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규 전문기자
김범규 전문기자

우리는 외면과 내면 모두 아름다움 사람에게 'beautiful'이라는 찬사를 붙여준다. 아름다운이란 겉과 속 모두 어느 정도 기준에 부합되었을 때 부를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최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뷰티업계가 진짜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에 충족하기 위해 '그린뷰티'로 변모해 나가고 있다.
이는 유통업체들의 환경 보호 물결 안에서 친환경을 최우선으로 두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자 화장품이나 뷰티 관련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 원재료,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의 마인드 등을 모두 꼼꼼히 살펴보는 소비자들까지 모두 품겠다는 일련의 결심이기도 하다.
한 글로벌 마케팅 기업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의 통칭)의 약 52%는 친환경을 비롯해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부합하는 브랜드나 상품을 더 소비할 것이라고 설문에 응한 바 있다. 이는 제조단계에서부터 에너지를 분출하고 화려한 패키지와 디자인으로 무장해 소비자들의 눈을 유혹해 왔던 뷰티업계를 변화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재활용품에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 시키는 '업사이클링', 친환경 패키지를 사용하고 환경보호에 적극적인 기업 문화를 내세우는 '클린뷰티', 친환경 성분과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비건(vegan) 뷰티'에 이르기까지 지구와 환경, 동식물을 생각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한 글로벌 브랜드는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이 자신도 모르게 해양생물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기 위해 제품 패키지에 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했다. 버려진 플라스틱과 비닐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해양 동물의 도안이 그려진 포장재를 조립하면 명함꽂이나 디자인 소품 등으로 활용 가능한 미니어처를 만들 수 있게 고안한 것이다.

수도 없이 버려지는 포장재로 인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스카프로 포장을 대체한 제품도 있다. 유럽의 한 글로벌 브랜드는 제품을 구매 후 포장지로 쓰여졌던 천을 스카프나 머리띠, 가방 등에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해당 천은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해 더 눈길을 끈다. 한 비누바는 화장품 제조 후 남은 원물을 업사이클링한 알갱이로 만들고 패키지는 사탕수수 잔여물로 만든 재활용지를 제작해 그린슈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자연에서 얻은 천연 성분을 활용하기도 한다. 100% 천연유래 성분으로 구성한 약산성 샴푸바, 제철 유기농 원료를 사용해 코스메틱 브랜드 등은 최근 젊은층으로부터 무한한 선택을 받고 있다. 기업의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재활용 플라스틱 PCR 용기와 수분리 라벨, 단일 재질 캡, 펌프를 사용하고 FSC 인증을 받은 종이 상자, 콩기름 인쇄, 친환경 접착제, 종이 완충재 등을 사용해 환경 보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해 소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도 있다. 국내의 유명 화장품 연구개발 전문업체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종이튜브로 2020 대한민국 패키지디자인대전에서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패키지 디자인으로서의 독창성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이룬 기술개발이라는 평가와 인정을 동시에 받은 셈이다.
왜 이들 기업은 친환경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고 하는걸까?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매출 증대가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최근 드러나고 있는 무시무시한 환경오염으로 인한 공포로 인해 보다 지속 가능한 산업의 틀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을 추구하는 화장품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은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져 2020년에는 매출 43조원의 세계 8위를 자랑한다. 그리고 이렇게 대규모로 커진 화장품 업계가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버려진 플라스틱이지만 화장품 원료 안에도 각질이나 피부 개선을 위해 미세한 플라스틱 알갱이 등이 함유되어 있어 문제가 되곤 한다.
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지만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바다로 흘러 들어가 환경오염을 일으키곤 한다. 따라서 정부는 씻어내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을 금지했지만 규제의 테두리 밖에 있는 화장품에는 여전히 이러한 플라스틱 등이 들어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정한 미세플라스틱 의심 성분을 다수 함유한 화장품들도 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친환경을 강조한 브랜드들이 많아지고 있고 소비자들의 관심 또한 크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뷰티업계에서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기존의 방식으로 만든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화장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구매패턴과 구매량은 한정되어 있고 모든 제품을 친환경 제품만으로 교체할 순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화장품 패키지에 미세플라스틱 유무 문구를 삽입해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내용을 환기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용 후 처리 방법을 표시해 최대한 오염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구매를 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지구와 삶을 위해 움직이는 소비자의 행동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제품을 업계에서 순차적으로 퇴출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의미의 환경운동 실천이다. 자신의 구매패턴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널리 알리고 이와 같은 현상이 도미노처럼 널리 확산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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