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영농형 태양광 제도화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이 제대로 된 사업 모델을 만드는 중요한 시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농촌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영농형 태양광 토론회가 지난 13일 여의도 FKI 타워에서 개최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정 의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원택, 임미애 의원과 에너지와공간, 에너지전환포럼의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인구 감소, 고령화,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한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영농형 태양광의 확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회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지역 주민 수용성 확보 ▲농업 특성을 고려한 제도 설계 ▲의무영농을 통한 농민 중심 구조 ▲임차농 보호 방안 ▲인허가 절차 간소화 ▲중간지원조직 역할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공동 주최를 맡은 박정 의원(경기 파주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은 축사를 통해 NDC 목표 달성과 식량 안보 문제 해소에 영농형 태양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절대 농지 규제에 대해 농촌의 경제 활성화와 국가 전력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파주시 동서발전의 벼·일반 작물 실험단지 사례를 소개하며 영농형 태양광 확산을 위해 사업 기간(최소 20년)보장, 임차농 혜택 포함 등의 법적 허들 해결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경기 북부 접경 지역의 민통선·DMZ 일대에 대규모 ‘평화·기후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해 안보 희생에 대한 보상과 국가 전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자는 혁신적인 구상을 제안했다.
첫 번째 발표에서 에너지와공간 손다원 연구원은 ‘영농형 태양광 비즈니스 모델’을 주제로 발표하며 “영농형 태양광은 전력 생산 목적이 아닌 영농활동 보존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연구원은 현재 농촌의 높은 에너지 비용 의존성이 농가 경영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영농형 태양광이 에너지 비용 절감, 농촌 탄소중립 달성,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연계를 통한 농산물 고부가가치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국내외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영농형 태양광 확산을 위해 작물 특성 고려와 영농활동 기여 분야를 폭넓게 포함하는 범주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하며 4가지 비즈니스 모델(자가소비인증서 활용 모델, 마을 영농형 태양광 모델, 식품산업 RE100 모델, 스마트팜 구독 모델)을 제안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에너지전환포럼 박진희 공동대표는 영농형 태양광의 지역 갈등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경기 햇빛농장 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으로 부지 선정 과정에서 마을 차원의 논의 부족, 주변 농민 피해 보상 방안 미비, 태양광 전반에 대한 왜곡된 정보 등을 지적했다. 박 공동대표는 전남 월평마을의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예시로 들며 K-ESTEEM(갈등 예방 프로그램)기반의 공동 설계 방식을 갈등 해결의 핵심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모델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모여 사업의 비전, 기술적 문제, 환경 영향, 인근 농가 피해보상 방안 등을 공동으로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한다.

패널토론의 좌장은 맡은 에너지와공간 김윤성 대표는 “영농형 태양광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지역에 들어가느냐’라는 수용성과 모델 설계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새 정부 들어 제도화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이 제대로 된 사업 모델을 만드는 중요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영농형 태양광이 한편으로는 RE100 등 대규모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재생에너지 공급원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농업·농촌의 가치를 살리고 에너지 자립에 기여하는 수단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지닌 만큼 이 두 방향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논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산 한살림농민재단의 이연재 사묵국장은 토론을 통해 현재의 사업 추진 방식이 지주와 사업자 중심으로 이뤄져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의 의사가 배제되고 있음을 비판했다. 벼 생산량 문제는 영농형 태양광 때문이 아닌 기후문제임을 언급하며 정책 접근 시 농업의 특수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농촌-농민의 모든 요소를 고려해 이를 결합한 연구와 충분한 기간을 갖는 실증 단계를 선행해 농촌의 특수성과 현장의 수용성을 확보한 뒤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파주시청 에너지과 RE100 지원팀 강희환 주무관은 영농형 태양광 현장 확산을 위해 지역 도시공사를 활용한 운영 대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계통 연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장거리 송전망과 지역 내부 송배전망을 분리해 마을에서 생산된 전력을 인근 기업에 공급하는 직접 PPA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업 금융 구조를 1년 거치 19년 상환으로 상환기간의 장기화를 통해 상환에 대한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마을 소득의 안정성을 높이고 파주시 민통선 지역에 영농형 태양광 설치를 허용해 접경지역의 소득 증대와 국가 에너지 기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촌환경안전과 안옥선 연구관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 있어 영농형 태양광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며 그 시작점을 잘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촌은 스마트팜 증가로 에너지 사용량이 늘고 있지만 화석연료 비중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이에 농촌진흥청은 영농형 태양광 확산을 위해 작물 재배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관련 예산 확보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안정적인 장기 운영을 위해 작물의 특성을 고려한 표준 기술 개발(품종, 병해충 관리, 시설 설치 기준 등) 및 시설 내재해 규격 검토가 필요함을 제언했다. 또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적 구현을 위해서는 고령 농촌 주민을 대상으로 한 쉽고 효과적인 교육을 통한 수용성 확보가 필수적이며 주민 의견 수렴 및 갈등을 해결한 월평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의 공동설계 사례(K-ESTEEM)를 우수 사례로 제시하며 다른 시범사업 도입을 제안했다. 연구관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가 및 중간지원조직 지원 예산을 마련할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지원에 관한 법률’의 재생에너지지구 지정과 영농형 태양광 모델을 연계해 농업, 농촌, 지역 주민이 생태적 영향과 경관까지 고려하며 상생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포럼 임재민 사무처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영농형 태양광 정책이 농업 현장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네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영농형 태양광 사업지의 농사를 반드시 지어야 하는 ‘의무 영농’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농민이 사업의 중심이 되도록 만드는 전제가 된다고 언급했다. 둘째, 농지 전용 문제로 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임차농민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영농법인 정관에 영농권 보호 및 이익 배분 방안을 넣어 이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다고 제언했다. 셋째, 영농형 태양광 시설의 장기간 운영(20년 이상) 특성을 고려해 청년농이 농업 혁신과 지역 사회 혁신의 주체로 정착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넷째, 정책적 성공을 위해서는 월평 마을 사례와 같은 모범 사례와 모델을 빠르게 만들고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농림축산식품부는 시설비 지원보다는 이러한 사례를 만들 수 있도록 행정 시스템적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영농법인과의 협력을 통해 농업계의 지혜를 도입하고 농촌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영농법인이 가진 태양광 잠재량(25∼40GW)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 박해청 농촌탄소중립정책과장은 기후 위기 대응과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영농형 태양광 관련 법 제정 및 햇빛 소득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정부의 영농형 태양광 도입은 농지 전용으로 인한 농지 면적 감소(약 2만 헥타르)를 막고 농업인들의 자산 활용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며 “다만, 현재 법안 마련은 공론화 과정 등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책 원칙과 관련하여, 자경농 원칙을 유지하고 부재지주에 대해서는 태양광 설치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임차농은 임대인이 20년간 계약을 허용할 경우 설치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시설은 높이 4m, 간격 2.5m, 모듈 면적은 논 면적의 30%로 기준을 명확히 하지만 농림부는 농지 보호를 위해 보수적 입장을 취하며 태양광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부 자본 유입으로 인한 지역 갈등을 막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마을 공동체 주도의 '햇빛 소득화'를 추진하며 1MW 미만(300kW∼1MW) 소규모로 제한해 대형 외부 자본의 유입을 차단하겠다고 했다. 마을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농협이나 신협이 동산 담보를 통해 융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으며, 마을 공동체의 자금 투명성을 위해 지역 조합이 마을 협동조합의 출자원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하며 인허가 기간 단축의 시급성과 마을 공동체 사업 특성을 고려해 사전설명회, 전문 중간지원조직의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