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금 수령 위한 계좌 개설에 비밀번호 구두로 물어봐
이후 적금 권유해 가입하자 비밀번호 또 직접 입력…“고객 편의 위했지만 잘못”
농협은행 관계자 “고객 응대 문제 있었다” 인정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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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직원이 로또 1등 당첨금을 수령하기 위해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계좌 비밀번호를 구두로 물어본 뒤 직접 입력해 논란이 됐다.

농협은행 측은 “이같은 일은 처음”이라며 고객의 비밀번호를 직접 물어본 것은 문제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27일 MBC 보도에 따르면, 로또 1등 당첨자 A씨는 서울 서대문 소재 농협은행 본점을 찾아 당첨금을 수령하려 방문했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 직원이 비밀번호를 묻고 적금까지 들도록 권유해 계획에 없던 적금까지 만들었다.

로또 1등 당첨금은 43억원으로 세금을 제하면 29억원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로또에 당첨이 되면 농협은행 본점에 방문해 당첨자 전용 창구인 3층에서 당첨금을 수령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A씨에 따르면, 당시 농협 직원은 어디서 당첨된 것인지 등을 질문하며 로또 당첨금을 찾으러 온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A씨는 농협직원이 당첨금을 받을 통장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비밀번호를 구두로 물어봤다고 주장했다. 보통 계좌 비밀번호는 본인 외에 노출이 금지돼 고객이 직접 단말기에 입력하게 되는 만큼 A씨는 당황했지만, 돈을 받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구두로 비밀번호를 불러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농협직원은 A씨에게 당첨금을 총 5억원짜리 연금 상품에 넣으라고도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거절했지만 다른 상품들에 대한 가입 요구에 결국 계획에 없었던 적금을 가입했으며, 이 적금 통장을 가입하는 상황에서 마저도 농협직원이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비밀번호 노출 등을 겪은 A씨는 금융감독원에 정식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본지 취재 결과, A씨를 담당한 직원은 일반 직원이 아닌 복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팀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은행 측은 A씨가 은행 업무를 오래 기다리고 있던 상황에서 해당 팀장이 고객의 편의를 위해 응대한 행동이지만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한 부분은 당연히 잘못된 대응이었다고 인정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당시 고객이 오래 기다리셨고 그날따라 세분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보니 비밀번호의 경우 당연히 단말기에 입력하게 해야 되는데 편의를 봐주겠다고 ‘앉아계세요’하고 비밀번호가 어떻게 되는지 구두로 물어본 것”이라면서도 “영업시간이 거의 끝난 상황이었고 프라이빗한 공간에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직접 고객에게 해달라고 해야 되는 데 잘못했던 것 같다. 은행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적금 가입 과정에 대해서도 사측은 문제를 인정했지만, 강요가 아닌 소개였다는 설명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강요는 없었고 권유도 아니고 상품을 제시한 것인데 응대 자체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자산관리 서비스 차원이지만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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