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를 늦추는 1% 기부··· 리오홀딩스
1.5℃를 지키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가치소비' 추구

서부석 리오홀딩스 대표이사 /사진=박선영 기자
서부석 리오홀딩스 대표이사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여우? 왜 하필 여우일까? 리오홀딩스의 브랜드 홈페이지 ‘저스트 크래프트(JUST CRAFT)’에 접속하면, 로고 속에서 ‘여우’가 등장한다. 서부석 리오홀딩스 대표이사는 “그냥 여우가 아니다. <어린왕자>에 나온 사막여우”라고 설명했다. 더 정확히는, 중국 내몽골 자치구에 살던 사막여우다.

 

환경파괴로 떠났던 사막여우, 나무를 심자 돌아왔다

리오홀딩스 저스트 크래프트 브랜드 로고 /이미지 제공=리오홀딩스
리오홀딩스 저스트 크래프트 브랜드 로고 /이미지 제공=리오홀딩스

1990년 이후 중국 내몽골 쿠부치 사막 생태계가 파괴되기 시작하자, 그곳에 살던 사막여우가 자취를 감췄다. 척박한 사막에서도 살아갈 만큼 생존력이 강한 사막여우도, 생태계 파괴는 견디지 못했던 것. 그리고 약 30년이 지났다. 최근 “여우를 만났다”라는 목격담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2006년 환경보호 NGO 사단법인 미래숲(이하 ‘(사)미래숲’)에서 나무심기를 시작한 지 15~16년, 사막을 떠났던 사막여우가 돌아온 것이다.

권병현 전 주중 한국대사가 설립한 (사)미래숲은 2002년 중국 정부와 ‘한중 우호 녹색장성 건설사업’협정을 맺은 후 중국과 내몽골 쿠부치 사막 등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사업을 진행해왔다. 2016년 서부석 대표는 브랜드 제품 판매 수익금 일부를 미래숲에 기부했다. 이 기부금은 쿠부치 사막화 방지 조림 사업에 사용됐다. 이후 국내외 대학생과 직장인, 기관에서 참가한 녹색봉사단과 함께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 심기’를 이어오고 있다. 이 활동에 본지 김익수 편집대표가 동참하고 있다. 이 사막 식재의 성공은, (사)미래숲에 기부하는 중국, 홍콩, 대만 그룹의 설립 계기가 됐다. CSR을 넘어 글로벌 팀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서부석 대표는 2011년, 난지도 매립지에 식재를 시작했다. 작은 경사면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한 그곳은, 숲이 우거진 시민공원으로 변신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이 그것. 이제 이곳에 ‘쓰레기섬’이라 불리던 과거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하늘공원의 우거진 숲이 뒤덮고, 푸르른 공기가 날려 보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난지도를 시민공원으로 변신시킨 서부석 대표. 그의 변신 스토리도 궁금했다. 매출에만 주력하던 가방업체 임원을, 친환경기업가로 변신시킨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도 매립지위에 조성된 조림지 / 사진제공=리오홀딩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도 매립지위에 조성된 조림지 / 사진제공=리오홀딩스

황사로 뒤덮인 예술마을의 충격

“2010년 5월,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을 방문했어요. 유명 사진작가를 만나, 제가 론칭한 쌤소나이트 제품과 아트콜라보를 진행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헤이리 하늘이, 온통 황사로 뒤덮여 있었거든요! 그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결국, 그 황사가 서부석 대표의 인생을 바꿔놓은 셈이다. 헤이리를 방문하기 전에는 오직 판매 전략으로 가득했던 그의 머릿속 한쪽에, ‘기후위기’가 자리잡았다. 여행가방 전문업체에, 기후위기는 곧 ‘판매위기’이기도 했다.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 일상이 되면, 여행도 줄어든다. 여행이 줄면 여행가방 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나아가, 심각한 천재지변과 식량부족으로 인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1.5℃ 지구온난화 도달 시점이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2018)에서 제시한 2030~2052년보다 9~12년 빠른, 2021~2040년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즉,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앞으로 18년 이내에 지구온난화 임계점인 1.5℃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전 지구적 위기를 2010년부터 체감해온 서부석 대표는, 2019년 인도 지구사막화방지협약 행사에 참석 후 창업을 결심했다. 결심은 곧 실행으로 이어졌다. 2020년 1월, 리오홀딩스를 설립한 서 대표는 매년 매출액의 1%를 (사)미래숲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서 대표는 조림사업 지원에 주력했다. 나무를 심어 숲을 살림으로써, 생태계 회복과 기후변화 유예에 일조하고자 한 것이다.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이 진행 중인 쿠부치 사막 /사진제공=미래숲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이 진행 중인 쿠부치 사막 /사진제공=미래숲

