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는 자유로운 생명의 하늘이 될 수 있을까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이주창 학생기자 = 생태지표종 때까치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사냥감을 나뭇가지에 꽂아두는 습성을 가진 때까치에게는 DMZ의 철책마저도 삶의 터전이다.

맹금류의 힘을 가진 참새

사냥감을 저장하는 물때까치의 모습
사냥감을 저장하는 물때까치의 모습

최근 호신술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브라질의 맨손 무술 ‘주짓수’다. 작은 사람도 큰 사람을 이길 수 있다는 주짓수의 특징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이다. 인류는 싸움에서 체급이라는 요소를 극복하기 위해 무술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동물의 세계에서는 어떨까?

생태계에서 체급차는 훨씬 극단적이며 큰 요소로 작용한다. 포식자 대부분이 큰 크기와 무거운 체중을 가진 것이 그 증거다. 포식자가 아니더라도 코끼리, 코뿔소와 같이 덩치가 큰 동물들은 그 자체로 다른 종들에게 경계의 대상이다.

이런 체급차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종들은 협력이라는 전략을 사용하고, 극소수의 종들은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특이한 예로 인류의 ‘무술’과 같이 ‘기술’을 사용하는 종도 있다. 바로 귀여운 외모 속에 맹금류의 본능을 숨기고 있는 ‘때까치’다.

때까치는 참새목 때까칫과의 조류이다. 참새목답게 20~25cm 정도인 때까치는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큰 크기의 쥐, 도마뱀, 다른 새들을 사냥한다. 심지어는 소형 조류의 천적인 뱀에게도 달려들어 뱀과 때까치는 서로가 상호 천적인 관계다.

때까치는 참새를 닮은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부리만큼은 맹금류의 부리와 같다. 갈고리처럼 생긴 부리로 상처 부위를 단단히 물고 1초에 약 11회에 이르는 속도로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사냥감의 목뼈를 이탈시킨다.

이는 자신이 가진 근력의 6배에 달하는 충격을 주는 기술이자 때까치가 체중이 2~3배 이상 차이 나는 적을 사냥할 수 있는 이유다. 사냥을 마친 때까치는 사냥감을 나뭇가지에 꽂아두고 조금씩 뜯어서 먹는다. 이런 습성 때문에 서양에서는 때까치를 ‘도살자 새’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한반도의 때까치

노랑때까치의 모습
노랑때까치의 모습

한반도에 서식하는 때까치에는 물때까치, 때까치, 칡때까치, 긴꼬리때까치, 재때까치, 노랑때까치, 붉은등때까치의 7종이 있다. 7종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평가한 IUCN Red list에서 LC(관심대상) 등급으로 분류된다.

아직 멸종 위험이 낮고 위험 범주에 도달하지 않았음을 의미하지만, 70년대와 비교했을 때 개체수가 대폭 줄었으며, 붉은등때까치와 노랑때까치는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개체 수 감소의 원인으로는 짧은 초원의 감소와 자동차 도로의 증가, 살충제의 사용이 확인됐다. 개체 수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므로 주기적인 관찰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견해다.

또 때까치는 다양한 육식동물을 먹이로 삼고 생태계의 상위에 존재해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인하는 지표가 되는 ‘생태지표종’이다. 때까치는 환경변화에 민감해서 먹이 이용 상태에 따라 알의 크기가 변한다.

먹이가 충분하지 않을 때 새끼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알을 먼저 낳게 되고 알의 크기 역시 작아진다. 때까치의 생태조사는 주변 생태계의 전반적 현황과 변화를 연구하는데 주요한 지표가 된다.

때까치의 숨겨진 서식지 ‘DMZ’

한반도 생태계의 보고인 DMZ는 때까치들의 숨겨진 서식지이기도 하다. 2019년 초 DMZ 생태계 조사 결과 DMZ 외에서는 발견이 어려운 칡때까치, 노랑때까치와 함께 19종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조류가 발견됐다.

학자들은 생태계 연구에서 DMZ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독일의 녹색띠, 그뤼네반트의 사례를 강조했다. 그뤼네반트 역시 한반도의 DMZ와 같은 비무장지대로서 멸종위기 동물들의 서식공간이다.

독일에서는 1989년 장벽이 무너진 후 중앙정부의 일방적 추진이 아니라 환경단체와 시민 주도의 교육과 모금 활동으로 공감대를 만들었고, 성공적인 서식지 보전을 끌어냈다.

생태학자들은 DMZ도 그뤼네반트의 선례처럼 죽음의 장소가 생명의 장소로 변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동시에 개체 수가 감소 중인 종들의 터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생태학자들과 시민 모두의 노력이 모였을 때 DMZ의 하늘을 자유로운 생명의 하늘로서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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