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아이티에서 온 12살 우성이의 한국살이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4-11-23 16:35:24 기사원문
  • -
  • +
  • 인쇄
KBS '동행' 제483회' 12살 우성이 / KBS 제공
KBS '동행' 제483회' 12살 우성이 / KBS 제공

23일 방송되는 KBS '동행' 제483회'에서는 '나의 나라, 나의 첫 겨울'편이 그려진다.

√ 아이티에서 온 우성이의 첫 겨울

까만 피부와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열두 살 우성인 지난 7월, 태어나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군 헬기를 타고 낯선 땅,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다 한국으로 온 우성이와 아빠. 한국인 아빠와 중남미 대륙의 섬나라, 아이티공화국 출신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우성인 올해 아이티 내전이 심해지면서 긴급 탈출했다. 총소리 울리는 위험한 땅에서 생사를 걸고 한국에 입국한 지 4개월째. 핏줄도 이름도 한국어도 유창한, 천생 한국인인 우성이에게 한국은 신기하고 설레는 것투성이지만, 이곳에서 아빠와 함께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은 냉혹하다.

부자가 4개월째 정부 지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인천의 한 숙박업소. 가방 하나만 멘 채 탈출한 부자에게 허락된 공간은 3평(약 10㎡) 남짓한 방 한 칸이 전부다. 긴급 생계 지원금으로 모텔 월세와 생필품을 마련하고, 김치로 끼니를 해결해 왔는데 석 달 치 지원금이 끊긴 지금, 하루하루 막막하다. 감기 걸린 아들에게 입힐 겨울 외투도 마련하지 못했는데 한 달 방세를 내고 나면 더는 여력이 없는 아빠. 아들이 한국에서 맞는 첫 겨울이 너무 춥지 않을까, 걱정이다.

√ 한국에 다시 정착하기 위한 아빠의 노력

젊은 시절 한 차례 결혼에 실패하고 건축업에 종사했던 아빠. 2010년, 대지진으로 무너진 아이티 재건을 돕자는 국내 봉사단체의 제안에 아이티로 향했다. 1년만 머물기로 했던 아이티에서 14년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건, 새로운 가족이 생겨서다. 현지에서 봉사하던 중 통역을 맡은 아이티인 아내와 재혼해 우성이를 낳고 역시 재혼이었던 아내의 의붓자식들까지 사랑으로 키워온 아빠. 하지만, 올해 4월. 가족 모두의 생명이 위협받는 아이티에서 아빤 한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과 살아서 안전하게 머무를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의료시설이 열악한 아이티에서 일하다 시멘트 가루가 들어간 왼쪽 눈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실명한 아빠. 62세 나이에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친형제들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라 도움 청할 곳도 없는 상황. 아빠 하나만 믿고 온 우성이만큼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 우성이의 애타는 그리움

우성이와 아빠의 한국 생활이 마음 편하지만은 않은 건, 아이티에 남은 가족 때문이다. 가족이 살던 집과 마을은 갱단 습격으로 초토화됐고, 삶의 터전을 잃은 엄마와 남은 가족은 임시 거처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상황. 특히 두 번의 자궁암 수술 후 최근 재발한 엄마의 건강과 생사가 늘 걱정이지만,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아 영상 통화조차 자주 할 수 없어 애가 탄다. 정부 지원으로 살아온 처지. 당장 먹고살 일이 급한 아빠가 아이티 가족을 돕는다는 건 꿈도 못 꿀 일. 간간이 날일이라도 나가지만, 고정적인 생계 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아 초조하다.

벌써 4개월을 엄마와 생이별해 온 우성이. 엄마가 보고 싶어 우는 날도 많지만, 한국어 공부와 학교생활, 친구들과도 잘 지내려 노력한다. 한국에 잘 적응하면, 외교관이라는 꿈은 물론 훗날 아이티에 있는 가족도 한국으로 데려와 도와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처음 맞는 겨울이 설레면서도 다시 엄마와 만나는 날을 간절히 기다리는 우성이. 피부색은 다르지만,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고 싶다.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