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부재 첫 사모펀드 분조위…분쟁조정 제도 자체 개선 요구
분조위 해결 고수해온 기업은행에 피해자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해야”

금융감독원 건물. [사진=더리브스]
금융감독원 건물. [사진=더리브스]

국책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펀드를 대상으로 열리는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4일 디스커버리 펀드 관련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해 배상비율을 논의할 예정이다.

디스커버리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기업은행은 그간 피해자 측이 요구한 사적화해(자율배상)를 거절한 대신, 분조위를 통한 해결책을 고수해왔다.

이에 분조위 일정을 앞두고 있지만, 제도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난 이후 처음 열리는 사모펀드 분조위인만큼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특히 피해자 연대는 원금 전액반환을 요구하는 데서 더 나아가, 금감원의 분쟁조정 절차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국가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후정산 방식 분조위 진행…“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여지 있어”


디스커버리 펀드는 기업은행이 2017년~2019년 판매한 펀드로,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환매가 연기됐다. 사실상 환매가 중단된 해당 펀드는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로 그 금액 규모는 각각 695억원, 21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투자자들의 강력한 항의 등으로 원금의 최대 50%를 일부 선지급한 바 있지만, 원만한 사적화해에 이르지 못하면서 분조위가 열리게 됐다.

라임펀드 등에 이어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해서도 이같이 금융사와 피해자간 분쟁조정을 받을 수 있는 분조위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피해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하는 분조위는 아니다. 사기 혐의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실에 대한 사후정산 방식으로 배상비율이 논의되는 형태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원금 반환 100% 결정이 나온 라임무역금융 펀드, 옵티머스 펀드 등과 마찬가지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당시 재간접펀드인 디스커버리펀드의 투자대상 자체가 상당부분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하거나 투자목적의 달성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러 원금 손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던 점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사유 중 중요부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대위, “디스커버리 펀드 분조위 전면 바뀌어야“


피해자들의 기대와는 다른 분조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뿐 아니라 전국 사모펀드 공동대책위원회가 함께 나서 분조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공대위는 분조위 운영과 결정방식을 비판하며 “디스커버리 펀드 분조위가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공대위는 “당사자 간 분쟁에 대해 합리적 조정의견을 제시해 분쟁을 종결시키는 분쟁조정 과정에서, 정부도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이자 책임 당사자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2015년 모험자본 성격의 사모펀드 규모와 역할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자본시장 및 금융산업의 역동성과 사모펀드 순기능 제고를 위해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적극 도입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약 6조6000억의 사모펀드가 환매 중단 사태를 맞았다”며 “환매중단 된 사모펀드 대부분이 해외 재간접 펀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대위는 정보의 비대칭에서 발생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문제로 주목했다. 이는 거래의 당사자 중 정보가 한쪽만 있는 상황에서, 정보가 없는 쪽에 불리하게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다.

공대위는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는 사모펀드를 활성화하면서 정보 비대칭성을 허용하고 역선택을 조장하는 정책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부는 뒤늦게 각종 대책을 내놓으면서 정책 실패의 피해자들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 금감원의 불완전 판매 방식의 분쟁조정도 피해자들에게 납득 되지 않고 불공정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공대위는 불완전 판매 방식의 분쟁조정을 개선하는 여러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공대위는 펀드 가입에 대해 피해자 자기 책임의 방식에서 탈피해 초고위험 상품 판매를 공통가중요소로 삼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수의 판매사들이 자산 실재성을 확인하지 않고 판매에만 급급해 착오를 유발했다는 시각에서다.

또한, 공대위는 금감원이 펀드 가입시 필수 서류상에 있는 신청인 성명이나 서명 누락 등 금융사의 서류 부실에 대해서도 책임을 더 높게 물어야한다는 지적이다. 대리사인의 경우 금융실명법 및 신용정보법 위반 소지가 높다는 측면에서다.

이밖에도 ▲같은 펀드에 대한 수익경험은 배상에 있어 차감요소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점 ▲금융사들이 운영하는 복합 점포에서 고객정보 교류허용범위를 초과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부과해야한다는 점 ▲펀드별 분쟁조정안을 결정하면서 대표사례 이외 나머지 피해자들은 자율조정으로 진행되는 경우 명확한 절차와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 ▲분쟁조정안 수락시 헌법상 권리인 형사고소 고발에 대해 취하 또는 부제기를 추가적인 조건으로 내걸지 않도록 표준동의서 준칙 도입 등이 요구되고 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저작권자 © 더리브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