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오심 은폐’ 이민호 심판, KBO로부터 해고 퇴출

[ MK스포츠 야구 ] / 기사승인 : 2024-04-19 19:44:0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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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 이후 은폐 조작 작당 모의 등을 주도한 이민호 심판이 해고라는 초유의 중징계를 받았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9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삼성 경기 중 ABS 판정 관련 실수 및 부적절한 언행으로 리그 공정성을 훼손한 심판위원 3명에 대한 징계를 심의했고 아래와 같이 징계한다”며 3명 심판에 대한 인사위원회 징계 내용을 공지했다.

KBO는 “이민호 심판위원은 계약해지한다. 문승훈 심판위원은 규정이 정한 정직 기간 최대 기간인 3개월 정직(무급) 징계하며, 정직이 종료 되면 추가인사 조치 한다. 추평호 심판위원은 정직 기간 최대 기간인 3개월 정직(무급) 징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KBO는 “이번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했고 위와 같이 징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오심 이후 사건을 은폐하는 방향을 주도했던 이민호 심판위원은 사실상의 해고 조치로 KBO 심판 경력을 마무리하게 됐다. 또한 해당 사건에서 오심을 했던 문승훈 심판위원은 3개월 정직이란 중징계와 함께 인사위원회를 통한 추가 인사 조치 징계를 받게 됐으며, 역시 오심에 연루된 추평호 심판위원도 정직 최대 기간인 3개월안 무급 정직 징계를 받게 됐다.

역대 KBO가 오심 관련 내린 최고 수위 징계로, 이민호 심판위원의 계약해지는 예상을 깬 초강경 징계다. 나머지 2명에 대한 징계 수위도 종전 무기한 퓨처스리그 강등을 비롯한 정직 등의 수위를 훨씬 뛰어넘는다. 3개월 간 무급 정직은 사실상의 해고 외에는 가장 강력한 징계에 가깝다. 추가로 문승훈 심판위원도 인사 조치를 통해 퓨처스 강등 등이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이민호 심판위원은 KBO리그 심판 경력만 28년의 베테랑으로 ‘심판상’을 다수 수상한 바 있다. 문승훈 심판위원, 최수원 심판위원 등과 함께 최고 경력 연차의 베테랑 심판으로 꼽히며,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심판업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평판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오심 이후 사건 은폐를 주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건너게 됐다.



결과적으로 KBO가 중징계의 배경으로 밝힌대로 ‘ABS 판정 관련 실수 및 부적절한 언행으로 리그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 사상 초유의 징계 배경이 됐다.

사건은 지난 14일 벌어졌다.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정규시즌 경기서 벌어졌다. NC가 1-0 앞선 3회 말 2사 1루 삼성 이재현의 타석에서 먼저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자동 투구 판독 시스템)이 스트라이크로 판정한 공을 심판이 볼이라고 외치는 오심이 벌어졌다.

이재학이 이재현의 타석에서 2구째 공을 던지자 1루에 있던 선행 주자 김지찬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원심 아웃. 비디오 판독 결과 최종 세이프로 정정됐다. 그 사이 한 가운데로 들어온 2구째 공에 대해 ABS는 스트라이크로 판독했다.

ABS 판독시스템에선 이런 콜을 인이어를 낀 주심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문승훈 주심은 해당 공에 대해 스트라이크 콜을 하지 않으면서 그대로 1B-1S가 됐다. 이후 연속 볼 2개가 들어온 이후 5구가 스트라이크가 되면서 전광판과 중계화면에는 2S-3B로 표시가 되자 NC 덕아웃에서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이 자리를 박차고 경기장으로 나와 판정에 대해 어필했다.

강 감독은 KBO로부터 지급받은 태블릿을 통해 2구째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 받았기에 5구째 상황은 이미 2B-2S에서 스트라이크가 추가됐기에 타자가 이미 삼진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KBO가 구단에 지급한 ABS 확인 태블릿에 판정 내용이 전달되는 시차가 생기면서 뒤늦게 사실을 확인하게 된 강 감독이 ABS와는 다른 판정을 내린 주심에게 어필한 셈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 역시 강 감독의 어필이 끝나자 곧바로 그라운드에 나와 ‘판정이 잘못된 것을 확인한 이후 즉시 어필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결국 주심, 심판 조장, 3루심이 모여 해당 항의를 받아들일지 논의했다. 이어 이민호 심판팀장이 마이크를 잡고 “김지찬 선수가 도루할 때 투구한 공(이재학의 2구째)의 판독 음성이 심판에겐 볼로 전달됐는데, ABS 모니터 확인상 스트라이크 확인됐다. NC 측이 이 부분에 대해 어필했지만 규정상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어필을 해야 했다는 점에서 어필시효가 지난 걸로 봐 (3B 2S 풀카운트인 현 상황) 원심(볼) 그대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음성 오작동 사실이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판정 시효가 지났기에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이민호 심판이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나온 중계화면상 음성에선 충격적인 내용이 흘러나왔다. 마치 오심 상황을 은폐하기 위해 판정 자체를 조작하려는 시도를 하며, 이를 종용하는 음성이 담긴 작당모의 내용이었다. 음성에서 이민호 심판조장은 주심들과 논의를 하면서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이것밖에 없는...그거는 이거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라며 최초 이재학의 김지찬 타석 2구째 공을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로 전달받았다고 종용했다.

스트라이크였던 판독 내용을 볼로 잘못 인식했다는 것을 이미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 위해 사후에 ABS 시스템 자체에 오류가 생겼다는 식으로 사실관계를 조작한 것은 물론, 심판 합의 과정에 대해서도 사실상 진실 은폐를 시도한 내용이었다.



사건 직후 KBO(한국야구위원회) 관계자는 “ABS의 판독상 스트라이크라고 나온 것이 심판에게 볼이라는 음성으로 나갈 확률은 없다”면서 “심판진에게 경기 경위서를 받아 엄중히 조사할 예정이다. 문제가 있다면 징계할 수 있다”며 사후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6일 KBO는 이날 허구연 총재 주재로 ABS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으며,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해당 심판들을 긴급하게 직무배제시키면서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리고 인사위원회 결과 형법상의 사건 등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의 최고 수위 징계인 계약해지를 통한 해고 조치 및 정직 등의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철퇴를 내렸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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