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경기에서 무려 12타점을 생산하면서 월드 시리즈의 주인공이 된 프레디 프리먼부터,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무키 베츠, 팀의 뒷문을 단단히 막아낸 블레이크 트레이넨까지 우승에 여러 공신이 있지만 올해 다저스의 우승은 전적으로 감독인 데이브 로버츠의 공이라는 반응이 많다.
사실 로버츠는 이전에 한 번 우승을 경험했다 하더라도 감독으로서 결코 호평받는 인물은 아니었다. 9년이라는 재임 기간 동안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줬고, 멸시받기도 했다. 리그 내 최고 인기 팀이고, 그에 따라 최고의 선수들이 항상 모여 있는 다저스 답게 정규시즌에서 항상 1위를 달성하는 건 차치하고, 중요한 건 그의 팀은 항상 포스트시즌에서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가 부임한 첫 해인 2016년부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추격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쉬운 후속 조치로 탈락하며 초보 감독의 한계라는 평을 들었다. 2018년에는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고, 기대하지 않았던 노장 선발투수 리치 힐이 활약하며 그에게 신임을 보냈다. 이내 조금 흔들리기 시작하자 힐을 바로 강판하고, 이후 등판한 불펜 투수들도 일명 ‘좌우놀이(타자가 좌타자, 우타자인지에 따라 투수를 교체하는 전술, 혹은 그 반대)’를 위해 강판한다. 이는 팀이 급격히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지며 우승 실패라는 고배를 마시게 된다.
그리고 2020년 첫 우승을 이뤄냈지만 코로나로 인한 단축 시즌이었기에 평가가 절하되는 경향이 있었다. 2021년에는 2라운드 탈락, 2022년과 작년에는 1라운드 탈락하며 그는 우승과 인연이 없다는 비판을 들었다.
그럼에도 그가 다저스라는, 매년 우승을 노리는 초 거대팀에서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뛰어난 선수 관리 능력을 지닌 덕장이었기 때문이다. 감독 능력으로 비판받던 시절에도 인품이 매우 좋다는 주변의 미담이 많았던 그는 팀을 매니징, 즉 조직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슈퍼스타들이 항상 즐비한 팀을 논란 없이 관리할뿐더러, 무조건 포용만 하지는 않고 비판이 필요하다면 이를 공개적으로 감행하기도 한다. 설령 그것이 오타니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항상 선수들이 그를 잘 따랐다고 한다.
올해에는 이와 더불어 감독 능력마저 일취월장했다. 가장 호평받는 부분은 선수의 운용이었다. 우선 시즌 막판에 핵심 선발투수들(클레이튼 커쇼, 타일러 글래스노우)이 부상으로 이탈했음에도 어떻게든 균형을 찾아 선두로 정규시즌을 마치며 그간의 경험을 발휘했다. 그리고 선발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불펜 투수가 힘들어하지 않도록 등판 일정을 철저히 분배하여 과부하를 막기도 했다. 자칫하면 팀의 동력이 바닥날 수 있는 상황에서 감독의 인내심이 가져다준 승리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타자들을 유연하게 활용하고, 이길 경기와 내줄 경기를 확실히 구분하여 시리즈를 안전하게 끌고 가고, 승리할 수 있는 경기에 집중력을 응축해냈다. 그 예시로 월드 시리즈 1차전에서 프레디 프리먼의 끝내기 만루홈런과, 5차전에서 5대0으로 끌려 가던 점수 차를 극복하고 역전해낸 것이 있다. 강인함과 끈끈함, 그리고 집중력이 엄청났다. 이러한 결과의 차이는 사실 사소한 상황들이 쌓이는 것에 있다. 이후 기회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터져 승리의 발판이 된다. 물론 선수들이 결과로 보여주지 않았다면 그의 선택은 무위에 그쳤겠지만, 그의 선택은 그 상황에서 최고의 결정이었다는 여론이다.
추가로 김형준 SPOTV 해설위원은 로버츠 감독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1. 방관자 모드에서 적극적으로 게임에 개입하기 시작
2. 과감한 불펜투수 교체-아니다 싶으면 한 박자 빠른 과감하면서 도전적인 교체도 감행
3. 좌우놀이 멈춤
4. 유연한 라인업 운영-특정 선수가 실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많은 책임을 안겨주는 대신 반대 상황에서는 책임을 줄여 부담감을 줄이고 동시에 그를 인정하기까지 해 줌
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팀을 하나로 만들었다는 것에 있다. 이전의 로버츠 감독은 구성원은 하나로 잘 모았지만 능력이 부족해 미끄러지기 일쑤였다면, 올해는 늘어난 역량에 기반한 자신감으로 모든 슈퍼스타들을 하나로 묶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스포츠 계의 격언을 다시 상기하게 만들 정도로 팀을 잘 조립하고 결속했다. 그 결과 어느 상황에도 지지 않을 거라는 ‘위닝 멘탈리티’를 만들게 된다.
감독도 또 하나의 리더이고, 어떻게 보면 사실상 경영자 혹은 리더와 같은 자리에 위치한다. 로버츠가 그간 호평받은 면모, 그리고 올해 달라진 면모 등을 살펴보면 경영자들이 팀을 조직하고 이끌어 나가는 데 귀감이 될 만하다. 우선 구성원에게 좋은 성품을 전제로 하여 당근과 채찍을 같이 주면서 그들로 하여금 자신을 따르게 만들어야 한다. 그 지지는 단순히 리더가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데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함께 미래를 그려 나갈 밑바탕이 된다.
그리고 팀이 진행하는 과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이면서 때로는 도전적인 선택도 감행하고, 자신의 안목과 구성원들을 믿고 그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언젠가 구성원이 그들 자신을 증명하고, 조직 전체의 성과로 이어지는 성공의 순환이 지속되다 보면 어느새 우리에게는 ‘위닝 멘탈리티’가 자리 잡힐 것이다. 지고 있더라도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은, 조직이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믿음 말이다. 그 믿음의 실체는 불분명할지라도 언젠가 성공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우리에게 나타날 것이다.
처음부터 좋은 리더는 없다. 로버츠도 그러했다. 시작부터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커리어가 지속되고, 올해 2024년 MLB 시즌이 지속되면서 팀이 성장하는 모습은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성장형 감독이 만들어낸 ‘원 팀’은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역사에 남을 그의 지도력을 본받아 경영자와 리더들도 ‘위닝 멘탈리티’를 조직 전체의 몸과 마음에 심을 수 있도록 시도해 보자.
데이브 로버츠 曰 "여덟 경기만 더 이기면, 지금 너희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 난 지금까지 함께한 어떤 사람들보다도 너희들을 더 믿는다. 더 중요한 건, 너희들도 서로를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OO 이대로 계속 해보자. 그리고 딱 여덟 경기만 더 이겨보자!" (올해 포스트시즌 1라운드 승리 후 라커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