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LPBA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강지은(SK렌터카)이 김민아(NH농협카드)를 꺾고 4년 하고도 보름, 정확히 1,475일 만에 LPBA 정상에 섰다. 세트 스코어 4-3. 마지막 순간 터진 행운의 샷이 주목받았지만, 사실 그녀의 우승은 이미 데이터가 가리키고 있던 '예고된 결말'이었다.

# 1막 "오늘 경기는 끝났다"… 강지은의 무자비한 독주
경기 초반은 강지은을 위한 독무대였다. 1세트 접전(11:9)을 이겨낸 강지은의 큐는 거침없이 춤췄다. 2세트에서 뱅크샷 두 방을 앞세워 11:4로 압승하더니, 3세트에서는 하이런 8점을 몰아치며 단 3이닝 만에 11:1로 세트를 삭제해 버렸다. 세트 스코어 3-0. 강지은의 기세는 단순한 '우승 확정'을 넘어 '셧아웃(완승)'을 예고하고 있었다.
# 2막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민아의 대반격과 '리버스 스윕'의 공포
하지만 4세트부터 기류가 기묘하게 비틀렸다. 벼랑 끝에 몰린 김민아가 무서운 집중력으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김민아는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4세트를 만회하더니, 5세트(11:9)와 6세트(11:7)를 연달아 따내며 기어코 스코어를 3-3 원점으로 돌려놨다. 순식간에 동점이 되는 순간, 강지은에게는 '다 잡은 고기를 놓칠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 3막 운명의 8:8 더블 챔피언십포인트, 기적의 '배달 사고'
마지막 7세트 8:8, 피 말리는 서든데스 상황. 강지은은 앞돌리기 대회전을 선택했다. 수구는 득점 궤적을 벗어나는 듯했으나, 수구를 맞고 튕겨나온 1목적구가 2목적구를 밀어내는 키스(충돌)가 발생했다. 이 충돌로 2목적구는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빗나가던 강지은의 수구 방향에 맞춰 굴러와 기다리고 있었다.
"탁!"
의도치 않은 행운의 득점. 8:8의 균형을 깬 이 마지막 1점은 하늘이 강지은에게 선물한 '우승 배달'이었다. 하지만 이 행운은 결코 우연히 찾아온 손님이 아니었다.
# 숨겨진 복선 PBA팀리그가 증명한 '준비된 여제'
강지은의 이번 우승은 사실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올 시즌 강지은은 개인 투어보다 팀리그에서 이미 '여제'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그녀는 이번 시즌 팀리그 단·복식 64경기에 출전해 35승 29패를 기록 중이다. 이는 '당구 여제' 김가영(44승)과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37승)에 이은 LPBA 전체 다승 3위의 기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남녀 통합 순위다. 강지은의 승수는 PBA(남자) 선수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다. 그녀는 통합 다승 랭킹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그녀의 뒤로 김준태, 다비드 사파타, 다비드 마르티네스(이상 8~10위) 같은 거함들이 포진해 있다.
기록의 질도 훌륭하다. 팀리그 애버리지는 1.047에 달하고, 개인 투어에서도 0.93이라는 준수한 수치를 유지해 왔다. 단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을 뿐, 그녀는 이미 기량이 만개해 있었고 언제든 우승컵을 들어 올릴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 에필로그 1,475일의 인내, 실력이 행운을 불렀다
이로써 강지은은 지난 2021-22시즌 이후 1,475일 만에 통산 3승을 달성하며 우승 상금 4,000만 원과 누적 상금 1억 원 돌파의 기쁨을 맛봤다.
마지막 결승타는 분명 행운이었다. 하지만 그 행운이 찾아오기까지 강지은이 흘린 땀방울과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준비된 실력이 있었기에, 당구의 신도 마지막 순간 그녀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