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초 작성일 : 2009-02-03 11:36:00  |  수정일 : 2009-02-03 11:36:41.483 기사원문보기
[야고부]비슬산 최고봉

대저 비슬산은 북의 1,084m봉과 남의 1,058m봉 사이 4.5㎞가량, 혹은 더 남쪽의 990m봉까지 이어 달리는 남북 간 主稜線(주능선)을 척추로 삼는다. 그 동편은 청도 각북면에 속하고 서편은 달성 유가면이다.


그러나 각북 쪽은 그냥 트여 산만한 데 비해, 유가 쪽은 소쿠리나 활처럼 감아 오므린 支稜線(지능선)들에 의해 동그만 별개의 세계로 따로 구획됐다. 때문에 서편으로 열린 유가 땅은 일대 산줄기가 에워싸 세를 집중하는 비슬산의 중심같이 부각된다.


뿐만 아니라 그 유가에는, 주능선 중간에서 뻗어나오는 또 하나의 산줄기에 의해 한번 더 포인트가 주어지기까지 한다. 흔히 비슬산 명당이라는 大見寺(대견사) 터 뒤로 빠져나와 1,034m봉을 올려 세운 뒤 자연휴양림 쪽으로 급락하는 산줄기가 그것이다. 거기에 저 아래 들녘으로 달리는 국도 5호선이 활시위처럼 걸린다.


이렇게 유가 땅을 에워싼 지형 중 남쪽 축인 1,058m봉의 명칭은 진작에 照華峰(조화봉)으로 고정됐다. 하나 북편 축인 1,084m봉 명칭을 두고는 지금도 시비가 계속된다. 옛 기록을 들어 大見峰(대견봉)이라고 내세우는 쪽이 있는가 하면 天王峰(천왕봉)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반론도 강력한 것이다. 대견봉은 대견사 터 뒤의 1,034m봉을 가리킬 뿐이라는 얘기다.


이런 혼란은 근본적으로 옛 기록이 최고봉이라 지목한 그 봉우리가 지금 말하는 최고봉과 당연히 일치하리라 믿은 데서 초래됐으리라 판단된다. 하지만 대견봉이란 이름을 두고 혼란이 이는 두 봉우리의 높이는 1,084m와 1,034m로 겨우 50m밖에 차가 나지 않는다. 정밀 측량술이 없던 그 옛날이라면 어느 누구도 어느 게 더 높은 봉우리인지 절대 가려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반면 산 아래 사람 사는 땅에서 볼 때 비슬산에서 정말 중심 되고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오히려 1,034m봉이다. 옛날 어른들로서는 한쪽 구석에 밀려 있는 1,084m봉보다는 이걸 오히려 최고봉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1,084m봉은 유가사 뒷봉우리이니 유가사 기록에 나타난 이름이 더 적확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천왕봉의 ‘천왕’은 우리 고대의 최고 신앙대상이던 산신을 가리키는 말이어서 전국 산 최고봉 이름에 고루 사용되기도 한다.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에는 현지에서 토론회까지 열렸다고 한다. 의견 교환이 왕성해진 김에 때 놓치지 말고 비슬산 최고봉에 제 이름을 찾아주는 게 옳다고 믿는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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