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은 수익성 예측에도 정부 주도 사업에 통 큰 금융지원
- GEYK, 다큐로 현지 환경오염·건강문제 피해 실태 알려
- 애초부터 특정 산업 ‘유동성 살리기’ 목적이었나 비판도
- 해외석탄발전 신규 지원 중단에도 기존 지원 가능성 열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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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국내 금융이 대거 투입된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인 자와9·10호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지인들이 환경오염 피해를 입고 있다는 실태가 알려지면서, 발전소 중단에 대한 요구가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부는 해외석탄발전 신규 지원 중단을 발표했지만 기존 사업에 대한 지원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둔 상태다. 국내에선 탈 석탄을 외치면서 해외에선 조용히 석탄 사업을 진행 중인 정부의 이중성이 엿보이는 셈이다.


한국·인니 정부 주도 사업에 국책·시중은행 대거 금융지원


자와9·10호기 사업은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부 반튼주에 2000㎿급 화력발전소 2기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가 약 35억 달러(약 3조9000억원)에 달한다.

지분 구조 등을 살펴보면, 인니 자와9·10호기 사업은 처음부터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가 개입돼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업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전력공사가 최대 지분 51%를 보유하고 현지 발전 및 석유화학 생산기업인 ‘Barito Pacific’이 보유한 지분 49% 중 한국전력이 지분 15%를 인수해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 사업비 중 자본투자와 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각각 1조647억원(9억6000만달러), 2조8060억원(25억3000만달러)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중 한전은 전체 지분 투자 금액의 1/3에 달하는 600억원 가량의 지분을 투자하고 추가로 300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대출 금액에서는 절반이 넘는 1조7000억원 가량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증보험공사, 하나은행 등으로부터 투자됐다. 이들을 포함한 국내외 11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에는 CIMB은행, 메이은행, 중국은행, 만디리은행, 니가라인도네시아은행, 인도네시아 수출입은행 등도 있었다.

시민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예비타당성조사 1차 평가에서 한전은 1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됐다. 그러함에도 진행된 2차 평가 역시 85억원 가량의 적자가 예측됐다. 한전을 비롯한 국책은행 등은 이후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사업타당성조사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경제성은 계속 우려됐지만, 사업은 결국 지난해 6월 한전 이사회를 통과했다.


평화로웠던 농촌 마을 ‘자와’…공사 이후 건강·환경 문제 나타나


국내에서는 활발히 그린뉴딜을 추진 중인 정부가 해외에서는 정반대의 일을 꾸미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밖에서 벌어지는 이중적 행동”, 바로 ‘해외 석탄 발전소 투자 사업’ 그중에서도 자와9·10호기 사업이다.

기후변화청년단체 긱(GEYK)의 자와 TF팀과 IPB 대학교 히마그레토, 국제 시민단체 350.org Asia가 함께 기획·제작한 단편 다큐 ‘K-illers ; 병들어가는 자와, 우리의 공멸’에 따르면, 자와9·10호기 사업이 들어선 인구 6500명의 자와 마을은 원래 코코넛과 바나나, 고추 등이 흔했던 전형적인 농촌이며, 풍부한 자연자원으로 주민들이 물고기를 잡고 농사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1984년 자와 석탄발전소 1호기가 들어서면서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은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이후 계속 지어진 발전소는 현재 진행되는 자와9·10호기에 이르렀다. 긱이 현지 환경단체인 ‘트렌드아시아’로부터 받은 회신에 따르면, 자와9·10호기 사업은 올해 2월 현지 착공에 들어갔다.

다큐에서 한 자와 보건소 직원은 “공사가 시작되면서 근처에 흙을 채워 넣고 있는데 이로 인해 먼지가 더 심해져서 걷잡을 수 없게 됐다”며 “구체적으로 궤양 발열 ARI 결핵 등 여러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와에 사는 어부는 “자와9·10호기 공사가 진행되면서 바다가 300m 정도 매립으로 덮이자 산호 군락지와 어류산란지도 모두 묻혔다. 이제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약 15-25마일을 더 가야한다”며 “현재 1-7호기로 인해 이미 마을에 먼지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다. 9-10호기 사업에 대한 제 바람은 이 지역을 제발 도와주셨으면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자와 석탄발전소에서 한때 근무했던 노동자는 “하층사회는 이전 발전소 건설의 부정적인 영향을 알고 느끼지만 그 위에 상급자들은 괜찮아 보인다”며 “하층사회는 신경 쓰지도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긱은 이같은 현지인터뷰 등을 토대로 “개발도상국은 기술과 경제적 이유 때문에 아직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 과연 맞는 말인가”라는 물음을 남겼다.


자와9·10호기 수주로 활력 찾은 기업 있지만…사업성 우려 여전


현지인들이 밝힌 상황과 달리, 자와9·10호기 수주로 활력을 찾은 기업도 있다. 해당 사업의 시공을 맡은 두산중공업이다.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자로 발전소 건설에 참여하게 된 두산중공업의 사업 수주 금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이 해당 사업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배경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두산중공업의 베트남법인 두산비나는 자와9·10호기 설립을 위한 주요 구조 장비 1560톤을 처음 선적했다. 두산비나는 지난해 12월 구조물 공급 계약에 따라 보일러 구조물, 파이프라인, 지지대, 석탄저장시스템 등 총 3만 6000톤의 장비를 3년간 공급해 2024년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점점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고 있지만, 사업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커 보인다.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석탄발전기술은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이미 경쟁력을 잃은 기술로, 그만큼 환경오염을 많이 일으키고 온실가스 많이 배출하고 발전단가도 싸지 않다”며 “오히려 이 단계를 바로 건너뛰고 재생에너지로 건너가는 게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도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동남아지역에서도 2028년에는 태양광 단가가 기존 석탄보다 더 저렴해진다는 분석을 감안하면 경제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윤 변호사는 “지금 자와9·10호기를 짓기 시작하면 완공이 2025년 정도로 예상되는데 이 지역에서 2028년이면 그리드패리티(태양광 발전단가가 석탄발전보다 낮아지는 시기)에 도달해 태양광보다 석탄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다. 즉 3년 정도 만에 이 전력계통에서 경제성을 잃게 되는 문제란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석탄발전소가 경쟁력을 잃으면 생산된 전력을 다 팔 수 없게 된다”며 “ 가치 있던 자산이 가치를 상실해 일명 ‘좌초자산’이 되면 투자 돈이 회수되지 못할 수 있어 이 사업 관련 기업이나 투자자들은 손실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해외석탄발전 신규 금융지원 중단 밝혔지만 기존 사업 지원 가능성 열어둔 정부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 관련 국내외 전방위 압박을 받는 상태다. 이 가운데 이달부터는 신규 해외석탄발전에 대한 공적금융지원 중단을 밝히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서야 추진된 자와9·10호기 사업에 대해서는 현지인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사실상 진행을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은 화상으로 개최된 ‘기후정상회의’에서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발언 시기는 이미 자와9·10호기 사업이 착공된 시점이다.

또한 정부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존 승인된 사업에 대한 지원은 가능하다고 명시됐다. 이달부터 정부와 전 공공기관의 신규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은 원칙적으로 중단되지만, 상대국과의 경제·외교적 신뢰관계 혹은 사업 진행상황 등을 고려해 기존에 승인된 사업에 대한 지원은 가능하다는 내용은 포함됐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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