28년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가치’ 추구

그러나, 이런 노력으로도 점차 빨라지는 기온상승 속도를 잡을 수는 없었다. 급격한 기온상승과 기후변화는 산불 등 각종 재난을 불러왔다. 이런 가운데, 서 대표는 지속적인 노력과 연대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그의 이런 인식과 노력은 2020년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저스트 크래프트’와 브랜드 온라인몰 론칭으로 이어졌다.

‘친환경’, ‘벤처’. 이 두 단어는 ‘고객만족’, ‘흑자경영’과 친하지 않다. 실제로 ‘친환경’에 방점을 찍고 시작한 기업이 경영지수에 상승세를 찍은 경우는 드물다. 서부석 대표는 “ESG가 트렌드로 떠오르며 친환경을 앞세운 기업이 늘고 있지만, ‘친환경’과 ‘기업’, 둘 다 지속하는 사례가 흔치 않다”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해도, 경영능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지속이 어려운 것은 당연지사다.

반면, 기업 ‘리오홀딩스’와 브랜드 ‘저스트 크래프트’의 탄생과 성장, 그 바탕에는 28년간 서부석 대표가 유통업계에서 쌓은 실무경험이 탄탄하게 자리하고 있다. 분위기를 타고 잠시 나타났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기업들, 브랜드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지점이다. 서 대표는 특히 외국 명품업계 경험이 풍부하다. 1994년 샤넬유한회사 세일즈&마케팅 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한국코사리베르만에서 로컬세이즈, 프라다코리아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2005년 쌤소나이트코리아 대표로 취임했고, 2010년 쌤소나이트 레드 브랜드를 론칭했다.

자원 재활용, 1% 기부, 나무심기

서 대표는 외국 명품업계에서 영업·마케팅·브랜딩 등 다양한 업무경험을 쌓는 동시에, 해외 CEO들의 친환경경영 사례들을 접했다. 그가 세운 친환경 경영원칙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자원을 재활용해 제품을 생산한다. 둘째, 매출액의 1%를 환경보호 NGO에 기부한다. 셋째, 직접 조림사업에 참여한다.

첫 번째 경영원칙에 따라, 리오홀딩스에서는 의류·가방·신발 등 일상용품을 재활용 자원으로 만든다. 현재 사용하는 재활용 자원은 멕시코에서 수입한 선인장 가죽, 페트병의 원사, 수명이 다한 패러글라이딩 원단 등이며 늘 친환경 소재를 찾고 있다. 또한, 백화점 매장에서 사용한 인테리어 팔레트도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한다. 벽장도 종이로 제작하며, 진열제품 소재를 공개해 ‘친환경기업’으로서의 진정성에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 경영원칙에 따라, 리오홀딩스에서는 매출액의 1%를 기부하고 있다. 한편, 기부액을 늘리기 위해 매출증대에도 주력한다. 매출을 올리려면, 먼저 소비자 만족도를 올려야 한다. 서 대표는 ‘친환경 제품을 한 곳에서 편하게 사고 싶다’라는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친환경 쇼핑몰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이곳에는 자사 브랜드를 포함해 80개의 친환경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친환경에 대한 진정성을 서 대표에게 검증 받은 업체들과 함께,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경영원칙에 따라, 서 대표는 조림사업, 즉 나무를 심어 숲을 살리는 사업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그렇게 한 그루 한 그루 심었던 나무들은, 쓰레기섬을 시민공원으로 변신시켰으며 떠났던 사막여우도 돌아오게 만들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문을 연 저스트 크래프트 매장 / 사진제공=리오홀딩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문을 연 저스트 크래프트 매장 / 사진제공=리오홀딩스

