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선진국은 어떻게 석탄과 작별했나 – 스페인
[초점] 선진국은 어떻게 석탄과 작별했나 – 스페인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1.10.22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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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경제적 현실로 ‘자리매김’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 퇴출 선언… 2025년까지 전부 퇴출 예상
석탄발전 단가 상승… 2020년 석탄발전 비중 1.4%로 급락
탈석탄, 시장원리 입각한 사업자 결정 따라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
정의로운 전환, 미시적 접근 탈피… 생태적 전환 지원하는 논의 활발

우리보다 먼저 기후위기 대응을 시작한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 발전량을 줄이고 ‘탈석탄’ 선언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국제 환경단체들로부터 ‘석탄중독 국가’로 지목받아 온 우리나라에게는 도전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인 ‘석탄을 넘어서'는 탈석탄에 대한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알아 볼 수 있는 이슈 브리핑을 발간했다 그 내용을 정리한다. <변국영 기자>


▲야심찬 기후정책·탈석탄

스페인은 1990년 이전까지 석탄 생산이 활발히 이뤄졌으며 석탄발전 비중도 상당했으나 1990년대 이후 석탄 생산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도 역시 줄어들었다. 2010년 12월 유럽연합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저탄소 경제 전환 정책 추진 과정에서 ‘경제성이 없는 석탄 광산 폐지를 촉진하는 국가 지원’ 정책을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스페인에서도 석탄 광산 폐쇄가 촉발됐다.

1990년대 초 146개의 광산에서 4만5000명의 노동자가 1930만톤의 석탄을 생산했지만 2018년에는 12개의 광산만 남게 됐고 2000명의 노동자가 300만톤의 석탄을 생산했다. 석탄발전 비중은 1999년 전체 발전량의 35.3%을 차지했으나 그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9년 4.7%로 축소됐다. 2019년 기준 스페인 전력 믹스는 재생에너지와 바이오 연료가 37.8%, 가스 31.4%, 원자력 21.4%, 석탄 4.7%를 기록했다.

2020년 스페인 정부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퇴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석탄 광산과 석탄발전소가 빠르게 폐쇄됨에 따라 2025년까지 전부 퇴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 발의돼 지난 5월 통과된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법’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3% 감축하고 전체 생산 전력의 7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또한, 2023년부터 매년 감축목표 달성 현황을 검토하고 상향하도록 함.


▲석탄의 급격한 퇴출

통합환경관리 지침에 따라 2012년 유럽연합은 국가별로 Transitional National Plan(TNP)을 수립해 2016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온실가스 배출 상한치를 정하도록 했다. 2013년 스페인은 TNP에 포함된 22기 석탄발전소 중 8기에 대해 2016년 이후의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했다. 통합환경관리 지침은 2017년에 한 번 더 강화됐다.

2019년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25유로까지 올라갔으며 2030년에는 톤당 35유로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탄소가격 추세를 감안할 때 석탄발전이 가스발전이나 재생에너지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가지기 어렵게 됐다.

석탄발전 단가가 상승하면서 2018년 전체 발전량 중 15%를 차지하던 석탄발전의 비중이 2020년 1.4%로 급격히 떨어졌다. 2020년 스페인은 15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7기(4630MW)를 7월 30일에 폐쇄했으며 2022년까지 4기(3092MW)가 추가로 폐쇄될 예정이다. 이는 석탄의 경제성, 즉 시장원리에 입각한 사업자의 결정에 따라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석탄 광산 구조조정 지원

2016년 유럽위원회는 EU 국가보조규범에 따라 스페인이 26개의 탄광을 폐쇄하는데 21억 3000만 유로(약 2조9257억원)를 지원했다. 이는 단일 유럽시장에서 국가간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탄광 폐쇄로 인한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모든 탄광을 2018년까지 폐쇄하는 것을 지원 조건으로 했다.

48세 이상의 광부, 25년 동안 탄광 기금에 납부한 사람, 26개 회사 중 한 곳에 20년 이상 일한 사람들은 모두 조기 퇴직자에 해당돼 지원을 받았으며 약 60%의 광부들이 혜택을 받았다. 조기퇴직자에 해당하지 않은 광부들은 1만 유로(약 1374만원)의 퇴직금과 35일분의 급여를 받았다.

