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ICC중재 결정, 신 회장 풋옵션 매수 부담 덜어줘
풋옵션 행사 자체는 재협상 가능성↑…상장 재추진 여건도
노사 갈등 유일한 걸림돌 될 수도…관계 봉합에 주목
교보생명 관계자 “IPO 섣불리 추진 언급 어려워”

교보생명 광화문 본사. [사진=교보생명 제공] 
교보생명 광화문 본사. [사진=교보생명 제공] 

ICC중재 판정부가 지난 6일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니티에쿼티 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사이 주주간 ‘풋옵션 분쟁’에서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ICC 판정 결과를 토대로 신 회장은 IPO를 재추진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풋옵션 금액에 대한 합의는 기각됐으나 계약 자체는 여전히 효력이 남아 있고, 교보생명이 상반기 안정적인 수익은 물론 ESG 사업 추진, 업계 첫 마이데이터사업 본 허가 등으로 서비스 확장이 가능해진 배경에서다.

다만 신 회장이 IPO 상장을 다시 추진할 경우 임직원 및 노조와의 관계 개선이 하나의 중요한 변수로 보인다. 신 회장을 비롯한 사측은 노조와 직급제 도입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어온 바 있다.


풋옵션 매수 부담 덜게 된 신 회장


신 회장은 어제(6일) 국제 판정부의 결정을 통해 경영권 위협 요인으로 지목된 풋옵션 매수 부담을 덜게 돼 한 시름 놓게 됐다.

ICC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제출한 40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하거나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40만9000원이라는 금액이 신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경영권프리미엄을 가산한 금액이라고 주장했지만 중재판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기업공개(IPO) 지연에 대한 손해배상금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됐다.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주주간 계약 상 ‘IPO를 위해 최선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주장에 대해 “2018년 9월 이사회에서 이상훈 이사를 제외한 다른 이사들이 모두 IPO 추진을 반대했다는 점에서 주주간 계약 위반 정도는 미미하며, 신 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에 손해배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주장한 신 회장의 비밀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진척없던 IPO, 공판의 끝에서 재추진 기대감


ICC중재 결정은 마무리된 반면, 검찰 측에서 풋옵션 분쟁 관련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과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명에 대한 2차 공판은 오는 10일 진행되는 만큼 법적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다만 ICC가 어피니티의 풋옵션 가격은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권리 행사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고 있기에 다시 풋옵션 가격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IPO 재추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서 신 회장은 2012년 9월 어피니티컨소시엄과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간계약(SHA)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지분 24%를 약 1조2054억원에 인수했으며, 2015년 9월까지 IPO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신 회장에게 주식을 다시 팔수 있는 풋옵션 권리를 행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IPO는 기업 입장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교보생명이 기한 내 IPO를 실행하지 못하면서 2018년 10월 23일 어피니티는 풋옵션을 행사했다. 그러자 교보생명 이사회는 그해 12월 결의를 통해 IPO를 추진했지만 공모가와 두 배가 넘는 풋옵션 괴리감에 갈등이 불거졌으며, 어피니티가 ICC에 국제중재 신청을 낸 결과가 오늘에 이르렀다.

국내 법원 확정 판결과 효력이 동일하다는 ICC의 판정부가 풋옵션 행사 자체를 인정한 만큼, 교보생명이 IPO 추진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소한 이번 판정으로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풋옵션 가치 효력이 기각된 만큼, 신 회장은 현 지분을 지키면서 새롭게 IPO에 나설 수 있다.

교보생명의 상반기 실적이나 사업 추진 현황을 볼 때, IPO가 불가능해보이지는 않는다. 교보생명은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39.5% 증가한 61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또한 영업이익도 8383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늘어나는 등 보험영역 수익이 늘어난 모습이다. 특히 수입보험료는 7조50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인 6조2097억원에 비해 13.5%나 증가했다.

또한, 교보생명은 지난 7월 보험사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획득해 내년 1월부터 관련 서비스를 내놓는 등 유관 사업을 선두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지난 5월 21일에는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미래에셋증권, 한화손해보험, NICE평가정보와 ‘금융데이터 융합 기반 금융트렌드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초대형 민간 금융데이터댐 구축사업에도 나서 데이터 기반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라 교보생명은 ESG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달 교보생명은 생보사 최초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교보생명은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보험금 지급 능력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무디스에서는 신용등급이 7년 연속 A1으로 유지됐으며 등급 전망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됐다. 피치는 교보생명에 대해 9년 연속 A+ 등급을 부여해오고 있다.


노사 관계 ‘내부 과제’ 남았나…IPO 추진 관건


교보생명은 이번 ICC 판정을 기점으로 오랜 분쟁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IPO를 추진할 기로에 서있다.

실적과 사업 방향성 등도 IPO 재추진 가능성을 무르익게 하고 있지만, 한 가지 돌아봐야 할 부분으로 노사 문제가 남아있다.

교보생명은 현재 각자대표이사 체재로, 윤열현 사장을 통해 외부 법적 분쟁 속 내부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교보생명은 지난해 1월부터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시행하기로 해, 다음달 1일 인사를 통해 직원들의 직무 이동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 직무급제는 일의 중요도와 난이도 혹은 업무의 성격과 책임 수준에 따라 급여를 달리 하는 제도로, 임원과 부서장 등에게는 적용돼왔지만 전제 직원으로 확대된 건 금융사 중에서도 교보생명이 처음이었다.

다만 이를 둘러싸고 노조 간의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노조 측은 직무급제 세부사항에 이견이 있음에도 노조 동의 없이 회사 측이 실행을 강요했다며 반발했으며, 이같은 상황 중에 하위직무로 이동되거나 해고 조치도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보생명 이홍구 전 노조위원장은 “교보생명이 2년 사이 노조위원장(본인)을 포함한 직원을 해고했고, 이들 중 한명은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복직 판정을 받았다”며 “사건 발단은 2018년 11월 ‘직무급 확대’에 대한 조직원 반감이 커져 노조원을 포함한 800여명 직원들이 단체카톡방을 만들어 문제점을 지적해 사회적 관심을 얻자, 회사는 이를 차단학좌 카톡방 내용 중 회사 및 회장에 대한 비난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발 및 관련자를 색출, 면직 및 정직 등 중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교보생명은 ‘금융권 최초 확대’ 실시라는 타이틀에만 관심이 있을분 직무급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 직원들 우려가 많았다”며 “새로운 제도 도입 시 직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정서로 빠른 시일 내 좋은 제도로 정착시키려는 회사 의지를 표명해야 함에도 ‘직무급’에 대해서 회사 담당자 및 관리자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사측이 회사 친화적 노조 간부들을 포섭해 갈등이 남아있다는 게 이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 이 전 위원장은 “불법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집행부와 금년도 임금 협약을 진행하려 하자 고용노동부 및 회사에 공문을 보내 법적효력이 없음을 통보했지만 회사와 노조는 지난 2일 잠정합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권한 없는 어용노조와 교섭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 등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고용노동부장관과 관련자들을 고위공직자 수사처에 수사의뢰 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ICC판정의 핵심 쟁점은 어피니티컨소시엄이 40만9000원으로 풋옵션 행사한 부분을 중재판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주주 간 계약에서 풋조항은 있는 것이라 자체의 효력은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IPO와 관련해서는 섣불리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사측과 노조와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갈등 문제는 내부적으로 해소된 지 이미 수개월이 지났다”며 “직무급제는 현재 시행 중이며 노조 집행부도 바뀌어서 운영되고 있어 다른 갈등은 따로 없다”고 설명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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