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방송되는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키 크는 주사 열풍 – 누구를 위한 주사인가' 편으로 꾸며진다.
최근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 유행하는 3종 세트가 있다. 치아교정, 드림렌즈, 그리고 일명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진 ‘성장 호르몬 주사’다. 성장 호르몬 주사제는 성장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이다. 성장 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증후군, 소아만성신부전 등 질병이 있어야 건강보험 요양급여로 치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비급여로 ‘키 크는 주사’를 맞는 아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성장 호르몬 주사제 처방 건수는 2021년 13만 건에서 2024년 26만 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주사제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4800억 규모로, 최근 5년 동안 약 2.5배 성장했다. 아무런 질병이 없는 아이들도 단순히 키를 키우려는 미용 목적으로 주사를 맞고 있다. 원하면 누구나 처방받을 수 있는 성장 호르몬 주사. 이러한 ‘키 크는 주사’ 열풍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그리고 이런 상황은 과연 괜찮은 것일까? '추적 60분'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키 크는 주사 열풍’의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키’에 투자하는 사람들
서유미(가명) 씨의 아이는 2년 넘게 매일 밤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 성장 호르몬 주사의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그녀는 “아이 키가 크지 않는 것이 더 무섭다”고 말한다. 병원에서 검사했을 때 아이 예상 키는 164cm로 나왔다.
지금까지 성장 호르몬 주사에 쓴 돈은 2000만 원이 넘었다. 유미 씨는 아이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공부는 시간이 지나서도 할 수 있지만, 키는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선택한 방법이다. 아이의 키를 더 키울 수만 있다면, 앞으로 3천만 원까지 더 투자할 생각이 있다.
“1cm라도 클 수만 있다면 1년을 더 투자하고 싶죠. 앞으로 3000만 원까지 더 투자해 볼 생각은 있습니다” -서유미 씨 인터뷰 중
정태수(가명) 씨 아들도 성장 주사를 맞고 있다. 아이는 이제 스스로 주사를 놓을 만큼 익숙해졌다. “키 180cm를 원하면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히는 게 좋다”고 했다는 병원. 태수 씨는 아들의 같은 반 친구가 키가 컸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히게 됐다.
“키는 평생 가는 거니까 지금 좀 투자해서 키가 크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정태수 씨 인터뷰 중
■‘부작용’은 없다? 정말 괜찮을까?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을지 고민하는 한 아이와 엄마. 4곳의 유명 성장클리닉에서 진료를 받아봤다. 의사들은 모두 아이의 건강 상태가 ‘정상’이지만 키를 키우고 싶으면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키 성장을 위해 아이의 초경을 늦추는 방법까지 추천한 의사도 있었다. 부모가 원하면 성장 호르몬 주사제를 어디서나 처방받을 수 있는 상황. “부작용은 없냐”는 질문에 의료진은 모두 “괜찮다”고 답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취재 도중 만난 부모들은 모두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었다. 주사를 고민하는 부모도, 주사를 현재 맞추고 있는 부모들 모두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불안하다”고 했다.
실제로 여러 의료진과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현실에 우려를 표했다. 정상 아동들이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았을 때 그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한 연구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주사를 맞았을 때 알려진 부작용 말고, 아이들이 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지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거든요” -대학병원 소아 내분비 분과 교수
■키 성장을 위해 항암제를 처방한다?
일부 성장클리닉에서는 키 성장을 위해 아이들에게 호르몬성 항암제를 처방하고 있었다. 키 성장이 멈추기 직전의 남자아이들에게만 처방한다는 이 약은 여성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중증 환자 중 암 환자에게 처방할 때만 급여로 인정되는 약제로 17세 이하 소아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약물 복용으로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은 우울증. 키를 키우기 위해 항암제를 처방하는 것은 정말 괜찮은 것일까? 의료진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성장 호르몬 주사’ 남용에 대한 해외 의료진들의 우려
프랑스에 살고 있는 마엘리스는 또래보다 키가 작은 편이다. 성장 지연으로 병원에 입원해 검사까지 했지만, 비타민D를 처방받았다. 프랑스에선 성장에 문제가 없다면 성장 호르몬 주사를 처방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프랑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소아 내분비 분과 권위자들을 직접 만나 ‘성장 호르몬 주사’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해외 의료진들은 모두 성장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없는 정상 아동들에게 성장 호르몬 주사제를 처방하는 것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들. 의사들은 한국의 성장 호르몬 남용 상황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2025년 현재로선 아직 아무도 몰라요. 어린 시절 성장 호르몬을 맞았을 때 어떤 장기적인 영향이 있을지요” -아다 그림버그 /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 교수,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소아 내분비 전문의
“만약 주사를 맞는 것이 부모의 선택이라면, 저는 이건 심리적 아동 학대라고 봅니다” -콘스탄틴 폴리크로나코스 / 맥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몬트리올 어린이병원 소아 내분비 전문의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키 크는 주사’의 열풍을 담은 '추적 60분' 1419회 「키 크는 주사 열풍, 누구를 위한 주사인가」 편은 이날 밤 10시에 KBS 1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