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의 강태풍(이준호 분)은 위기가 닥칠수록 더 단단해지는 인물이다. 좌절 앞에서 주저앉지 않고 해결책을 먼저 찾는 그의 행동형 문제 해결 방식은 극 전개에 긴장감과 희망을 동시에 불어넣는다.
태풍의 위기 대응력은 타고난 직감과 탁월한 관찰력에서 출발한다. 대방섬유 사무실에서 전광석화처럼 부도를 감지해낸 장면, 창고가 없어 텅 빈 항만 주차장을 보자마자 임시 보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장면 등은 위기의 징후를 포착해 기민하게 돌파구를 마련하는 그의 능력을 보여준다.
단순한 직감에 머물지 않고 실행으로 옮기는 점도 태풍의 강점이다. 반품 계획을 이익으로 뒤집고 ‘시장 반값 전략’까지 마련해 손해 위험을 차단한 일, 계약서의 단위 표기를 역이용해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고 남은 원단을 되파는 방식으로 역전극을 완성한 일은 그의 상사맨적 승부사 기질을 잘 드러낸다.
물건을 보는 안목 또한 그의 경쟁력이다. 부산에서 슈박 안전화의 가치를 단번에 파악한 장면은 단순한 장사 수완을 넘어서 제품과 시장을 읽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나아가 사람에 대한 믿음은 그의 가장 큰 무기다. 악덕 사채업자의 횡포로 몰락한 슈박 사장을 외면하지 못하고 자신의 두 눈을 담보로 대규모 물량을 팔아 빚을 갚겠다고 결단하는 장면은 태풍의 신념과 인간미를 동시에 증명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선구안도 돋보인다. “언젠가 영상으로 물건을 사는 시대가 온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직접 홍보 영상을 제작해 해외 바이어에게 비디오 테이프를 돌려가며 제품을 알린 장면은 시대를 앞선 사업 감각을 보여준다. 압구정 시절의 춤 실력까지 동원하는 대담함은 그의 매력을 더한다.
그럼에도 성공 뒤에는 시기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안전화 계약의 성사 이후 경쟁자 표현준(무진성)의 방해로 해운사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원양어선 선장에게 소금 세례를 받는 등 새로운 위기가 닥치지만, 태풍은 흔들리지 않고 다시 길을 모색한다. 이는 드라마가 그리고자 하는 ‘역경 속의 성장’이라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아버지(성동일)가 남긴 신조인 ‘결과보다 중요한 건 사람’을 계승한 태풍은 사람을 신뢰하고 정직을 기반으로 관계를 쌓아가는 법을 실천한다. 주변의 신뢰를 거름 삼아 다시 일어서고, 사람을 향한 믿음으로 자신의 길을 넓혀가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응원과 감동을 준다.
결국 ‘태풍상사’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비즈니스 서바이벌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