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 차량 시동 꺼져 서비스센터 방문
- 서비스센터, 차량 내 경유·물 혼입
- 석유관리원, 차량 내 경유 ‘품질부적합’·A씨가 주유한 주유소 ‘품질적합’
- 김필수 교수, “불량 경유는 차량 제조사에 책임 부과하기 어려워”
- 석유관리원, “주유소 배관 균열 등 외부 요인 때문일 수도”
- A씨, “일상적으로 주유…수리비용 부담 억울”
- 소비자원, “소비자가 책임소재 입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A씨의 차량이 시동 걸리지 않는 영상. [영상=제보자 제공]>

경유와 물이 혼입되어 차량이 훼손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하지만 누구의 잘못인지 인과관계를 밝히기 쉽지 않은 운전자 A씨는 몇 백만원에 달하는 수리비용을 부담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13일 더리브스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자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다. 그러나 센터 관계자는 “경유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라며 석유관리원에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받았고, 석유관리원은 ‘품질부적합’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해당 주유소는 ‘품질적합’이 나와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는 A씨는 자비로 엔진을 교체해야 할 위기다.


경과


A씨의 차량 내부에는 경유와 물이 혼합되어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A씨의 차량 내부에는 경유와 물이 혼합되어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무상보증기간이 남이 있는 운전자 A씨는 8월 1일 차량에 시동이 걸리지 않자,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시켰다. 일주일 뒤 A씨는 서비스센터 관계자로부터 “차량에서 물이 나왔다. 주유소 기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석유관리원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품질부적합’이 나오면 주유소와 협의해서 보험처리를 하면 된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서비스센터 측은 차량에 있는 경유 시료를 채취하고 검사를 해달라며 석유관리원에 보냈다. 또한 A씨가 마지막으로 주유한 주유소도 검사해달라며 석유관리원에 의뢰했다.


석유관리원, 차량 경유 ‘품질부적합’·주유소 ‘품질적합’


석유관리원은 서비스센터로부터 받은 시료는 '품질부적합'을, 주유소 검사 결과 '품질적합' 나왔다고 밝혔다. [사진=제보자 제공]
석유관리원은 서비스센터로부터 받은 시료는 '품질부적합'을, 주유소 검사 결과 '품질적합' 나왔다고 밝혔다. [사진=제보자 제공]

의뢰를 받은 석유관리원은 차량에 있는 경유는 ‘품질부적합’, 주유소는 ‘품질적합’으로 나왔다는 답변을 내놨다.

석유관리원은 8월 26일 “①자동차용 경유는 물과 침전물이 약 40.98부피% 혼입된 ‘품질부적합’ 제품임을 알려드린다”라며 “②8월 17일 경기도 소재 주유소를 직접 방문하여 자동차용 경유 3건을 품질검사한 결과 ‘품질적합’ 제품으로 확인됐다”고 알려왔다.

서비스센터 측은 “차량 결함이 아닌, 경유에 문제가 있으니 무상 수리를 못 해준다”라는 입장이고, A씨는 “일상적으로 주유를 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필수 교수, “불량 경유…업체에 책임 부과하기 어려워”


대림대학교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불법 튜닝을 한 차량과 마찬가지로, 불량 경유는 자동차 제조사에 책임을 부과하기 어렵다”라며 “A씨 입장에서는 불량 경유가 차량에 들어간 이유 등을 찾아야 하는데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주유소에서 불량 경유를 주유했다면, A씨가 직접 자료를 준비해서 주유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입증한 뒤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라며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석유관리원, “주유소 배관 균열 등 때문일 수도”


석유관리원읜 더리브스 질의에 "물과 침전물 혼입 등 품질부적합 제품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석유관리원 제공]
석유관리원읜 더리브스 질의에 "물과 침전물 혼입 등 품질부적합 제품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석유관리원 제공]

