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부터 연쇄적으로 불거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많은 금융 소비자 피해를 야기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되고 금융사들이 내부통제를 재정비하는 등 의미 있는 진전은 있었지만, 피해 구제 절차는 온전하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남아있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가중된 모습입니다.

더 나아가 피해자들은 금융사들의 잘잘못을 입증해야만 원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된 만큼, 철저한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볼수록 얽히고설킨 사모펀드 사태.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해소되며 금융시장에 정의가 바로 서기까지, 끝까지 진실을 추적하고자 합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사진=김은지 기자]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사진=김은지 기자]

하반기 국정감사 전까지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대한 수사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이 제한되는 ‘검수완박’ 법안이 오는 9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펀드는 판매사 공동으로 설립된 웰브릿지자산운용을 통해 투자금 회수 및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나 1조6000억원대에 이르는 피해금의 향방은 제대로 공개된 바 없다.

이에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새롭게 출범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라임사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혜펀드 의혹과 밀접한 환매취소 전산조작 사건의 전말과 실체 등 합수단이 밝혀내야 하는 진실이 아직 남아있다.


라임펀드 수사 기대감 커진 배경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과 함께 합수단이 출범하면서 라임 사태 수사에 대한 기대감은 다시금 높아지게 됐다.

합수단의 전신이었던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은 2020년 1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해체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라임 사태를 덮기 위한 게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3년간 라임펀드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제재나 분쟁조정은 형식상으로라도 결과가 나온 반면 라임사태의 본질이 드러나는 수사 결과는 없었다.

이외에도 환매 중단된 다른 펀드들을 둘러싼 수사 요구가 많았지만 진척이 없던 중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합수단이 꾸려지면서 라임펀드 수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오는 9월부터로 예정된 ‘검수완박’ 시행은 그 이전까지 라임펀드 수사가 불가피하게 진행되도록 자극하는 ‘데드라인’을 만들어준 격이 됐다.


투자금 회수 더딘 라임…사태 본질 비껴간 인물 수사


환매 중단된 라임펀드 30여개는 현재 웰브릿지자산운용에 넘겨져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고 있으나 회수율이 목표액 절반에 그치는 등 부진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제공받은 웰브릿지자산운용의 분기별 회수 계획 및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금회수율은 51.7%로 절반에 불과했다.

현재 웰브릿지운용이 이관 받아 운용 중인 모펀드는 총 5개이지만 해외 법적 분쟁과 관계된 3개 모펀드에서는 회수가 아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펀드인 ‘플루토 FI-D-1호’와 ‘테티스 2호’에서만 회수가 진행돼 회수율은 각각 43.8%, 72.5%로 집계됐다.

더욱이 그간 라임 관련 인물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토대로 재판이 진행됐지만 사태의 진실을 드러내는 본질은 비껴간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라임 관련 수사는 주로 인물에 대한 역할 책임에 따른 징계로 이어졌을 뿐, 피해가 야기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고 누가 불법이익을 취했거나 은폐했는지 등은 드러나지 않아서다.

수사를 토대로 현재까지 이뤄진 재판 상황은 라임 사태의 진상을 드러냈다기보다는 개인에 대한 징역과 벌금 선고에 그쳐있다.

이종필 전 라임운용 부사장과 원종준 대표이사는 각각 펀드 설계·운용 총괄과 사태 총 책임자라는 입장에서 징역과 벌금 선고가 이뤄졌으며 2심이 진행 중이다. 김정훈 전 청와대 행정관은 금감원 라임 관련 문건을 라임에 전달한 혐의로 2심 징역을 선고받았으며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펀드 부실판매를 이유로 징역 2년과 벌금이 부과됐다. 이밖에 임일우 전 신한금융투자 PBS본부장과 김모 전 라임 대체투자운용본부장,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는 각각 징역 5년 이상을 선고받았다.


합수단, ‘특혜펀드와 환매취소 전산조작 의혹’ 본질 수사 기대


대신증권이 판매한 라임펀드 '폴라리스1호'가 지난 5월 30일~6월 3일 기준 42.79%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대신증권이 판매한 라임펀드 '폴라리스1호'가 지난 5월 30일~6월 3일 기준 42.79%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검수완박의 그늘이 드리워지기 전, 합수단은 무엇보다 특혜펀드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라임펀드와 펀드 환매취소 전산조작 의혹을 둘러싼 재수사에 빠르게 착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펀드 돌려막기와 환매중단으로 묶였던 자금이 어디로 누구에게 흘러들어간 결과 다수의 원금 손실 피해자를 양산했는지 밝히는 게 피해 진상을 드러내는 본질이 되기 때문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딸 가족 4명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이 부사장 관계사인 에스모머티리얼즈 등이 가입해 특혜펀드로 알려진 테티스11호에 이어 이보다 특혜가 많은 VVIP펀드로 알려진 ‘폴라리스1호’ 펀드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진실규명 요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반인들이 가입한 주요 라임펀드와는 환매 비중이 월등히 차이가 나는 모습에서다.

이에 피해자들은 환매를 요청했지만 취소로 조작돼 원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은 일반 라임펀드와 달리 환매가 이뤄진 특혜펀드를 통해 이득을 취했을 집단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례로 폴라리스1호 펀드는 가입자가 기관인 것으로 알려져 개인들이 특정금전신탁 방식으로 가입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라임 피해자 A씨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2019년 10월 환매중단 사태가 터진 이후 2020년 말과 2021년 테티스11호와 폴라리스 펀드는 환매 비중이 너무 컸다”며 “다른 펀드가 잔액의 10% 수준이라면 특혜 의혹펀드들은 거의 90%나 50% 이상을 다 환매해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피해자들은 라임펀드 전산조작 사건과 관련 전자금융거래법위반과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사전자기록변작 등을 혐의로 판매사인 대신증권을 고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검은 서울고검의 재기수사 명령에도 최근까지 두 차례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내렸으나, 지난달 24일 피해자들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한 만큼 검찰 재수사가 다시금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밖에 라임 환매중단에 앞서 대신증권의 라임펀드 고객 계좌를 이관받은 메리츠증권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은 대신증권과 거의 동일한 명목으로 지난해 1월 25일 고소장을 제출했으나 아직도 수사 중인 것으로만 알려져 향후 검찰 수사 결과가 신속히 나올지 주목된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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