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최초 작성일 : 2011-04-11 13:08:45  |  수정일 : 2011-04-11 13:08:45.800
‘전 과목 영어강의 철폐’ 카이스트 교수들 열띤 논쟁
최근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 학생 4명의 자살에 최근 교수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 과목 100% 영어강의 수업방식이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100% 영어강의는 차등등록금제와 함께 서남표 총장이 2007년부터 도입한 대표적 정책으로, 대부분의 다수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이러한 수업방식에 반기를 들고 있어 이번 논쟁의 귀추가 주목된다.

9일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한상근 교수가 “앞으로 모든 강의를 우리말로 하겠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상에는 카이스트 교수들의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는 “영어 강의는 각 교수들의 선택에 맡기되 졸업을 위해선 일정 학점 이상의 영어 강의를 수강토록 하는 졸업요건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영어강의는 교수와 학생들 간 인간적 접촉을 단절시키고, 학생들의 정서를 더욱 삭막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한 교수의 입장 표명에 따라 동료 교수들도 대부분 영어 강의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전 과목 영어강의 자체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펴보였다. 다음 날인 10일 새벽 해당 학교에서 올해 첫 번째로 목숨을 끊은 ‘로봇영재’ 조 모(19)씨와 역시 목숨을 끊은 박 모(19)씨를 지도했다는 한 익명의 교수(A)는 학내 커뮤니티에 “한상근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전 과목 영어 강의 의무화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A교수는 “한국의 과학대표 대학인 카이스트가 자국어가 아닌 영어로 100% 학문을 한다는 것은 국가의 수치”라면서 “고등 학문을 자국어로 배우지 못하고 외국어로 사유한다면 미개인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론 영어의 국제 공용어 역할을 고려해, 전과목 영어 강의가 아닌 선택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8년간 전 과목을 영어로 지도했다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문수복 교수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영어 강의에 부쳐’라는 제목으로 “영어 강의도 NO”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학부 과목에선 영어 때문에 강의 내용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었다”면서도 “그렇지만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로 세계 경쟁에 뛰어들려면 연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만큼 토익(TOEIC) 900점 이상은 갖출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10일 저녁 학생들은 잇따른 학우들의 사망 소식에 교내에서 추모 촛불집회를 갖고 고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서 총장을 향해 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학생은 학내 게시판에 “네 번째 학우 자살에 마음이 무너져 며칠을 우울증에 가까운 상태에 지내고 있다”며 “경쟁 체제 속에 있었던 학우를 추모하고, 학교의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촛불 집회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일부 학생들은 ‘차등등록금 제도보다 영어강의가 더 심각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한 학생은 “영어 강의는 교수와 학생의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전달도 안 되는 지경으로 만들었다”면서 학교 방침에 강하게 반박했다. 또 다른 학생은 “서 총장은 경쟁을 강조하는데, 어떤 공학자도 혼자서 연구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총학을 중심으로 영어강의, 재수강 제한, 학생 증가에 따른 기숙사 신설 등 문제에 대해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카이스트는 11일과 12일 수업을 일시 중단하고 학과별로 교수와 학생 간 대화를 통해 잇단 자살의 원인과 대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오진영 기자 [pppeo001@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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