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건설 일부 공사 중단, 나비효과 우려
- 책임준공형 방식, 신탁사 키웠지만 잠재 채무부담

책임준공형 사업장 PF약정액/자기자본과 책임준공형 사업장 PF잔액/자기자본 그래프. [사진=한국신용평가 제공] 
책임준공형 사업장 PF약정액/자기자본과 책임준공형 사업장 PF잔액/자기자본 그래프. [사진=한국신용평가 제공] 

최근 5개년간 신탁사들이 선호해온 책임준공형 신탁 방식에 대해 위기 신호가 감지됐다. 주요 신탁사들이 연계돼있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일부 사업장이 중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신탁사들이 최근 급성장한 비결이기도 했던 책임준공형 신탁방식은 앞서 흔했던 차입형 개발신탁보다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돼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 불황기 속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수주에 따른 부담이 큰 만큼 건설사에서 신탁사로 리스크가 전이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업장 일부 중단 사태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일부 사업장이 자금난으로 중단되면서 연 초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 우려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는 사업주의 신용이나 담보가 아닌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가치 등을 토대로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사업성만 좋아 보이면 대출 규모가 한 기업의 자기자본을 수배에서 수십배나 넘어설 만큼 커진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경우 이는 그만큼 돈을 벌게 할 가능성을 키우지만 반대로 시장이 어려울 때는 그만한 레버리지만큼의 위험을 감수하게 만드는 구조다. 부동산 시장이 고금리, 미분양, 원자재 값 인상 등 리스크 요인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 부담이 그만큼 큰 셈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재 도급 순위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에서 일부 현장 공사가 중단되자 지난해 12월 22일 노조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지난 12일 법원은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향후 남은 절차는 서울회생법원의 기업회생절차 개시결정 혹은 기각 결정이다.


책임준공형으로 성장한 신탁사


한신평이 등급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사 9곳(KB·교보·대신·대한·신영·코람코·한자신·한토신·한국투자)을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는 사업장은 지난해 9월 기준 17건이다. 이중 불확실성에 노출된 유의 사업장 수 5건 중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은 4건이다.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은 최근까지만 해도 신탁사들이 급성장한 비결로 통했다. 차입형 개발신탁에 비해 시행사나 조합에 사업자금을 대출해주는 계정인 신탁계정대가 발생할 확률도 낮고 준공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다. 든든한 자금력만 보장해주면 큰 문제가 없었기에 특히 4대 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신탁사들은 그룹 내 캐시카우로서 최근 성장세가 가팔랐다.

이에 한신평 역시 대우조선해양건설 리스크가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위험 익스포저 노출이 제한적인 수준인데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재무적 대응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서다.

한신평 측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는 사업장 17건은 “(차입형 및 책임준공형 관리형개발신탁 중 미완공 사업장을 기준으로) 전체 사업장 약 600여건 중 2%에 불과하다”며 “해당 사업장의 사업규모, 신탁계정대 부담 수준, PF대출 규모 등도 전체 사업장의 2%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신평은 재무적 대응력과 관련해 “차입형 개발신탁보다는 특정 시기까지 준공을 완료해야 하는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 사업장에 대한 대응력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세 가지 시나리오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한신평 측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는 사업장 중 상당 부분이 준공기한을 준수하되 신탁계정대가 발생하지 않는 케이스로 파악한다며 “공사비 상승 폭이 제한적이며 분양률이 일정 수준 올라옴에 따라 분양대금과 PF자금을 통해 준공이 가능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다만 준공기한을 준수하되 신탁계정대가 발생할 시에는 부동산신탁사 자기자본 대비 0~24% 규모의 신탁계정대가 발생할 수 있으며, 준공기한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에는 신탁사가 대출기관에 배상해야 하지만 이런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의견이다.

한신평 측은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 상품이 출시된 이후 책임준공 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사례가 없어 발생한 손해의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만약 대출기관의 원리금 전액을 책임진다고 가정할 경우, 부동산신탁사 자기자본 대비 0~55% 규모의 신탁계정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리스크 전이 가능성


책임준공 기한을 준수하지 못한 선례가 없었다고 해서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신평 역시 “경상적인 상황에서는 신탁사 대응이 가능하더라도 건설업 전반에 걸쳐 부실 위험이 상승하는 경우 건설사 위험이 신탁사로 전염될 가능성은 높을 것”이라고 봤다.

책임준공형 신탁 상품이 등장한 2016년 이후 책임준공이 이행되지 않은 사례는 없다지만, 암암리에 중소형건설사가 이미 채무불이행 상태 내지 도산 위기에 처해있는 게 현실이다. 이 가운데 미준공과 미분양 위험에 모두 노출된 차입형 신탁에 비해 리스크가 낮아 보일 수는 있으나 자기자본 대비 수주 잔고가 높아왔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한신평 측은 “자기자본 대비 수주 잔고가 큰 책임준공형이 부동산신탁사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 진행에 있어 신탁사의 신탁계정대 부담이 발생한 경우는 적었고 그 결과 업권 전반에 걸쳐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수주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 사업장에 대한 PF대출잔액은 부동산신탁사 자기자본의 4.8~19.4배에 달한다. PF대출 약정액 기준으로는 자기자본의 6.9~38.0배에 달한다. 유사시 나타날 수 있는 우발위험이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상황이란 얘기다.

한편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 사업장에 참여하는 시공사가 주로 중소형 건설사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재무적 위기에 따라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하는 시공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 이와 관련 법원이 채무자인 시공사를 보호하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리면 신탁사의 부담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하나 관계자는 더리브스의 질의에 “보전처분은 채무자의 재산을 동결함으로써 채무자의 자산이 산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포괄적금지명령은 채권자 개개인의 채권추심행위를 금지하고 당해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일괄적으로 채무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둘 다 개시결정이 떨어지면 본격적인 화의절차가 개시됨으로써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대형 건설프로젝트의 진행 시 공사부지 및 건축물의 경우 신탁회사에 신탁이 돼 명의 자체가 신탁회사로 등기부에 소유권이 보전돼 있어서 신탁회사가 부도가 나기 전에는 끄떡없다”며 “다만 당해 사업지와 건축물에 대한 대출 채무자의 연체가 발생하면 신탁회사에서 공매를 진행하겠다는 단서를 신탁원부에 명시한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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