현실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일각에서 차별금지법을 단순히 '인권' 영역에 국한하거나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불필요한 법'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와 경제 구조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을 간과하는 근시안적 시각이다. 차별금지법은 약자 보호를 위한 시혜적 법안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경제 정책이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차별은 우리 경제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성별, 장애, 연령, 성적 지향, 질병 이력 등 다양한 이유로 유능한 인재들이 노동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거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다면 이는 곧 국가 전체의 생산성 손실로 이어진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고령 인력이 나이를 이유로 배제되거나 탁월한 역량을 가진 소수자가 편견으로 기회를 박탈당하는 상황은 인적 자원의 비효율적 낭비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별은 개인에게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안겨 의료비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또 불공정한 임금 격차는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켜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빈곤 관련 사회보장 비용을 증가시킨다. 차별이 심화할수록 법적 분쟁 또한 증가하며 불필요한 사회자원이 소모된다. 개인이 능력과 자질에 따라 공정한 기회를 얻게 되면 우리 사회의 인적 자원은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장애인이 차별 없이 교육받고 고용돼 복지 수혜자가 아닌 납세자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명백한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이다. 또한 여성이나 고령자에게 가해지는 불공정한 임금 차별이 해소되면 이들의 소득 증가는 내수 소비를 활성화하고 은퇴 후 빈곤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경감시킨다.

나아가 질병 이력이나 출신 국가/지역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이 사라지면 해당 개인들의 건강권이 보장되고 사회 적응이 쉬워져 의료비, 사회 갈등 조정 비용 등의 불필요한 사회적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조직 문화는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며 이는 곧 국가 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차별금지법은 '인재 유출'을 막는 중요한 방파제 역할을 한다.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성장의 한계를 느끼기 쉽다. 예를 들어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가진 성소수자 연구원이나 여성 엔지니어가 차별적인 조직 문화나 불평등한 기회 때문에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 차별 없는 환경을 찾아 다른 직장이나 해외로 이직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외감과 불이익에 지친 인재들은 결국 차별 없는 환경을 찾아 해외로 떠나게 된다. 이러한 인재 유출은 국가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을 약화 시키고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치명적인 손실이다. 차별금지법은 모든 인재가 공정하게 대우받으며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국내 인재들이 머물고 싶게 만들고 나아가 해외의 우수 인재까지 유치하는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인적 자본을 양적, 질적으로 강화해 생산성 향상과 혁신 증진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그러므로 차별금지법은 윤리적 당위성이나 소수자 보호를 넘어선 경제 문제다. 이는 우리 사회의 노동 시장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며 무엇보다 국가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인재 유출을 막고 유치하는 데 필수적인 '사회적 투자'다.

그래서 경제 정책을 논하며 차별금지법을 배제하거나 무관한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비효율성을 외면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제는 경제 담론과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분리하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차별 없는 공정한 사회가 가장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길임을 깨닫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는 특정 집단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함께 번영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지병수(부천무지개유니온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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