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사 하나은행 비롯, TRS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대상 고발장 제출
피해자·시민단체 “검찰 고소했지만 1년 넘게 수사 진척 없어”
하나은행 관계자 “사적화해 85% 진행…원만한 합의 위해 최선”

서울지방경찰청. [사진=김은지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사진=김은지 기자]

원금 피해를 입은 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 25명이 판매사인 하나은행을 비롯한 자산운용사 및 TRS(총수익스와프) 증권사 등을 상대로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며 빠른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이미 하나은행 등을 펀드사기판매로 검찰 고소한 바 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수사가 진척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다.

9일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은행 등에 대해 형법상 사기 내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인 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제1항 위반,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 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 사실을 알렸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역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2019년 말부터 상환 연기 및 조기상환 실패 등으로 피해가 확대됐다.

피해자연대에 따르면, 해당 펀드의 판매사인 하나은행은 판매 당시 고객들에게 만기 내지 조기상환기간과 관련해 애초에 24개월 만기 상품을 ‘무조건 13개월 내에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며 사실과 다른 거짓 내용으로 펀드 상품을 소개했다. 또한 사실상 불가능한 ‘5% 확정 금리 보장’ 등을 언급해 피해자들로 하여금 수익이 확실시될 것으로 착오를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이날 더리브스가 제공받은 고발장에 따르면, 피고발인은 본 펀드를 판매한 주식회사 하나은행, 동 은행 투자상품부에서 주도적으로 본 펀드에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신용덕 씨와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CBIM과 판매사를 연결해줬다는 이유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한남어드바이져스 김현호 대표 등을 비롯한 총 39명이다.

피해 고발인들은 지난해 7월 20일자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이들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고 이후 수차례에 거쳐 변호인 의견서 및 추가 고소장 등을 제출한 바 있다.

당시 고소장에는 “피고발인 하나은행이 OEM방식으로 피고소인 자산운용회사(JB자산운용 등) 및 TRS 증권사 등을 통해 본 펀드를 설정, 운용하도록 하고 이를 고발인들을 비롯한 피해자들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거짓말로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힌 펀드사기판매 사건”이라며 “하나은행 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자산운용사 7곳과 TRS 증권사 3곳 및 그 임직원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요청”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고소가 1년이 더 지난 현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행한 고소는 불법행위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파악이 미흡하고, 검찰 수사의지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수사가 답보상태에 처해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기존 검찰의 미온적 수사를 비판하고, 무엇보다 수사가 소극적이었던 TRS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대해 수사를 강력히 요구하는 입장이다.

이날 고발장을 제출한 피해자연대 양수광 대표는 현장에서 “기존에 검찰 고발은 진행됐지만 특히 운용사에 대한 수사가 소극적이었던 점에서 이번에는 적극적인 수사를 요청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고발장을 통해 피해자들은 자산운용사 7곳(JB자산운용, 브이아이자산운용, 아름드리자산운용, 현대자산운용, 포트코리아 자산운용)과 TRS 증권사(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3곳에 대해 100% 증거금 유지 및 마진콜 행사 여부를 묻고 있다. 기존 계약보다 높은 증거금 비율을 유지하고 마진콜을 행사했다면 펀드 부실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에서다. 이들은 직접 해당 금융사에 질의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주식을 담보로 일정자금을 펀드에게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는 거래다. 이에 피해자들은 TRS 증권사와 관련 “처음부터 증거금을 100% 비율로 고정해 진행했다는 것은 증권사가 단 1%의 대출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를 증권사 입장에서 본다면 본 펀드의 기초자산(담보가치)에 해당하는 CBIM 펀드가 처음부터 극심한 위험에 빠진 부실 펀드이고 이에 대해 TRS 증권사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운용사들 또한 본 펀드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함이 목적이었다면 처음부터 증거금유지비율을 100%로 하라는 TRS 증권사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자산운용사들 역시 증거금 100% 유지라는 이례적 요구에 대해 저항 없이 수용했다는 것은 본 펀드 운용이 처음부터 정상적이지 않고 위험성이 존재함을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다는 반증이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나은행 CI. [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 CI. [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 관계자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펀드 관련 사적화해의 경우 판매된 계좌 중 선지급이 완료된 규모는 전체의 85% 정도로 진행됐다”며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입장을 소명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펀드 운용이나 설계 부분에서 지시와 관여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뤄지는 운용사와 증권사에 대한 조사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아닌 걸로 소명을 하고 있다”며 “해당 내용은 운용사와 증권사에서 확인이 될 부분이라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 수사가 진행돼야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답했다.

고발장과 관련해서는 이 관계자는 “원만한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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