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항소 여부에 제재심 일정 ‘불투명’…분조위도 이달 말 예정이나 미정
피해자들, 운용사·증권사에 하나은행 주도 정황 사실 확인 요구도
금감원 관계자 “확인 결과 아직 공개 못해…계약취소 가능성은 열려있어”

하나은행 CI. [사진=하나은행 홈페이지]
하나은행 CI. [사진=하나은행 홈페이지]

하나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지연됨에 따라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판매와 관련한 분쟁조정위원회가 먼저 개최될 전망이다.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는 투자금을 모집할 당시 단기 채권에 투자한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부실한 장기 채권에 투자됐다는 사기 의혹 등과 함께, 지난해부터 위탁생산(OEM)펀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품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계약취소를 강력히 외쳐왔던 가운데, 최근 금융감독원이 분쟁조정을 앞두고 계약취소 등을 감안한 법률자문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분쟁조정 일정, 제재심 앞설 듯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 16일에서 18일까지 분쟁조정을 위한 선행 단계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본 펀드 피해자 6명을 대상으로 삼자대면을 벌이고 현장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후 분쟁조정 일정은 불투명해왔지만, 금감원은 최근 분쟁조정을 앞두고 현장조사 등을 토대로 판매사의 배상책임 여부와 배상비율에 대한 법률 자문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분쟁조정이 이달 말 진행될 예정으로 보고 있으나, 본지 취재 결과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확정된 일정은 아직 없고, 법률자문도 언제 진행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우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법률자문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분쟁조정 날짜가 주로 결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제재심의 경우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의 DLF 관련 행정소송과 관련해 금감원이 항소 여부를 판단 후 진행될 예정이라 분쟁조정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DLF 소송에서 지적된 내부통제 문제가 하나은행 제재심에도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은 분조위하고 연관돼 진행되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분쟁조정 일정에 (제재심은) 따로 고려되는 건 아닌데다가 제재심 일정이 훨씬 더 미정인 상태”라고 말했다.


계약취소 무게 실릴 가능성


현장조사 이후 5개월여 만에 진행되는 분조위에서 계약취소에 무게가 실릴지는 피해자들 사이에서 주목되는 쟁점이다. 앞서 피해자들이 제출한 자료 등을 토대로 보면, 피해자들에게 설명된 채권과 다른 채권에 투자된 정황 등이 나타나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을 통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849억원이 판매된 헬스케어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역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CBIM이 채권을 할인 매입한 뒤 지방정부에 청구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었다. 하나은행은 판매 당시 ‘이탈리아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고 판매했지만. 삼일회계법인의 이탈리아 현지 실사보고서를 통해 펀드 구조가 상품설명서와 달랐다는 점이 알려진 바 있다.

2019년 상품설명서에는 13개월부터 조기상환이 가능하다고 명시됐으나 이는 애당초 불가능한 구조였던 점도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나온 돌려막기 의혹에 대해 피해자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민본은 지난 7월 22일 금감원에 제출한 분쟁조정의견서에서 “하나은행은 이탈리아 헬스케어 매출채권에 관련해 2017년에 2건, 2018년에 3건, 2019년에 무려 9건의 사실상 동일한 펀드를 판매했는데, 본 펀드 중 2019년 9월 23일 설정된 펀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탈리아 헬스케어 매출채권 펀드를 판매함으로써 ‘돌려막기’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결국 처음부터 이를 계획했기에 ‘만기가 무조건 1년 내지 13개월이다’라는 취지로 투자자들을 현혹한 것이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피해자들은 지난 3월 외국계 운용사로 알려진 CBIM과 하나은행을 연결해준 것으로 알려진 한남어드바이져스 대표가 동일인인 정황을 파악하면서 지난해 이어 하나은행을 추가 고소한 바도 있다.


사실확인 요구하는 피해자들…금감원 “확인했지만 아직 언급 못해”


7월 22일 하나은행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는 이날 오후 2시 금융감독원 앞에서 ‘투자원금 반환에 대한 분쟁조정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피해자연대 제공] 
7월 22일 하나은행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는 이날 오후 2시 금융감독원 앞에서 ‘투자원금 반환에 대한 분쟁조정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피해자연대 제공] 

피해자들은 잘못에 대한 책임의 중심에 판매사인 하나은행이 있다고 보고, 상품을 설계했던 운용사 및 TRS를 제공한 증권사 등에도 사실 확인을 요구해왔지만 답변을 받지 못해 의혹에 그쳐있다.

운용사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조기상환이 불가능하면서 만기 13개월 조기상환 구조로 언급된 부분과 관련해 하나은행의 상품 운용 설계 지시가 있었는지, TRS를 제공한 증권사에는 만약 펀드에 문제가 없다면 증거금을 왜 100% 설정했으며 마진콜은 넣었는지 여부를 물은 게 피해자들이 답변을 요청한 질의 내용이다.

피해자들은 지난 3월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포함된 자료열람요구권을 근거로 답변을 요구했으나, 법률 시행 전의 일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게 금감원의 답변이었다는 설명이다. 즉 해당 사실 확인은 금감원이나 수사권을 가진 검찰·경찰만 가능한 셈이다.

피해자 A씨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만기 13개월이 허위라는 것을 떠나서 이것만을 가지고도 명백한 OEM펀드의 증거가 되는 만큼 누가 펀드를 기획하고 주문했는지 사기를 주도한 혐의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금감원의 모든 조사가 하나은행에만 국한돼있고 운용사나 TRS 증권사에까지 조사권한이 없다면서 의혹만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조사 권한이 그렇게 축소돼있다면 하나은행이 자료를 은폐하거나 축소할 시 결과는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운용사나 증권사 등에 피해자들이 질의한 내용도 받아봤고, 그 부분까지도 고려해 검토를 진행 중에 있어 파악이 아주 ‘깜깜이’ 상태인 건 아니다”라며 “일단 전화 유선 상으로 (해당 운용사·증권사에) 협조를 구하지만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계약취소 부분이 검토되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이 관계자는 “여러 부분으로 민원인들이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취소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배상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열어놓고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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