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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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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었던 회사 중 오너 일가의 싸움으로 많이 힘들어한 기업이 있어요. 이 기업은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으로 약 10년 간 상표권 소송과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곳이거든요.

금호석화는 최근 금호건설이 제기한 상표권 소송에서 승소했어요. 이로써 금호석화는 상표 사용에 있어 자유로워졌어요. 하지만 금호석화 박찬구 명예 회장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것 같아요. 금호건설은 셋째 형의 아들. 즉 조카가 이끄는 회사거든요.

금호석화 박찬구 명예 회장. [그래픽=김현지 기자]
금호석화 박찬구 명예 회장. [그래픽=김현지 기자]

이에 앞서 박찬구 명예 회장은 금호석화 경영권을 두고 둘째 형의 아들(조카)과 다툰 적도 있어요.

그동안 가족들과 다툼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금호석화와 박찬구 명예 회장. 이들에게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도 산더미예요. 그렇다면 금호석화에 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현재 상황에 대해 함께 알아볼까요?


‘우여곡절’ 금호석화…형·동생 다툼으로 그룹서 나와


[그래픽=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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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순위 50위인 금호석화그룹은 계열사 13개를 거느리고 있어요(2023년 기준). 모회사는 금호석화로 범금호家예요. 금호석화는 정밀화학,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 제품과 리조트, 물류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수요가 많아진 라텍스 장갑 생산도 금호석화가 하는 사업이죠.

금호석화는 앞서 금호그룹에 속해 있었어요. 금호그룹은 고속버스로 돈을 벌어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한 기업이에요. 그래서 금호그룹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불렀어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찬구 명예회장의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예요. 그리고 승계 룰에 따라 형제들이 돌아가며 회장을 맡았었죠.

하지만 박찬구 명예 회장의 셋째 형인 박삼구 전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맡으며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죠. 먼저 박삼구 전 회장은 박찬구 명예 회장과 대우건설·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크게 다투게 되죠.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할 때 약 10조원을 들였는데, 이때 박찬구 명예 회장이 반대했거든요.

또한 박삼구 전 회장은 승계 룰을 깨고 동생인 박찬구 명예 회장이 아닌, 자신의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주려고 하면서 두 형제의 사이는 더욱 나빠지기 시작해요.

그래서 박찬구 명예 회장은 그룹의 화학 계열. 즉 금호석화 등을 가지고 독립하길 원했어요. 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은 이를 반대했고, 결국 소송까지 이르게 되죠.

형과 동생이 다투는 사이, 그룹은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인해 힘들어지기 시작해요. 그리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해체되기에 이르러요. 이때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매각돼요.

이후 박찬구 명예 회장은 금호석화 등을 가지고 나오길 성공해요.

현재 해체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실상 금호그룹이라는 이름 하에 금호고속과 금호건설을 집단으로 이루고 있어요.


형·조카와 첫 번째 싸움…‘금호’란 이름 때문


[그래픽=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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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에 성공한 박찬구 명예 회장은 앞으로 꽃길만 걸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문제가 터지기 시작하죠.

형(박삼구 전 회장)과 조카(박세창 사장)가 이끄는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이 ‘금호’라는 이름과 ‘심볼’을 사용하지 말고, 지금까지 사용한 사용료 약 261억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죠.

앞서 금호그룹은 금호산업과 금호석화를 지주사로 전환했는데, 이때 ‘금호’와 ‘아시아나’ 등의 상표권을 공동명의로 등록했어요. 하지만 박찬구 명예 회장이 금호석화를 가지고 나오면서 그룹은 분리됐고, 금호산업은 금호석화에 ‘금호’라는 이름의 실질적 권리자는 자신들에게 있다며 상표를 쓰지 말라고 해요.

이 싸움은 약 10년 동안 이뤄졌고, 결국 금호석화가 최종 승소해요. 금호석화는 이 싸움에 대해 불필요하고 소모적이었다고 설명해요.


