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월 22일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을 올해 말에는 시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과 관련하여 23일 프랑스 전역에서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미 8차례나 열렸던 연금개혁 반대 시위는 22일 마크롱 대통령의 방송 인터뷰를 계기로 더 크게 확산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방송에서 2017년 5월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하였을 때 연금 수급자가 1천만명이었으나, 6년이 지난 지금은 1천 7백만명이 되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연금 적자가 악화되기 때문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금 개혁과 관련하여 프랑스 정부는 올 1월 10일 정년을 현행 62살에서 64살로 늦추는 방안을 뼈대로 하는 개혁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연금개혁을 연내에 실시하기 위해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을 활용하였다. 이 조항에 따라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경우에는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총리의 책임 아래 의회 표결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 정부가 이를 사용하자 일부 야당이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지만, 지난 20일 부결되었고, 그와 동시에 표결하지 않은 연금개혁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다. 이제 프랑스의 연금개혁 법안은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격인 헌법위원회의 승인만 얻으면 연내 시행이 가능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개혁 반대 시위와 관련하여 모두를 설득하는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개혁으로 인기를 잃어도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단기적인 여론조사 결과 보다는 국가의 일반적인 이익을 선택하겠다고 연금개혁 실행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프랑스 연금개혁에 대한 반대 시위를 보면서 우리의 지난 날을 반추해 보았다.

1965년 6월 22일 한일 양국은 한일협정에 서명하여 국교를 정상화했다. 한일 양국은 1951년 10월 국교정상화를 위한 첫 회담을 치른 지 14년 8개월 만에 결실을 맸었다. 이 협정의 서명을 전후로 엄청난 반대 시위와 혼란이 있었지만, 한일 수교를 기점으로 양국 사이에는 양적으로나 물적으로 엄청나게 확대된 교류와 협력이 이어졌다. 당시 우리 정부가 받았던 배상금 3억달러와 차관 2억 달러는 1960년대 경제개발과 산업화에 쓰였다.

다음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하여 돌이켜 본다. 1968년 12월 21일 서울-수원(신갈)간 개통을 시작으로 수원-오산, 오산-천안, 천안-대전, 대전-대구, 그리고 1969년 12월 29일 대구-부산간 개통을 했던 경부고속도로는 이후 우리 국토의 대동맥이라 불리며 ‘한강의 기적’이라는 대한민국 고도 경제성장의 대표적인 상징물이 되었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 건설 공사가 시작될 즈음에는 엄청난 비난과 비판을 받았다. 대표적 인물이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들이었다. 당시 신민당 의원이었던 김대중은 1967년 12월 8일 국회 연설에서 경부 보다는 서울-강릉 고속도로를 먼저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야당 인사였던 김영삼도 반대에 가세했고, 당시 신민당 당수였던 유진오는 현재의 경제 실정에 비추어 남북간 보다는 동서간을 뚫는 일이 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절대적인 평가는 아니지만 한일국교정상화의 결과로 우리는 경제개발과 산업화의 밑천을 마련할 수 있었고,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효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돌이켜 보면 비난과 반대가 심하다고 한일국교정상화 협정을 파기하고, 고속도로 건설을 포기하였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태일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 추진이 프랑스 전역에서 반대 시위에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연금 개혁의 최종적인 결과는 명확하게 단정 지을 수 없다. 지금은 반대와 비난의 소용돌이 속에 있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프랑스 재정에 긍정적인 통계가 어우러진다면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새로운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의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2월 15일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3대 개혁은 우리나라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한, 결국 미래세대를 위한 것입니다. 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야 합니다.”라고 발언하였다.

당장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멀리 볼 줄 알아야 미래가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의 결단을 지켜본다.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프랑스 시위대 모습 (출처 : 네이버)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프랑스 시위대 모습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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