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되면 명심해야 할 것들

[ 사례뉴스 ] / 기사승인 : 2024-04-08 02:05:59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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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번 말해야 움직이는 척한다.”



창업 4년째인 대표는 한숨을 내쉰다. 현금이 잘 돌지 않아 속이 타고 있는데 속도 모르고 연봉인상을 요구하는 직원도 있다. 그래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그러다 혼자 있을 때 미친놈처럼 웃는다고 한다. 주변 대표들을 보면 멘탈이 강해 보이는데 자신은 예민하고, 대담하지 못하고, 멘탈이 약한 것 같다고. 창업을 하면 안 되는 사람 같다고. 그런데 회사직원들은 “우리 대표님 강하고 카리스마 있어요!”라고 말한단다.



“오프(Off)가 안돼요!” 창업한지 1년 된 대표에게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물었을 때 답이다. 잠을 푹 자고 싶은데 늦은 밤이나 새벽에 할 일과 아이디어가 막 떠올라 잠을 자지 못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직원들에게 즉시 보냈는데 이상한 대표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지금은 폰에 메모만 한다고.









창업 7년째인 대표는 하소연한다. 하루 정도면 끝날 일인데 일주일이 지나도 결과보고가 없을 때 참 답답하다. ‘한 소리 할까?’ 고민하지만 급하지 않으면 분위기만 나빠질까봐 참는다. 또 몇 달 전에 분석과 검토를 통해 이미 타당성 없음으로 결론난 일을 직원이 뭔가 대단한 것처럼 보고한다.



혹시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뭔가가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경청한다. 하지만 여지없이 기대는 빗나간다. 이처럼 말하기는 좀 애매하고 그렇다고 참으려고 하니 답답하다는 것이다.



대표가 되면 깨닫는 것



자신이 지시한 일이 잘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 자신이 화를 잘 내는 성격이라는 것, 또 화를 잘 참는 사람이라는 것, 짜증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 속이 좁은 사람이라는 것,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 뻔한 아부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기분이 아침저녁으로 수시로 변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대표가 되면서 깨닫는다.



대기업 오너들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사람부리는 일이라고 한다. 아무리 인사권이 있어도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불만은 자신이 통제가능한 사람이 아니라 대적할 수 없는 사람한테서 생긴다. 결국 직원은 통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잘 뽑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표가 되기 전에는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직원들을 잘 리드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임을 깨닫는다.



자신이 직장 생활할 때 비판했던 그런 대표가 돼있다. 업무지시가 수시로 바뀌고, 직원들의 의견보다 외부인의 말을 더 귀담아 듣고, 의사결정이 느리고, 겁 많고, 비합리적이고, 권위적인 대표가 돼있다.









새가슴



“우리 대표는 정말 새가슴이야! 엄청 겁이 많아. 지를 때는 질러야 하는데 항상 신중해, 아니 결정을 못해! 대표가 큰 그림을 못보고 지엽적인 것만 본다니까!” 직원들끼리 대화에서 자주 나오는 내용이다. 나도 직장생활 때 대표에게 지적당하면 동료나 지인들에게 이런 내용으로 불만을 털어놓곤 했다.



대표는 새가슴이다. 아니 새가슴이 될 수밖에 없다. 사업이 잘되지 않을 때는 비 맞은 새처럼 측은하다. 그러나 잘 될 때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올라오고, 거래금액이 커지고 직원이 늘어나면 더 큰 자금이 필요해진다. 커질수록 데미지도 커진다는 것을 알기에 실패의 두려움이 시시때때로 올라온다. 커질수록 대표의 인생도 한 방에 위태해진다. 결국 사업이 잘 될수록 더 새가슴이 되는 것은 어쩌면 살기 위한 본능이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달려든 대표는 새가슴이 아니라 사자가슴이 아닐까?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폐업자 수가 매년 80만명에 달한다. 대략 하루에 2,200명이 폐업한다. 폐업하면 딱 한 사람이 책임진다. 대표다. 물론 직원들도 직장을 잃지만 대표는 거의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비교불가다. 회사의 숨통이 끊어질 때 대표도 숨 쉴 수 없다.



외로움을 잘 견디느냐



대표는 외롭다. 외로울 수밖에 없다. 어떤 기업의 CEO의 자격조건 중 외로움을 잘 견디느냐라는 항목을 본 적 있다. 처음에는 가족들에게 말해보기도 하지만 사업이 안 될 때는 고단하고 힘든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잘 되더라도 늘 불안하기에 흥겹게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친구나 지인들은 가끔 만나기에 공통분모가 없어 피상적 이야기만 할 뿐이다. 회사 직원들에게 털어놓기는 더욱 어렵다. 아무리 좋은 동료나 멘토가 있어도 대표 혼자 감내해야 하는 마음앓이는 있다. 영화 <역도산>에서 주인공 역도산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나는 외롭다. 외로움은 강한 자만이 느낄 수 있다.”









대표는 홀로 먼 곳을 바라보고 직원들은 대표의 눈을 보며 그곳을 본다. 대표라는 자리는 위험을 무릅쓴 대가다. 조직의 실패는 말할 것도 없고 직원들의 작은 실수도 대표의 실수나 마찬가지여서 대표는 늘 구성원보다 더 많이 상처받는다. 그래서 더 위로받고 싶어 한다. 아부가 부정적 의미지만 역사적으로 살아남은 이유다. 직원들은 대표가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대표도 직원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매출이 늘어나고 돈을 많이 벌 때 대표는 기쁘지만 대표들이 가장 기쁠 때는 구성원들이 자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때다.



“뭔지 모르겠지만 압박감이 있어요. 그것이 나를 계속 온(On)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 같아요. 오프(Off)돼 편하게 잠 좀 자고 싶지만, 늦은 밤 아이디어라도 떠오르니 다행이죠.” 직원들이 잠을 자고 있을 새벽시간에 아이디어가 속출하는 것이 대표의 숙명이다. 고통이 반드시 성공을 담보할 수 없지만 고통스럽지 않다면 성공과는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달리고 있는데 힘이 들지 않다면 아마도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밤 11시 20분. 지금도 대표들은 스마트폰으로 자기 회사 서비스에 접속해 제품과 서비스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있을 것이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가는 것은 다르다. 어디에 닿을지는 모르지만 길을 걷고 있는 대표들에게 힘찬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본 기사는 사례뉴스 필진기자 미세영역연구소 정강민 대표가 쓴 칼럼입니다. 정강민 대표는 ‘감동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왜 당신은 자살하지 않는가?’ ‘왜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하는가?’ 등 세상의 본질을 깨우치고 싶어 읽고 쓰며 경영의 본질과 책 쓰기, 독서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위대한 기업은 한 문장을 실천했다’ ‘스타트업에 미쳐라’ ‘탁 대표는 처참한 실패 후, 7개월 만에 어떻게 승승장구했을까?’ ‘혼란스러움을 간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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