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없었으면 장사 못했어요" 인력난·고임금 고충에 식당에 종업원이 사라졌다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3-05-03 14:31:58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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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퇴식을 위한 AI로봇이 주문받은 테이블(혹은 퇴식 호출 테이블)로 자율 주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종업원은 로봇이 수거해온 퇴식 그릇을 받아 세척만 하면 된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식당에 종업원이 사라졌다.

고객은 테이블에 설치된 태블릿 기반 ‘테이블오더’에서 메뉴를 살피고 직접 주문한다. 결제는 테이블오더 기기에 같이 설치된 카드리더기에서 끝낸다.

그 사이 주방 모니터에는 테이블번호와 주문 메뉴가 실시간 송출돼 조리가 시작된다. 완성된 음식은 AI서빙로봇이 자율주행으로 주문한 테이블로 서빙하고, 식사 후에는 테이블오더 모니터의 퇴식 버튼으로 호출한 로봇에 그릇을 올려 놓으면 된다. AI로봇은 퇴식그릇을 주방으로 옮긴다.

이 과정에서 종업원의 개입은 없다. 똑똑해진 AI서빙로봇이 테이블오더 시스템과 연동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대구 달성군에서 서빙퇴식로봇을 도입해 매장을 운영하는 권택헌(63) 대표.
대구 달성군 N 피자 전문점은 6대의 서빙·퇴식로봇이 홀 종업원을 완전 대체하고 있다.

60대 사장 권택헌(63) 대표가 로봇과 디지털·자동화로 점철된 식당 개업에 이르기까지는 경산에서 냉면 식당을 하며 겪은 인력난 고충이 컸다. 인건비도 부담이다.

권 대표는 “서빙로봇이 없었다면 가게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할 만큼 종업원을 구하는 것도 치솟는 인건비를 감당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새롭게 문을 연 식당에는 홀 담당 직원이 아르바이트 1명을 포함해 2명 뿐이다.

면적 500㎡ 약 150평 규모에 테이블 수만 30개, 120석에 이르는 대형식당에서 불가능한 숫자다. 주방 직원은 7명에 달한다. 쏟아지는 주문과 배식은 종업원을 대신한 AI로봇 6대가 실세 없이 움직이며 감당하고 있다.

이 식당에는 KT가 전국 처음으로 선보인 AI로봇과 테이블오더를 결합한 DX(디지털 전환) 솔루션이 설치됐다. DX솔루션에서는 로봇과 테이블오더가 와이파이와 연동되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로봇에는 센서 기반의 회피·자동복귀 기능이 장착돼 한 공간에서 여러 대 로봇이 충돌 없이 안정적 주행을 할 수 있다.

권 대표는 로봇의 자율 주행을 위해 테이블 간격을 넓히고 바닥 장애물을 없앴다. 메뉴도 로봇서빙에 위험 요인이 적은 원플레이트푸드 이탈리안 음식으로 정했다.

권 대표와 KT는 오류 없이 DX솔루션이 구현되도록 수많은 연습주행을 거치며 와이파이 충돌과 같은 문제점을 개선했고, 테이블오더 디자인도 직관적으로 수정해 고객이 손 쉽게 접근토록 했다. 대구에서 첫 선을 보인 DX솔루션 모델은 타 지역으로 보급되는 중이다.

로봇 한대 운영 비용은 계약 내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월 50만 원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요식업종 구인난 속에 대체재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우리 식당에서 서빙로봇은 보조가 아니라 메인 직원입니다. 사람은 그저 거들 뿐이죠.”

권 대표의 말처럼 대구·경북 내 KT 서빙로봇은 출시 첫해인 2021년 하반기 15대 보급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230대를 넘으며 15배 급성장을 보이는 중이다.

고객이 앉은자리에서 테이블오더의 화면을 통해 메뉴를 살펴보고 주문 후 결제까지 진행한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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