조카와 두 번째 싸움…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그래픽=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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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명예 회장은 형과 상표권 사용 소송을 하는 와중에, 둘째 형의 아들. 즉 조카인 금호석화 박철완 전 상무와 경영권 분쟁을 하기 시작해요.

박철완 전 상무는 박찬구 명예 회장 둘째 형인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정구 전 회장의 장남이에요. 그리고 박 전 상무는 개인으로 볼 때 금호석화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요.

그래서였을까요? 박철완 전 상무는 약 2년간(2021년~2022년) 금호석화 주총에 배당과 정책, 사외이사 선임 등을 제안하며 회사와 갈등을 빚기 시작해요. 이러한 일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당시 박찬구 명예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반면, 박철완 전 상무는 승진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라 관측해요. 박준경 상무와 박철완 전 상무는 동갑인 사촌이거든요.

하지만 박철완 전 상무의 제안은 주총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박찬구·박준경의 승으로 끝이 나죠.

문제는 박철완 전 상무가 금호석화 최대주주이며, 우호 지분을 합하면 박찬구 명예 회장 가족의 지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에요. 금호석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박찬구 명예 회장의 지분은 6.96%예요. 그리고 아들인 박준경 사장(7.45%), 딸 박주형 부사장(1.01%)의 지분의 합은 15.42%예요.

반면 박철완 전 상무는 8.87%를 보유 중이죠. 그리고 모친인 김형일씨가 0.09%, 누나인 박은형, 박은경, 박은혜씨가 각 0.52%를 갖고 있죠. 또한 장인이 0.05%를 보유하며 총 10.57%의 우호 지분을 갖고 있어요.

즉 박찬구 명예 회장과 아들, 딸이 합세하면 박철완 전 상무 등의 지분을 뛰어넘지만, 7.51% 지분을 보유 중인 국민연금 등이 개입하면 경영권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러나 올해 주총에서는 박 전 상무가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어요.


금호석화, 향방은?


[그래픽=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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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는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크다고 볼 수 있어요. 소액주주들의 소유 주식 비율이 52.15%이거든요. 소액주주들은 약 2년간 이어온 경영권 분쟁에 화낸 적도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금호석화는 현재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어요.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높아지므로 주주에게 이익으로 돌아가죠. 

금호석화는 2004년 이후 19년 만인 2021년부터 자사주 소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요. 실제 금호석화는 2021년 12월 자사주 17만1847주를 소각했고, 지난해 9월 98만1532주를 추가로 소각했어요. 또한 지난 3월 1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뒤 전량 소각하는 계획도 세웠어요.

자사주 소각은 박찬구 명예 회장家에 좋은 일이에요. 자사주 소각을 하면 박찬구 명예 회장 家의 주당 가치도 상승하기 때문이죠. 또한 소액주주들이 환호하기 때문에 이들의 환심을 살 수도 있죠. 즉 자사주 소각은 서로에게 ‘윈-윈’인 셈이에요.

하지만 박철완 전 상무의 주당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에 고민에 휩싸일 수 있죠. 이때 금호석화가 생각해 낸 것이 우호 지분 확보예요. 금호석화는 2021년 12월 자사주 17만1847주를 소각한다는 취지하에 OCI 주식과 맞교환해요.

이를 통해 금호석화는 자사주를 처리하면서 OCI와 제휴뿐만 아니라 우호 지분도 확보하고 소액주주들의 환심도 살 수 있으니 1석 3조를 얻게 되는 셈이죠.

이에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해 주총을 앞두고 OCI의 의결권 행사를 막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요. 그러나 이는 이뤄지지 않았죠.

한편 금호석화는 현재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어요. 코로나19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엔데믹에 들어서며 매출이 감소했거든요. 그러나 그룹이 어려울 때에도 잘 헤쳐나간 금호석화기에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이 아직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3세에 들어서며 사촌(박준경 사장·박철완 전 상무)끼리의 싸움은 또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하지만 50%가 넘는 소액주주들을 위해서라도 다툼은 잠시 접어두고 전진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되길 바라요.

이영진 기자 hoback@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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