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소리, 한국적 신표현주의, 관계의 흔적… 시각 예술로 만나는 세 가지 내러티브

[ MHN스포츠 ] / 기사승인 : 2025-11-29 18:30: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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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김수안 인턴기자) 연말 미술계는 아시아 이주 여성의 생존 언어, 한국적 영성을 담은 회화,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망을 탐구하는 설치미술 등 여성 작가들의 깊이 있는 개인전 세 편으로 풍성하게 채워지고 있다. 이광, 이희경, 한이랑 작가는 각각 자신의 독자적인 시각 언어를 통해 거대 서사 속 개인의 존재와 내면의 울림을 캔버스와 설치 공간 위에 펼쳐 보이며 관객들에게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데시르앙인 : 바람의 속삭임



2025. 11. 29 (토) ~ 2026. 1. 10 (토)










아트센터예술의시간은 이희경 작가의 개인전 '데시르 앙인 : 바람의 속삭임'을 오는 29일부터 2026년 1월 10일까지 개최한다.



오랫동안 아시아 이주민의 삶을 연구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아시아 이주 여성 노동자들의 움직임과 목소리에 집중하며, 그들의 생존 방식을 영상, 그림, 설치 작품으로 선보인다.



전시는 제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등에 위치한 동굴에서 시작된다. 식민지 시대 군사용 통로이자 수탈의 공간이었던 이 동굴을 작가는 '구멍이자 통로'로 해석하며, 이곳의 폭력적 흔적 위에서 생계를 이러가는 이주 여성들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이들은 관광 가이드나 노점상으로 일하며 작은 희망과 기회, 즉 '작은 바람'을 따라 섬과 도시를 멈추지 않고 옮겨 다닌다. 작가는 이러한 움직임을 법이나 제도로 담을 수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생존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전시장에는 낯선 억양과 익숙한 언어가 섞인 이주 여성들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깔린다. 이 소리는 관광객에게는 단순한 배경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주자들애개는 삶의 핈수적인 언어이다.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 채 공중을 떠다니는 듯한 이 억양은 관객에게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며 살고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데시르 앙인 : 바람의 속삭임'은 역사, 노동, 자본, 관광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자기만의 속도로 삶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대담한 움직임에 귀 기울인다. 작가는 식민 역사와 이주 노동이라는 현실을 구체적인 '삶의 통로'로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주 경험을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몸으로 느껴지는 현실로 재인식하게 하는 뜻깊은 전시이다.




호랑이 여자로 산다는 것은



11. 21 (금) ~ 12. 20 (토)










갤러리 마리는 지난 21일부터 오는 12월 20일까지 이광 작가의 개인전 '우주 호랑이 - 호랑이 여자로 산다는 것은'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의 수제자로 성장한 작가가 자신만의 새로운 미학인 '한국적 신표현주의'를 집약해 선보이는 자리이다.



이광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 졸업 후 독일로 건너가 마르쿠스 뤼페츠의 가르침을 받았으나, 서구의 모방을 넘어 한국의 영적 유산을 탐구하는 데 몰두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번 전시에 걸린 '우주 호랑이'연작이다. 화면 중앙에는 커다란 눈망울과 이글거리는 문양을 두른 호랑이 여인이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 존재는 샤머니즘의 영성, 불교적 공의 사유, 전통 설화 속 호랑이 이미지를 뒤섞어 '여성의 몸으로 우주를 버티고 살아내는 힘'을 상징한다. 작가의 작업에는 안젤름 키퍼의 영적 서사와 한국 무속화의 신비가 교차하며, 베를린과 서울, 역사와 신화, 인간과 우주를 잇는 다리가 놓인다. 갤러리 마리 정마리 관장은 이광의 '호랑이 여인'을 "상처를 품은 채 살아내는 힘이자, 그 고통을 연민과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예술가의 선언"이라고 설명한다.



강렬한 색채와 두텁게 올린 물감, 원시적이면서도 유머가 스민 듯한 눈빛은 관객에게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는 거친 선과 역동적인 색감 속에서 여성으로서, 예술가로서 살아온 작가의 고백과 싸움, 그리고 치유의 울림이 겹겹이 쌓여 있는 회화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다.




선에서 선으로 : 관계의 흔적



11. 26 (수) ~ 12. 7 (일)










공간독립은 2025년을 마무리하는 기획으로 한이랑 작가의 개인전 '선에서 선으로 : 관계의 흔적'을 지난 26일부터 오는 12월 7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배열하여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탐구해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한이랑 작가는 텍스트를 읽는 방식에서 벗어나 글자와 이미지를 해체, 재배열하는 설치예술가이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언어 속에 담긴 내적 감정과 추상적 사유를 '보이지만 완전히 얽히지 않는 방식'으로 드러내는 실험을 이어왔다. 그의 작업은 반복적인 매커니즘과 언어 유희적 구조를 통해 언어와 이미지의 상호관계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인간의 존재와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찰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자연에서 채집한 식물의 흔적을 인간의 삶과 연결하여 해석하며, 모든 생명체가 남긴 흔적을 보이지 않는 존재들로 이어주는 관계망이자 통로로 바라본다. 전시는 이러한 관계의 의미가 재해석된 시각예술을 공간독립의 독특한 구조와 결합한 설치작품으로 구성하여, 관객에게 존재와 관계에 대한 사색의 장을 제안한다.



사진=아트센터예술의 시간, 갤러리 마리, 공간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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