2018년까지 12월까지 경제성이 없는 광산을 폐쇄하기로 했던 스페인 정부는 2018년 10월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광산 지역에 10년 동안 2억5000만 유로(약 3437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스페인 정부와 여러 노조가 협의에 참여했다. 계획에는 조기 퇴직 계획, 지역 내 환경 복원 관련 일자리로의 재고용 및 녹색 산업에 대한 재교육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의로운 전환 정책

2018년 7월 스페인 정부와 국제노동기구는 정의로운 전환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2019년 2월 스페인의 논의 중인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법과 Draft National Integrated Energy and Climate Plan(NECP)에 근거해 정의로운 전환 전략이 개발됐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정의로운 전환 전략을 5년 단위로 재수립하도록 했다. 2022년 상반기에 2020∼2021년 정의로운 전환 이행에 대한 첫 모니터링 보고서가 발간될 예정이다. 정의로운 전환 계획 발표 이후 2019년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스페인 정부의 주도로 46개국이 정의로운 생태 전환을 지지하며 국가 단위의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의로운 전환 정책은 △생태적 전환을 통해 고용 기회를 최대한 확대하고 스페인의 국가 경쟁력과 사회적 결속력 강화 △성별에 관계없이 취약 계층 및 농촌 지역에 대한 평등한 기회 보장. R&D, 재정적 지원, 교육 등을 통해 고용 기회를 창출하는데 기여함 △산업 부문별 계획을 수립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생태적 전환에 기반한 고용 창출 효과 극대화 △주요 이슈에 대한 통합적인 토론을 활성화하며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함 △Just Transition Agreement를 통해 취약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탄광 및 발전소 폐쇄에 대한 긴급 실행 계획 마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생태적 전환, 친환경 제품시장 개발, 노동자 교육 및 자원 순환 경제 촉진을 위한 연구 등과 관련된 활동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신사업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공적 지원을 제공한다. 탈탄소화와 에너지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산업에 대한 정교한 이행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사회 내 불평등 해소를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생태적 전환 정책 영향 분석을 진행하고 친환경 산업 고용 확대 및 적극적인 사회 보호 정책 마련하는 동시에 정부와 지자체는 이직 지원을 위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생태적 전환과 관련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친환경 직업 교육 마련하고 생태적 전환과 관련된 내용을 의무교육과정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키로 했다.

The Just Transition Institute(정의로운 전환 기구)는 Just Transition Agreements를 이행하는 것을 주업무로 하며 석탄 광산 지역의 경제적 발전을 촉진하고 생태적 전환 과정에서 취약계층 지원을 담당한다. The Advisory Council of the Just Transition Institute는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실행하고 모니터링하는 위원회로 관련 부처 대표(장관), 지역단체, 지방자치단체, 기업 및 노동조합 등이 속해 있다. 정의로운 전환 계획의 재수립을 담당한다. 사회적 대화 라운드테이블(Social Dialogue Roundtables)은 행정부, 노조, 기업 등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

취약 지역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논의했다. Just Transition Agreement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석탄발전소 폐쇄 지역에 대한 대안과 보상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시작됐다. 2020년 4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석탄 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아라곤, 안달루시아, 라만차, 레온, 갈리시아, 아스투리아스)의 경제 활성화와 고용 유지를 위해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공동성명서에는 생태전환부, 노동사회경제부와 Endesa, Iberdrola, Naturgy와 같은 에너지 기업 그리고 UGT, FICA 노동조합이 참여했다. 정의로운 전환 계획에는 자금 지원 방안 마련, 전문적인 직업 훈련 기회 제공, 환경 복원 분야의 고용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전환 계획이 실행된 후 각 사업의 일자리 창출 잠재성, 지속가능성에 관한 사업 적합성이 평가될 예정이다.


▲시사점

스페인의 사례는 경제성 하락으로 인해 석탄발전소의 조기 퇴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유럽의 현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정부의 탈석탄 발표 시점보다 5년 앞당긴 2025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가 폐쇄될 정도로 탈석탄은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경제적 현실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스페인 정부는 잠시 석탄발전소의 퇴출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보였는데 이러한 인위적인 개입이 오히려 시장의 질서를 파괴하고 석탄발전소가 제때 퇴출되지 않아 에너지 초과공급을 발생시켰고 이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 결과로 최근 스페인에서는 폐쇄됐거나 폐쇄 예정인 발전소와 석탄 광산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 정책에 대한 논의가 급부상했다. 정의로운 전환 정책은 보상 문제, 재교육 및 전직에 관한 미시적인 접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원순환 경제 활성화, 청소년 교육 및 취약계층에 대한 연구 및 분석 등 근본적인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을 촉진하는 형태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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