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디닷컴] 최초 작성일 : 2013-03-01 11:06:00  |  수정일 : 2013-03-01 11:08:16.360 기사원문보기
자연의 신비... 후손 지키려 독극물 쓰는 초파리

애벌레 기생충 죽이는 예방백신...

초파리는 영어로는 과일파리(fruit fly)로 불린다. 몸 길이는 2~5mm에 불과하며 곰팡이와 박테리아 등을 먹이로 삼는다. 이들 먹이는 너무 익어서 발효가 진행되는 과일에서 자란다. 발효된 과일의 알코올 농도는 최대 15%에 이르기 때문에 초파리는 알코올의 독성에 상당한 면역력이 있다.

초파리의 대표적 천적은 애벌레의 몸에 알을 낳는 기생 말벌이다. 알과 함께 독소를 주사해 애벌레의 면역계를 억제한다. 애벌레의 면역계가 알을 죽이는 데 실패하면 알은 부화해 애벌레를 몸속에서부터 먹어 치운다. 기생말벌을 기생충이 아니라 포식기생자로 부르는 이유다.

그렇다면 천적이 얼쩡거리는 상황에서 알을 낳아야 하는 초파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발효한 과일, 즉 알코올 농도가 높은 곳에 알을 낳는 것으로 확인됐다. 알코올의 독성을 이용해 말벌의 애벌레를 퇴치하는 것이다. 지난 22일 미국 에모리 대학 연구팀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다.

지난해 연구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말벌에 오염된 초파리 애벌레는 알코올 함량이 높은 먹거리를 더 좋아한다. 이 같은 행태는 애벌레의 생존률을 크게 높여준다. 초파리는 알코올의 독성에 저항력을 가지도록 진화했지만 말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쉴렌케 박사는 "초파리 애벌레가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이면 혈액속에 살고 있는 말벌 애벌레는 고통스러워진다"고 말한다.

이번에 연구팀은 초파리가 자식들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지, 위험할 경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알코올을 찾는지 알아보았다. 연구팀은 암컷 노랑초파리들을 기생말벌이 있는 망사 우리와 없는 우리에 각각 풀어놓았다. 우리 안에는 애벌레의 먹이(효모)를 담은 배양접시 2개를 놓아두었다. 한 곳의 접시에는 먹이가 6%의 알코올에 담겨 있었고 다른 접시는 그렇지 않았다.

24시간 후 확인 결과 말벌 우리의 초파리는 알의 90%를 알코올 접시에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말벌이 없는 우리에선 이 비율이 40%였다. 슐렌케 박사는 "알코올은 초파리에게도 약간의 독성이 있지만 말벌에게는 큰 해를 미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초파리가 어떻게 말벌을 알아보느냐 하는 것이다. 슐렌케 박사는 "이들 초파리는 연구실에서만 계속 번식했기 때문에 수백 세대 동안 한번도 말벌을 본적이 없다"고 지적하고 "그런데도 말벌을 보고 이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추가 실험결과 초파리가 말벌의 암수를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우리 안에 암컷 말벌이 있으면 알코올 접시에 알을 낳는 경향이 있었지만 수컷 말벌이 있을 경우엔 이 같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말벌 암수의 외관상 차이는 미미하다. 수컷은 더듬이가 더 길고 몸집이 약간 더 작으며 산란관이 없다는 정도다.

하지만 초파리는 말벌의 냄새를 맡은 것일까, 눈으로 본 것일까? 연구팀은 이것도 확인해보았다. 돌연변이로 인해 냄새를 맡지 못하는 초파리와 앞을 보지 못하는 초파리를 이용했다. 실험 결과 앞을 보지 못하는 초파리는 말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시각이 살아있으면 냄새를 맡지 못해도 알코올 접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밖에 후각이 아니라 시각으로 말벌을 파악한 것이다.

초파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알코올이 있는 산란 장소를 선호하게 되는 것일까. 기존 연구에 따르면 초파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특정 신경전달물질(NPF:신경펩티드 F)의 수준이 낮아지며 이것은 알코올을 찾는 경향과 관련이 있다. 이번 연구에선 주변에 기생 말벌이 있으면 뇌 속의 NPF 수준이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알코올을 선호하는 산란 행태는 말벌이 없어진 뒤에도 평생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이는 초파리에게 장기 기억이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흥미로운 사실이 또 있다. 인간의 경우에도 초파리의 것과 흡사한 물질인 ‘신경펩티드 Y’가 알코올 중독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노랑초파리는 자연계의 독물을 후손을 위한 예방약으로 이용하는 유일한 종이 아니다. 슐렌케 박사는 “우리는 많은 종의 파리를 검사해보았는데 부패한 과일을 먹이로 삼는 모든 종이 기생 말벌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예방약을 이용하는 행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널리 자연계에 퍼져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생물의 진화가 보여주는 놀라움은 끝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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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 편집주간•중앙일보 객원 과학전문기자 (poemloveyo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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