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오헤나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유족의 알권리도 분명히 강조했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유족 측이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나 진상규명을 협조 요청했다.

 고 이 씨의 형 이래진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글로벌센터에서 킨타나 보고관과 면담을 진행했다.

 유족 측은 면담에 앞서 "킨타나 보고관에게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열람을 국회에서 의결할 수 있도록, 그리고 북한이 진상규명에 협조하도록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대통령 기록물은 자신의 치부나 잘못된 부분을 감춰버리는 수단이 아니다."라며 "이 부분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토로했다.

 약 25분간의 면담에서 유족 측은 킨타나 보고관에게 대통령 지정기록물이 무제한으로 봉인돼 유족으로서 알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을 알렸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킨타나 보고관이 이 사건과 관련해서 유족은 한국 정부의 기록물에 대해 분명히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라며 "유족이 진상 규명을 위해 일련의 투쟁을 하는 데 대해 유엔 인권보고관으로서 계속적인 지지를 보낸다는 말도 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킨타나 보고관은 북한의 진상 규명 협조 요청과 관련, "북한이 유족에 배상할 책임이 있고 진상 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2월에도 보고관과 면담했는데, 그 당시보다 훨씬 더 강경한 어조였다."라고 말했다.

 한편 킨타나 보고관은 유족 측에 대통령기록물 열람과 관련, 국회 의결과는 별도로 유엔 '약식 처형 실무그룹'에 공식 서한을 보낼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현재 유족 측은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 의결하면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다며 국회에 관련 의결을 촉구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킨타나 보고관이 국회 의결만 기다리지 말고 국제적인 방법,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주셔서 유엔에 직접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족의 알 권리가 문재인 정부에서보다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 더 보장받는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라며 "국방부나 다른 여러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정보공개에 임하는 점에서, 윤 정부의 인권 보장이 유엔 수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씨는 지난 2020년 9월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있다 실종된 후 북한군에 피살됐다. 북한군은 이 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해경은 이 씨 사망 일주일 뒤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A 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해경과 국방부는 지난 16일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살해당한) 공무원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밝히며, '자진 월북'이라는 종전 해경 수사 결론을 뒤집었다.

 이날 유족 측은 서울중앙지검에 해경 수사 개입 의혹이 있는 전 청와대 행정관,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등 4명을 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이래진 씨는 "짧은 시간 동안 의견을 주고받아 제한은 있었지만, 보고관의 메시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북한의 만행이 더는 있어서는 안 되고, 또 과거 정부가 알 권리를 닫아버린 심각한 문제를 피력했기 때문에 유엔에서도 이 부분에 관한 의견을 주시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해 윤성현 남해해경청장과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등 4명을 공무집행 방해와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한다.

 오후에는 이 씨와 고인의 부인인 권영미 씨가 서울 국립 수산물 품질관리원 서울지원에서 해양수산부 장관과 고인의 장례 문제를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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