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최초 작성일 : 2019-03-25 10:15:44  |  수정일 : 2019-03-25 10:19:06.927 기사원문보기
“그냥 일회용 컵 쓰라” 카페 일회용 컵 규제 7개월의 민낯

[환경일보] 임나리 객원기자 = 플라스틱 대란을 기억하는가? 지난해 중국이 재활용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한국은 폐기물 처리에 난항을 겪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지난해 8월2일부터 카페 매장 내 일회용 컵 규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월12일 '2019년도 자연환경정책실 세부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올해 상반기까지 '일회용품 사용 저감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한 일회용 컵 사용량을 2015년 61억 개에서 2019년에는 40억 개 수준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일회용 컵 규제 후 7개월이 흐른 지금, 정책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규제 잘 이뤄지고 있는가? 소비자 절반 "글쎄"

2월21일부터 5일간 소비자 240명을 대상으로 카페 매장 내 일회용 컵 규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5%는 '규제 정책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47%가 대체로 그렇지 않은 것으로 느꼈다.

소비자들은 "대형 프렌차이즈 외에는 카페마다 정책 수용도의 차이가 있어 특히 지방의 경우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설거지가 안됐다며 점원이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책은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 걸까?

대학가와 SNS 유명 카페, 여전히 일회용 컵 사용

2월20일 서울의 한 대학가로 나서 기자가 카페 15곳을 직접 확인한 결과, 5곳이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제공하고 있었다. 매장 곳곳에 붙은 규제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였다.

여전히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는 대학가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사진=임나리 객원기자>

인근 대학생들은 "규제 시행 후에도 학교 근처 카페에서 지속적으로 일회용 컵을 제공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점장님이 그냥 일회용 컵을 사용할 것을 지시했다"며 "제도는 알고 있지만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세를 얻은 한남, 성수, 망원 등에서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카페가 많았다. 20대 직장인 김지민씨는 "이태원과 가로수길 유명 카페에서 다회용 컵을 요청했지만 구비하고 있지 않다며 일회용 컵을 제공받았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카페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규제 사각지대는 더 이상 사각지대라고 부르기 어려워 보인다.

김현경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많은 규제 정책들은 시행 초기에 비해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회용 컵을 과소비 하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단속이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카페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를 포함한 다른 사업장에 대한 단속도 병행 중이다"며 "인력 부족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8월 규제 시행 직후 집중단속을 실시했다"며 "3월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4월부터는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종이컵, 과연 최선인가?

현재 정부에서 규제하는 일회용 컵은 플라스틱 컵만 해당한다. 즉 매장에서의 종이컵 사용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란 의미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종이컵 사용량은 257억개 이상으로 집계된다.

소비자들은 "아이스 음료를 주문했는데 종이컵 두 잔이 포개어 나왔다"며 "머그잔보다 종이컵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은데 문제는 뚜껑은 여전히 플라스틱이란 점이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바쁜 시간대에는 어쩔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종이컵과 플라스틱 뚜껑<사진=임나리 객원기자>

종이컵 사용이 플라스틱 컵의 대안으로 최선인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노응범 동신제지 대표는 "종이컵은 원료인 펄프 내 셀룰로오스가 남아있는 한 끊임없는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도 "현재 분리수거 되지 않고 소각ㆍ매립되는 부분이 많은 점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단속이 느슨해지면서 일회용 컵 수거 계약을 파기하는 가맹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신제지는 수도권과 영남권 내 22개 커피브랜드에서 일회용 컵을 전담 수거해 재활용하고 있지만 최근 계약을 파기한 업체가 약 20%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김현경 활동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종이컵도 일회용 컵에 포함된다"며 "현재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사용억제 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컵을 플라스틱 컵 대안으로 쓰는 일 역시 일회용 폐기물 감축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자원재활용 법 시행령 별첨1에서 정한 일회용품.

환경부는 이에 대해 "종이컵의 경우 매장 내에서 부득이하게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전했다.

길가에 버려지는 일회용 컵 회수가 관건

카페 안에서만 플라스틱 컵을 소비하지 않으면 과연 문제는 해결될까? 길가에는 여전히 음료가 담긴 채 버려진 일회용 컵이 즐비해 있다.

20대 대학생 유준호씨는 "정책의 취지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테이크아웃의 경우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일 방안이 없다"며 정책의 한계를 꼬집었다.

이만재 대원리사이클링 대표는 "규제 시행 후 매장 내 일회용 컵 수거량은 대폭 줄었다"면서도 "이는 원래 재활용이 잘 이뤄지던 컵의 수가 감소한 것일 뿐 테이크아웃 후 길가에 버려지는 컵은 여전히 문제인 만큼 정부는 규제의 타겟을 잘못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2018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대원리사이클링이 수거한 일회용 컵 현황(수거량과 실측 값 오차 존재) <자료제공=대원리사이클링>

이어 "테이크아웃 컵은 재질이 매우 다양해 종류별로 선별하기가 까다로워 재활용하지 않고 매립이나 소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경부와 자발적협약을 맺지 않은 카페의 대부분이 일회용 컵을 자체 처리하는 것도 재활용률을 낮추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회용 컵 회수 시스템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보증금 제도를 통한 일회용 컵 부가가치 제고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현경 활동가는 테이크아웃 컵 수거를 위한 '일회용 컵 전용 수거함' 사례를 언급하며 "신촌에서 시범운영이 이뤄졌지만 결국 철거됐다"며 "실질적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서울시, 스타벅스,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함께 일회용 컵 전용 수거함을 17개소에 설치한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민들이 일회용 컵 전용 수거함을 일반 쓰레기통으로 인식하는 문제가 있다"며 "현재 서울시에서 수거함의 운영 지속 여부를 고민 중으로 이는 국민 인식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보증금 제도 관련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으로 3월에 다시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전했다.

소비자 87% "규제 정책 필요해"

앞선 설문조사에서 '제도를 통한 일회용품 규제가 필요한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87%가 '필요하다'고 답하면서도 이들의 1/3은 정부의 현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스푼, 포크 등을 규제 대상으로 포함해 일회용품 사용 저감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며 "다양한 수단을 통해 업계와 소비자가 함께 변화하도록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그러나 "현 일회용품 규제는 소비 단계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며 "사회 전반의 인식개선 없이 개인에게만 부담을 지우다보니 정책이 효과적으로 실현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프리랜서 서예희씨는 "인식개선과 더불어 생산 단계에서의 규제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 규제 시행 후 7개월이 흐른 지금 제도 정착을 위한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 정부는 단편적 시각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인식개선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정책을 제공하길 기대한다.

<도움 / 기후변화 청년모임 BigWave 김민, 성하림, 윤정희, 장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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