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N] 최초 작성일 : 2018-08-18 08:45:08  |  수정일 : 2018-08-18 08:44:37.537 기사원문보기
女야구대표팀 막내 이지혜 父母 "딸이 야구를 통한 삶 살기를"
[STN스포츠=김유정 객원기자] 어린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리틀야구단 입단을 허락했다. 그때만 해도 '저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주위에서 '여자아이를 무슨 야구를 시켜'라는 볼멘소리와 눈총을 받기도 했다. 8년이 지난 지금, 딸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야구는 딸의 인생에 중심이 됐고, 부모는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 여자야구 국가대표 투수 이지혜(16)의 아버지 이문희(56)씨와 어머니 남미향(46)씨의 이야기다.




여자야구 국가대표 이지혜의 아버지 이문희(왼쪽)씨와 남미향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유정 기자
여자야구 국가대표 이지혜의 아버지 이문희(왼쪽)씨와 남미향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유정 객원기자







이지혜는 오는 22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2018 세계여자야구월드컵'대표팀에 승선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하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최 여자야구월드컵은 여자야구대회로는 최대 규모다. 고등학교 1학년인 이지혜는 이번 대표팀의 막내이자 김라경(18)과 함께 여자야구의 미래로 평가받고 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나이에 맞지 않은 경기 운영능력이 이지혜의 장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남미향씨는 딸이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에 야구를 시작했다. 그해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기 위해 함께 마트에 갔는데, 인형에는 관심도 없고, 어린이 야구 세트를 사달라고 하더라"면서 "이후에 아빠가 공을 던져주면 본인이 치고, 내가 받아왔다. 그걸 매일 2시간 씩 하다가 내가 지쳤다. 그래서 리틀야구단 입단을 허락했다. 사실 '얼마 안 가겠지'라고 생각 했는데, 학교는 지각을 해도 주말에 야구장에 나가는 것은 단 한 번도 지각을 안 하더라. 거기서 지혜의 열정을 봤다"고 전했다.




2011년에 야구를 시작한 이지혜의 모습. 사진=남미향 제공
2011년에 야구를 시작한 이지혜의 모습. 사진=남미향 제공







딸이 야구를 시작한 후에 부모는 더 바빠졌다. 남미향씨는 "지혜가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 내 주말은 온통 지혜 시간에 맞춰져 있다. 리틀야구단에서 여자선수가 지혜 한 명 뿐이라 지방 대회 때마다 혼자 재울 수가 없어서 감독님 부탁에 따라 함께 다니면서 잤다. 대표팀에 합류한 후에는 부부가 함께 매주 훈련장까지 지혜를 실어 나르고 있다. 전라남북도 지역에 대표팀이 지혜 혼자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몸과 마음이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부모는 딸이 야구의 길로 접어들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잘한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그라운드 위에서 야물어져가는 딸의 모습이 대견스럽기 때문이다.



이문희씨는 "예전에는 지혜가 투수로 등판해서 야수가 뜬공을 못 잡아주거나 실책을 하면 마운드에서 화도 내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어린아이기 때문에 감정이 표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팀 친구들이 지혜 눈치를 보더라"면서 "그래서 한 번 불러 놓고 얘기를 했다. '걔네도 못 잡아줘서 너한테 미안한데, 네가 경기 중에 기분 나쁜 티를 내면 친구들은 더 힘들다. 그건 팀이 아니다'라고. 그랬더니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익히더라. 경기가 잘 안 풀릴 때에는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거나 심호흡을 한다. 팀워크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그라운드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가 야구를 통해 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딸이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는 만감이 교차한다. 아직은 어리기만 딸이 승부의 중압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싸워나가고 있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진로와 학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남미향씨는 "지혜가 야구를 안 하겠다고 싫다고 하면 그만두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야구가 힘들어서 그만두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우리가 야구에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을 싫어할 정도다. 대표팀에 합류한 후에도 지난 5월부터 매주 훈련을 했는데, 야구하고 공부도 하느라 본인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힘들다는 얘기를 잘 안한다"고 귀띔했다.




이지혜가 2012년 익산시장기 야구대회에 시구자로 나선 모습. 사진=남미향 제공
이지혜가 2012년 익산시장기 야구대회에 시구자로 나선 모습. 사진=남미향 제공







아버지는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딸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문희씨는 "지혜가 대표팀 훈련을 포함해서 그라운드 위에서의 긴장감이나 힘든 부분을 이겨내면 밖에 나가서 이겨내지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혜가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야구랑 학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영어와 수학, 과학 등만 관리하면서 어떻게 하면 두개를 더 잘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그때 내가 지혜한테 '야구와 학업, 두개를 잘하려면 누구보다 목표의식이나 정신력이 뛰어나야한다. 자기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혜도 그 부분을 이해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여자야구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한 딸이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부모다. 야구를 시작한 후로 줄곧 국가대표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왔던 딸이기 때문이다. 남미향씨는 "야구를 하면서 대표팀에 들어가는 게 지혜의 목표였다. 지혜가 꿈속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올해 상비군에 서류를 내고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는데, 투수가 39명 정도 지원을 했더라. 공을 던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 지혜가 쉽지 않겠다'싶었다. 다행히 1차, 2차를 통과하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요즘은 딸이 우리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흐뭇해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지혜. 사진=남미향 제공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지혜. 사진=남미향 제공







우리나라에서는 여자선수가 야구를 해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지 않다. 프로팀은 물론이거니와 실업팀도 없기 때문이다. 선수 본인은 물론, 부모로서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부모는 딸이 원한다면 계속해서 '야구를 통한 삶'을 살기를 바랐다.이문희씨는 "지혜가 여자야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본인이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 여자야구 랭킹 7위인데, 더 높은 곳으로 가는데 지혜가 기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야구를 통해 나눔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훗날 유소년 여자 야구팀을 만들어서 여자야구에 보탬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밝은 미래를 제시했다.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남미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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