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청룡영화제 방송화면캡쳐
KBS 청룡영화제 방송화면캡쳐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배우 허준호가 류승완 감독에 영화 '모가디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허준호는 수상소감을 “계속 기적을 일으켜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매번 기도로 이끌어 주는 가족들에게도 나중에 인사드리겠다”고 말하며 “이제 좀 살다 보니, 행복한 순간들이 소중해진다. 작품을 하면서 행복한 순간들이 간혹 있는데, 2019년 행복한 작품을 만났다”며 “류승완 감독이 아무것도 없이 해 달라는 믿음 하나로 달려갔는데 거기 있는 배우들, 가방 갖다주는 막내 소품 담당까지 위험한 작품을 한 명도 다치지 않고 행복하게 했다”고 전했다.

“꿈에 그리던 현장이었다”는 그는 “한국 영화가 너무 발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공백기가 있어 이제야 아주 벅찬 경험을 했다”며 “이 행복한 작품이 기록이 아닌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감사드리고, 오늘도 하루만 즐기겠다. 더 이상 즐기진 않고 좋은 연기 보이겠다”고 마무리했다.

허준호는 끝으로 “다시는 사고 안 치는 배우 되겠다”는 말로 좌중의 폭소를 이끌었지만 '사고 안치는 배우'라는 말에 네티즌들은 때 아닌 허준호 사건사고를 검색하며 허준호 독도사건을 찾아냈다.

kbs 옥탑방문제아들 방송화면

독도 사건의 개요는 지난 2005년 5월, 배우 허준호는 뮤지컬 '갬블러' 홍보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을때 일이다. 당시 허준호는 드라마 '올인'으로 얼굴이 꽤 알려졌으며 배우 배용준, 이병헌 만한 한류스타 급은 아니지만 당시 일본 언론은 허준호의 방일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뮤지컬 '갬블러'의 한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허준호 사건이 터진다. 

장내는 허준호를 비롯 뮤지컬 출연 배우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한 일본 기자가 벌떡 일어나 이런 질문을 던진다.

"허준호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최근 한일간에 독도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거기에 대해 대한민국의 스타로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일본 기자의 쌩뚱맞은 질문에 장내는 조용해졌고, 뮤지컬 홍보 기자회견에서 독도 문제와 같이 정치사회적인 질문을 하는 것은 상식상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일본인 기자는 한국의 배우 허준호에게 난감한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가 명백히 보인 질문이 였다. 애당초 그 기자는 독도에 대한 허준호의 생각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허준호의 당황하는 말과 표정을 포착해 기삿거리를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기자회견장에 일어났다.

질문을 받은 배우 허준호는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질문을 던진 일본인 기자 앞으로 다가가 일본인 기자 앞에 서서 막무가네로 그 기자가 들고 있던 볼펜을 확 뺏어버렸다. 얼떨결에 자기 볼펜을 뺏긴 기자와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순간 당황했다.

이때 허준호는 일본인 기자에게 낮은 톤으로 강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기분이 어떠세요?"

볼펜을 빼앗긴 기자가 느끼는 감정이 곧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 대한 대한민국의 감정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허준호는 '독도는 우리땅이다'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일본 기자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림으로 기자회견장 분위기를 한 번에 반전시켰고, 질문을 던진 일본인 기자는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미안합니다. 볼펜을 돌려주세요." 라며 연신 사과했다.

연기파 배우 허준호는 절실한 기독교신자에 외모에 비해 매우 조용한 성품이라고 알려져있지만 그당시 짧고 명확한 행동으로 독도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전했다.

넷플릭스 킹덤에서 강렬한 연기력으로 호평받으며 영화 모가디슈까지 다수의 작품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는 배우 허준호의 성품을 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다.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는 허준호 씨 외에도 배우 구교환(모가디슈)·송중기(승리호), 전여빈(낙원의 밤)·임윤아(기적) 씨가 청정원 인기스타상을, 설경구(자산어보)·문소리(세자매) 씨가 주연상을, 김선영(세자매) 씨가 여우조연상을, 정재광(낫아웃)·공승연(혼자 사는 사람들) 씨가 신인배우상을 각각 수상했다.

또 류승완 감독(모가디슈)이 감독상을, 박지완 감독(내가 죽던 날)이 신인감독상을, 최민영 감독(오토바이와 햄버거)이 단편영화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 외에 음악상 자산어보(방준석), 미술상 모가디슈(김보묵), 기술상 승리호(정성진 외), 각본상 자산어보(김세겸), 편집상 자산어보(김정훈), 촬영조명상 자산어보(이의태 외) 등이 각각 수상했다.

모가디슈는 최우수작품상과 올해의 최다관객상까지 총 6관왕을 차지했다.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