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유 대체재가 뜬다…소비자는 새로운 선택을 받아들일까

[ 비건뉴스 ] / 기사승인 : 2025-07-18 11:24:46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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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김민영 기자] 팜유는 전 세계 식물성 기름 소비량의 약 40%를 차지하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식품, 세제,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700억 달러(한화 약 94조 원)에 이르며, 슈퍼마켓 진열대의 절반 가까운 제품에 이 기름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팜유는 단순한 식물성 기름을 넘어, 심각한 환경·사회적 문제와 직결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팜유 생산은 열대우림 파괴와 산불, 생물 다양성 감소, 토착민 인권 침해, 그리고 노동 착취 등 다양한 폐해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주요 생산국에서는 무분별한 플랜테이션 조성으로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급속히 파괴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오랑우탄과 같은 멸종위기종의 생존도 위협받고 있다. 국제사회는 팜유와 관련한 산림 파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으며, 유럽연합(EU)과 영국은 팜유를 포함한 상품의 ‘산림 파괴 프리(forest-free)’ 여부를 확인하는 법적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팜유를 단순히 대두유, 해바라기씨유 같은 다른 식물성 오일로 대체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이는 생산지의 이동만 초래할 뿐, 기후 위기를 유발하는 농경지 확대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술 기반 대체 오일’이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스타트업 ‘노팜 인그리디언츠(NoPalm Ingredients)’가 진행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발효 효모에서 유래한 대체 오일에 대한 소비자 수용도는 기존 팜유를 넘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에서 1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발효 효모에서 만든 지방을 섭취하겠느냐”는 질문에 다수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소비자들은 효모 기반 오일을 건강과 환경 측면에서 팜유보다 우수한 성분으로 인식했다.



노팜 인그리디언츠는 비유전자변형(GMO-free) 효모를 활용해 감자 껍질, 유청 등 식품 부산물을 발효시켜 지방을 생산하는 독자적 기술을 개발했다. 이 공정에서 만들어진 ‘효모 오일’은 팜유와 동일한 기능을 하며, 제조 공정 변경 없이도 동일한 가격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 회사의 ‘Revóleo’ 브랜드는 식품 및 퍼스널케어 분야에서 각각 활용 가능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Revóleo Soft’는 제과·제빵, 식물성 유제품, 대체육 등에 사용 가능한 반고체 지방으로 팜유, 코코아버터, 우유지방 등을 대체할 수 있다. ‘Revóleo Silk’는 화장품 및 퍼스널케어용 소프트 버터로, 로션·컨디셔너·비누 등에 활용되며 발림성과 윤기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소비자의 성분표 반응이다. ‘효모 유래 오일(oil of yeast origin)’이라는 라벨은 기술적 용어보다 더 직관적이며, 독일과 프랑스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소비자는 아직 ‘효모 오일’이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지만, 장점이 설명되면 높은 수용도를 보였다. 이러한 인식은 단지 소비자 호감도에 머무르지 않고, 팜유 대체 시장이 ‘주류로 진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효모뿐만 아니라 다양한 발효 기반 기술이 팜유 대체재로서 경쟁 중이다. Palm-Alt, Clean Food Group, Äio, Time-Travelling Milkman, Savor, Smey 같은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었으며, 일부 제품은 글로벌 식품기업이나 뷰티브랜드와 협업하며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노팜 인그리디언츠 역시 현재까지 65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유니레버, 질랜디아, 콜게이트-팜올리브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팜유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단지 환경 보호를 위한 이상적 구호를 넘어, 소비자 수요와 시장 경쟁력을 갖춘 실질적인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후 위기와 지속가능성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마주한 지금, 팜유의 대체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워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제공하는 가능성과 소비자의 변화를 감안할 때, ‘효모 오일’은 팜유를 잇는 차세대 오일로 자리매김할 준비를 마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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