심심하지도, 트렌디하지도 않은 ‘스테디 디자인’

리오홀딩스에는 자체 디자인연구소가 있다. ‘기업의 분신은 브랜드, 브랜드의 육체는 디자인’이라는 게 서부석 대표의 생각인 만큼, 그는 자체 디자인의 DNA를 중시한다. ‘브랜드’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현하는 것은, 다름 아닌 디자인이다. 저스트 크래프트를 다른 브랜드와 구분짓는 것은 ‘저스트 크래프트 표’ 디자인이며, 리오홀딩스라는 기업을 검색하면 저스트 크래프트라는 브랜드가 뜬다. 이렇듯 소비자는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를 느끼고, 그 브랜드를 통해 기업과 만난다.

그렇다면, ‘저스트 크래프트 표’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 “심심하지도, 트렌디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서부석 대표는 강조한다. 심심하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고, 트렌디하면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가 주 고객층이 돼버린다. 멀쩡한 옷을 버리고 유행에 맞춰 새 옷을 사는 것은 친환경이라는 가치와는 어긋난다.

오래 입고, 들고, 신으려면 디자인도 품질도 장기간 ‘지속가능’한 스테디(Steady)한 것이어야 한다. 싫증 나지 않고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 재활용 자원으로 제작하되 내구성이 높은 제품. 가성비와 수익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가격. 참으로 까다로운 사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현재까지는 리오홀딩스는 이 모든 조건들을 맞춰나가고 있다.

백화점 제의를 받고도 응하지 않은 이유

“2년 전 저스트 크래프트를 론칭한 후 백화점 입점 문의가 들어왔지만, 바로 응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백화점 고객이 줄어든 마당에, 과연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고민이 됐거든요.”

오프라인 고객이 줄어든 백화점으로서는 고가의 제품을 내놓아야 했기에, 가성비를 추구하는 저스트 크래프트와는 맞지 않는다고 서 대표는 판단했다. 그래서 바로 응하지 않고 적절한 때를 기다렸다. 금년 초 거리두기 해제 후, 백화점 오프라인 고객이 늘기 시작했다. 그러자 비로소 서 대표는 팝업스토어 개장을 결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돼온 저스트 크래프트 브랜드는, 현재 백화점 측에서 상시개점 제안도 받고 있다.

본지에서 서부석 대표를 만난 날은, ‘저스트 크래프트’ 현대백화점 판교점 매장 오픈을 앞둔 시점이었다. 친환경 벤처기업 단독으로 백화점 매장을 채우기는 어렵다. 그러나, 저스트 크래프트 브랜드라면 가능하다. 서 대표는 “협력업체와 멀티숍 형태로 운영할 생각도 있다”라며, “기업 간 협업이 사회적 연대로 이어질 수 있게끔, 다양한 계기를 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저스트 크래프트 브랜드는 넓은 백화점 매장에도 단일 브랜드로 채울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 사진제공=리오홀딩스
저스트 크래프트 브랜드는 넓은 백화점 매장에도 단일 브랜드로 채울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 사진제공=리오홀딩스

“꼭 보여주고 싶었다, 친환경 기업의 성공을”

“창업 후 코로나19 팬데믹 등 여러 변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경영에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오픈도 늦어졌고요. 창업 전에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서부석 대표는 “돈버는 것만이 목표였다면, 더 쉽고 빠른 길도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환경운동, 나무심기는 정부가 할 일 아니냐는 투자자들, 수익의 1%가 아니라, 매출의 1%를 기부한다는 말에 놀라는 투자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서 대표는 포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친환경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닙니다. 생존의 문제입니다. 정부·기업·소비자 모두 정책·경영·소비에 있어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친환경 경영에 성공하는 기업이 꼭 나와야 합니다. 그 성공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서부석 리오홀딩스 대표가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 마디]

지구를 살리는 것은 누구의 몫일까요? 기후위기에 관심 없는 당신, 자녀에게 망가진 지구를 물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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