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소재 호텔 담보 부동산펀드, 2년째 환매 연기
- 피해자 “이자 올려준다고 신탁계약 변경 동의서도 기망”
- 유안타증권 “환매 연기 당시 PB 통해 공지했다”

유안타증권 본사. [사진=김은지 기자]
유안타증권 본사. [사진=김은지 기자]

유안타증권이 부동산펀드 판매를 둘러싸고 부실 검토 논란에 또 휩싸이게 됐다. 앞서 본지가 취재한 경상남도 양산 소재 공동주택 개발사업에 투자된 부동산 펀드에 이어, 이번에는 부산 소재 호텔에 투자된 부동산 펀드가 2년째 환매 지연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돼서다.

환매 연기 이유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투자자들은 답답한 마음에 판매사인 유안타증권에 증거 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여기에 운용사도 투자자 유치에 중요한 정보를 거의 유선상으로만 확인하고 펀드를 설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유안타증권은 환매 연기 사유를 당시 공지했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피해자들 일부는 공지 자체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판매사가 펀드 환매 시간을 끌기 위해 약정서도 없이 이자를 더 올려주겠다는 내용으로 신탁계약 변경 동의서만 받아가는 등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안타증권 판매 부동산펀드, 환매 무소식


지마이티 해운대부동산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 펀드 구조.  [사진=제보자 제공]
지마이티 해운대부동산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 펀드 구조.  [사진=제보자 제공]

5일 더리브스 취재를 종합하면 태성자산운용이 설정하고 유안타증권이 판매한 ‘지마이티 해운대부동산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는 지난 2019년 7월 15일 설정된 후 수차 연기돼 올해 5월 16일 또 만기일이 됐지만 상환이 되지 않고 있다.

이 펀드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소재 분양형 호텔인 르와지르호텔 신축사업의 시행사에 대한 대출에 투자금액을 모집하는 구조인데, 첫 펀드 만기는 최초 설정일로부터 7개월 후인 2020년 2월 15일이었다. 이후 각각 1년, 1년 3개월 두 차례 기간이 연장돼 2년 3개월 후인 올해 최종 만기일이 도래했던 상황이다.

해당 펀드를 통해 쌩큐로드디엔씨(시행사)가 호텔 신축사업을 진행하는 데 자금이 투자된 후 투자자들은 분양잔금으로 발생한 수익을 돌려 받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펀드를 가입한 이후 롯데건설(시공사)이 받아갈 수익이 110억원에서 159억원으로 불어나 시행사로부터 받아야 할 수익금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은 펀드 가입 당시만해도 시공사가 110억원을 가져가게 된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최초 만기 이후에야 시공사가 받아갈 돈이 49억원 많아졌다는 사실을 유안타증권을 통해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설상가상으로 분양자들이 대규모로 분양을 취소하면서 호텔 미분양율이 금액대비 30%로 올라 투자자들이 받을 돈은 크게 부족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앞서 투자자들이 받은 펀드 설명서에 따르면 총 분양금의 수익권자 제1순위로 아주캐피탈(100억원), NH투자증권(200억원)이 배정받았고 롯데건설은 110억원의 이익을 가져가도록 명기됐다. 시행사 이익도 104억원으로 표기돼 펀드로 모집한 자금이 23억원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상환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였다. 당시 분양 현황도 객실 100%, 근린생활시설 93%로 분양율이 98% 모두 완료된 것으로 설명돼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환이 보장된 구조로 믿을 수 있었던 셈이다.


운용사, 공식 서류 없이 펀드 설정 논란


9월 6일자 수익자회의록. [사진=제보자 제공] 
9월 6일자 수익자회의록. [사진=제보자 제공] 

사실상 펀드는 설정 자체부터 문제가 있었다. 투자자들은 운용사인 태성자산운용이 펀드 설정 당시 시공사 수익권과 분양률 수치에 대해 증빙 서류 없이 통화로만 수치를 듣고 펀드를 설정했다고 의혹 제기했다.

운용사 관계자와 투자자들이 지난 9월 6일 참석한 수익자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운용사 측은 펀드 설정 당시 신탁사 및 롯데건설로부터 분양률 98%와 공사비 110억원에 대한 공식적인 문서를 제공받지 못했다.

