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임대아파트 잦은 정전사고…입주민들 불안·고통

발행일 2022-01-23 14:15:5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구미 산동읍 호반 베르디움…입주 3년 간 다섯 차례 대규모 정전

시공사 등 한전 책임, 한전은 아파트내 시설이 문제라고 주장

구미 산동읍 확장단지 내 호반 베르디움 아파트 입주민들이 잦은 정전사고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정전사고가 난 호반베르디움아파트 주차장 모습.
구미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부 A씨는 최근 아침에 일어나 냉장고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첫 돌도 안 지난 아이의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보관했던 냉동식품들이 모두 녹아 있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B씨는 죽어가는 관상어를 지켜보며 한숨만 쉬었다. 6시간 넘도록 어항에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결국 집단 폐사했다.

A씨와 B씨 모두 정전으로 피해를 본 것이다.

B씨는 이날 정전으로 460여만 원의 피해를 입었지만 배상받지 못했다.

구미시 산동읍 확장단지 내 호반 베르디움 아파트에서 매년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총 2천92세대 규모인 이 아파트는 2019년 4월 입주 후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4일에도 정전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10분께 정전이 발생해 엘리베이터가 멈춰서고 지하 주차장은 암흑천지로 변했다.

이 아파트 단지는 입주 직후인 2019년 5월, 전 세대에 30분 간 정전이 발생한 데 이어 1년 만인 2020년 5윌31일 새벽 일부동 478세대가 15시간 동안 정전됐다.

정전사고와 관련해 관리사무소와 시행사인 티에스자산개발, 시공사인 호반건설 측은 한국전력에서 공급되는 전압이 불안정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한전은 시스템상 고압으로 정전된 사례가 없다며 아파트 내부에 설치된 변압기 등의 문제로 정전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원인을 찾지 못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지난해 1월7일 2천92세대 전체와 4월17일 503세대에 정전이 또 발생했다.

특히 4월17일 정전은 6시간30분이나 계속돼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지역구인 윤종호 구미시의원은 “요양환자나 생명유지 장치가 필요한 환자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어린아이들이 승강기에 갇혀 구조되는 등 큰 고통과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고 있는 데도 시공사와 한전 측은 서로 남 탓만 한다”고 “현행법상 임대주택은 분양주택과 달리 입주자대표회의 권한이 제한되고 시행사의 횡포로 주민들의 피해가 늘어만 간다”고 지적했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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