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최초 작성일 : 2012-06-05 17:22:16  |  수정일 : 2012-06-05 17:23:24.577
[이슈] 정치권, ‘색깔논쟁’ 블랙홀에 빠지다

최근 정치기사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키워드는 ‘종북세력’ ‘주사파’ ‘친북’ 등이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언론까지 온통 ‘색깔 논쟁’으로 뒤덮였다. ‘색깔론’을 둘러싼 남남갈등이 극에 다다르고 있다.

정치권은 19대 국회 개원보다는 ‘색깔논쟁’으로 누가 더 강한 ‘펀치’를 날리느냐에 관심이 집중된 듯 하다.

4.11 총선 과정에서 19대 국회를 ‘민생국회’로 만들겠다던 여야의 다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돼 보인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원구성 협상이 결렬되면서 5일로 예정됐던 19대 국회 개원도 결국 무산됐다.

‘색깔논쟁’은 연평도 포격, 천안함 침몰 등과 같은 북한 도발 사건으로 촉발된 것이 아니다.

그 출발은 통합진보당에서 시작됐다. 4.11 총선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의 서울 관악을 야권 후보단일화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일면서 그 배후로 주사파 경기동부연합이 지목됐다.

총선 과정 여야는 때아닌 ‘색깔론’을 벌이더니 총선 이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이 터지면서 색깔론은 불이 붙었다.

보수언론은 부정선거 진위 여부는 제쳐두고 진보세력 전체를 종북세력으로 몰아세우며 ‘빨갱이’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부정선거 규모가 어느 정도이며 부정선거 의혹 진실규명 문제는 이미 사라졌다. ‘종북’ 의혹만 남아있을 뿐이다.

'색깔논쟁' 통진당 사태로 촉발, 박근혜까지 가세 - 여기에 임수경, 이해찬 기름 끼얹어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 등 종북세력의 국회 입성을 용인할 수 없다며 ‘제명’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들은 종북성향이 강한 국회의원 및 보좌관들에게 국가안보와 직결된 군사기밀을 노출시켜선 안 된다고 강한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일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서 “국회라는 곳이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를 다루는 곳인데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국민들도 불안하게 느끼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두 의원이) 사퇴하는 것이 옳다”며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제명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위원장까지 ‘색깔논쟁’에 뛰어들자 야당도 박 전 위원장의 ‘종북적 행보’ ‘국가관’ 문제를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지난 3일 “박근혜 의원은 2002년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 생가가 있는) 만경대와 주체사상탑에 왜 갔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헌정질서를 유린한 민주공화국 최악의 범죄행위인 5·16 군사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에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이 탈북자들을 ‘변절자’라고 표현하는 등 막말파문을 일으키며 활활 타오르고 있는 ‘색깔논쟁’에 기름을 끼얹었다.

통합진보당을 둘러싼 ‘종북논란’이 민주통합당에게까지 옮겨 붙은 것이다. 임수경 의원의 막말파문에서 그치지 않고 민주통합당 당권경쟁에 나선 이해찬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북한인권법은 내정간섭이며 외교적 결례라고 말하면서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됐다.

보수진영 입장에선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까지 한데 묶어 국가관이 의심되는 ‘종북세력’이라고 몰아세울 수 있는 호재가 생긴 것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5일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의원을 향해 “세계인권선언과 헌법의 근본가치, 즉 인간의 기본적 가치는 국가 이전의 가치라는 대원칙에 대한 우리의 신념에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임수경 의원에 대해서는 “정도가 심하고 헌법훼손이 있을 경우 과연 헌법에 대한 충성맹세를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선서의 진정성을 따질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국회의원 자격심사에까지 이를 수밖에 없다”고 ‘국회의원 자격심사’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새누리당 황진하, 정수성, 한기호, 김근태, 김성찬 등 7명의 장성 출신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사파 출신 종북, 친북 국회의원은 즉각 제명되고, 종북, 친북 보좌진은 즉각 퇴출되어야 한다”며 “각 교섭단체 및 국회는 이들의 제명 및 퇴출을 위한 절차를 조속히 밟아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측 대변인 김동성 전 의원은 논평을 내고 “주사파로 대변되는 ‘종북주의자들’의 숙주역할을 해온 민주당내 ‘용북주의자’들은 지금 당장 국민에게 사과하고 의원직 사퇴를 포함한 모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질세라 이해찬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이 대통령 선거를 정책선거가 아닌 구태의연한 공작정치와 낡은 시대의 유물인 색깔론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음모"라며 "신매카시즘을 유포하는 것에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 명쾌하게 정리하지 않는 한, 불리할 것 없는 새누리 공세 계속”

이렇듯 여야의 ‘색깔논쟁’은 그 끝을 모르고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은 ‘색깔론’을 대선정국까지 끌고갈 것으로 보인다. 야권 전체를 ‘종북세력’으로 낙인찍어 “이런 세력에게 국가를 맡길 수 없다”며 지지층을 끌어모으려 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의 공격에 ‘허덕’이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일관할 경우 대선정국은 더욱 더 어려운 ‘게임’이 될 것이다.

물론 ‘색깔논쟁’이 길어질 경우 새누리당에게 오히려 역풍이 될 수도 있다. 대선정국에서 악화된 서민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색깔논쟁’에만 몰입하는 것으로 비춰질 경우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다.

한국정치아카데미 김만흠 원장은 <폴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색깔논쟁의 원인 제공은 야권에서 하고 있다”며 “여당은 소재가 생겼으니 끊임없이 공세를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야권에서 이를 명쾌하게 정리해주지 않는 한 새누리당의 공세는 계속 될 것”이라며 “새누리당에서는 유리한 만큼 이용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새누리당에게는 불리할 것이 없다”며 “야권에서 정비를 통해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희원 기자 [bkh1121@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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