석유관리원은 땅에 묻힌 주유소 배관의 균열로 인해 비가 오는 날 물이 혼입될 수도 있는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이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더리브스의 질의에 “‘품질부적합’ 제품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①비가 내린 이후 주유소 배관 균열 등으로 인한 주유 시 수분 혼입 ②외기온도 변화에 따른 소비자 차량 연료탱크 내 자연적인 수분 생성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주유한 날짜와 석유관리원에 신고·접수되어 검사한 날짜가 다르고, 제시 시료와 현장검사 시료의 채취 환경 등이 다르므로 그로 인해 품질검사 결과가 상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량 제조사 관계자 “부품 이상 아닌 저품질 연료 유입 판단”


차량 제조사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점검 결과, 저품질 연료가 의심되어 연료를 추출하여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에 정식으로 의뢰했고, ‘연료에 수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연료 품질이 정상적이지 않다’라는 감정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시동꺼짐 증상 원인은 부품 이상이 아닌 저품질 연료 유입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A씨, “너무 억울하다”


A씨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일상적으로 차량에 주유를 했고 갑자기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는데 차량에 들어간 경유가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주유한 곳의 경유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라며 “차량 제조사는 ‘품질적합’ 판정받은 주유소 경유가 문제라며, 주유소와 협의하라고 한다. 또한 해당 주유소는 적합 판정받았다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주유를 한 것 밖에 없는데, 수리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너무 억울하다”라며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밝히기도 쉽지 않고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소비자원, 경유 자동차 시동 꺼짐 현상 조사결과 발표


# 2002년 8월 23일 구입한 경유 차량에 8월 29일 경유(4만원)를 주유 후 1km정도 주행하다가 시동이 꺼져 견인을 하여 확인한 결과, 엔진이 파손되었으며, 수리비가 200여만원이 나옴. 자동차 제조사는 연료불량이라고 주장하고, 주유소에서는 연료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함. - 소비자원에 접수된 사례

침전물이 발생한 경유. [사진=소비자원 제공]
침전물이 발생한 경유. [사진=소비자원 제공]

한국소비자원은 경유 자동차 시동 꺼짐 현상과 관련해 2002년, 2009년 등 수차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소비자원이 분석한 고장발생 원인으로는 ▲경유에 물이 함유되어 있는 경우(52.9%) ▲경유 불량으로 추정되는 경우(27.9%) ▲경유에 침전물(불순물)이나 이물질이 혼입된 경우(16.2%) 순이었다.

하지만 8.8%만 ‘무상으로 수리를 받았거나 수리비를 보상’받았으며, ‘자동차 제조사나 주유소로부터 전혀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가 85.3%로 나타났다.

소비자원 측은 “경유 자동차에 물이나 이물질 등이 혼입된 경우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자동차의 품질 문제가 아닌 연료에 문제가 있거나 운전자의 차량 관리 소홀로 인하여 발생한 고장이라고 하여 무상 수리를 거부하며, 주유소나 정유사에서는 여러 차량에 같은 연료를 주유하여도 이상이 없는데 피해 차량만 고장이 발생한 것은 연료의 문제가 아닌 자동차 품질 문제로 발생한 고장이라고 해 피해보상을 거부하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료 불량으로 고장이 발생할 경우 주유 즉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어려움이 많고, 시험검사를 의뢰할 시료확보가 어려워 책임소재를 소비자가 입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경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운행 중 시동이 꺼지는 현상을 예방하고, 특히 겨울철에 연료필터의 물 등을 배출하여 주지 않을 경우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평소 ‘차량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라며 “또한 운전자는 ▲경유 자동차는 초기 시동시에 예열이 필요하므로 계기판의 예열 표시등이 꺼진 후 시동을 건다 ▲1차 시동이 되지 않을 경우, 무리하게 연속적으로 시동을 걸지 말고 약 10초 후에 다시 시동을 거는 것이 좋다 ▲시동이 걸리면 약간의 예열을 한 후 서서히 출발하는 것이 좋다”라고 당부했다.

이하엘 기자 ha-el@tleaves.co.kr

저작권자 © 더리브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