투자자들이 의문을 가지고 펀드 설명서에 명기된 110억원과 분양률 98%을 증명하는 자료를 요청했지만 운용사는 해당 자료가 애초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투자자들은 “태성운용이 공식적인 문서를 확인하지도 않고 펀드 설명 자료에 롯데건설의 수익권은 110억원이라고 명기했다”며 “운용사가 신탁사와 건설사, 그리고 시행사에 분양 현황을 정확히 확인하는 과정을 가졌다면 분양에 대한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하고 애초에 펀드를 조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펀드를 판매한 유안타증권이 투자자 유치에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을 검증 없이 판매한 책임이 크다는 게 투자자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유안타증권은 정확한 상품 정보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허위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를 기망했다”고 지적했다.


유안타증권, 환매 연기 상황 설명 없이 연장 동의서만?


신탁계약서 변경 동의서 일부. [사진=제보자 제공]
신탁계약서 변경 동의서 일부. [사진=제보자 제공]

게다가 투자자들은 유안타증권이 해당 펀드의 환매가 어려워진 상황을 알고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펀드 기간 연장을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유안타증권이 환매가 연기된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이자를 올려주겠다는 내용의 신탁계약서 변경 동의서를 받아갔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투자자 A씨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사측이) 1년 연장해달라고 도장 받아갈 때는 ‘코로나 때문에 그렇다. 도장만 찍어주시고 이자를 더 드린다’고 했다”며 “(사측이) 49억원이 많아진 것을 알았을 때 이미 펀드 환매가 안되는 것을 알았지만 우리를 속인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8월 열린 태성운용 수익자 총회에서 시행사와 수분양자 간의 법적 다툼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30%의 수분양자가 분양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투자자들은 이 역시 환매가 연기된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여기에 운용사와 시행사 간의 법적 다툼도 있었지만 투자자들은 그전까지 판매사로부터 전혀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에 해당 펀드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는 투자자는 “지연 이유 중 하나가 법적 다툼 때문이었다면 유안타증권은 법적 다툼의 내용, 즉 운용사가 시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고소장 등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의무가 있었다”며 “유안타증권은 그 당시 투자자에게 진실을 알려주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체 없는 신탁계약 연장 동의서만 받아갔다”고 말했다.

더욱이 동의서에는 기간 연장시 이자를 최대 13%까지 제공하겠다는 등 투자자들이 보기에 현혹될 수밖에 없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은 이같은 이자를 제공하려면 상식적으로 운용사와 시행사간 실질적인 합의가 있었어야 하나 없었다고 짚었다.

실제로 시행사와 운용사 간 계약서 변경에 대한 합의서 또는 약정서는 투자자들의 요구에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 A씨는 “실제로 돈을 주는 사람은 시행사인데 13%를 어떤 식으로 주겠다고 설명해주는 내용이 없다”며 “변경된 내용에 대한 합의는 운용사와 시행사 사이에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기다려야, 환매 연기 상황 공지했다”


이와 관련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이 펀드의 경우 잘 되다가 미분양이 돼서 투자금 환수가 안되는 상황인데 금감원이 운용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쳤기 때문에 검사 결과에 대한 답변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기가 한 달 남았을 때 운용사에서 일부 수분양자들의 잔금 납입이 지연되고 있는 등 상황을 (유안타증권에게) 알려줬고 그 내용을 담당 PB를 통해 고객들에게 다 공지했다”고 덧붙였다.

PB들이 모든 고객들에게 다 공지한 것을 확인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관계자는 “그것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한편 유안타증권은 해당 펀드 환매 상황에 대해서 운용사 측이 수익자 총회 때 투자자들에게 향후 상환 계획을 설명했다는 입장인 반면, 실제 현장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이를 전혀 듣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A씨는 “수익자총회는 법적으로 진행돼야 해서 운용사 측과 만나기는 했지만 판매사와 얘기하라는 식이었고 상환 계획을 하나도 듣지 못했다”며 “유안타증권도 운용사와 얘기를 안하고 있고 (피해자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안해주고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임서우 기자 dlatjdn@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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