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75%로 0.25% p 인상됐다.

 한국은행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 회의를 개최하고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0.25% 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과 4월에 이어 다섯 번째 인상이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과 4월에 이은 세 번째 인상이다.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소비자물가가 5%에 육박한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미국 통화당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4월 네 차례에 걸쳐 각각 0.25% 포인트씩 인상해 연 1.50%로 올린 바 있다. 지난 4월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로 연 1.50%로 인상했다.

 이번 금통위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취임 이후 첫 번째 금통위다. 취임 후 첫 금통위에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지난 2017년 금통위 횟수가 연 12회에서 8회로 축소된 이후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한 것은 지난해 11월과 1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중국의 경제 둔화로 국내 성장 모멘텀도 약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성장보다는 물가를 더 고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가가 더 뛰어오를 경우 대응이 늦어 실기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실제 소비자물가는 5%에 육박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은 4.1%로 이미 한은 연간 전망치(3.1%)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4월 물가가 전월(4.1%) 수준을 상당폭 상회한 4.8%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1년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이번 달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전월(3.1%) 대비 0.2% 포인트 높아진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체감 상승률을 뜻하는 '물가 인식'도 3.4%로 전월(3.2%) 보다 0.2% 포인트 올라 2013년 1월(3.4%) 이후 가장 높았다.

 미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 속도가 빨라져 한·미 금리가 역전될 것이란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한은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월을 포함해 다섯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벌려 놓은 상황이다. 이날 0.25% 포인트 인상으로 일단 미 연준 기준금리(0.75∼1.0%)와 격차는 상단이 0.75% 포인트로 커졌다. 하지만 미 연준이 이미 6,7월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임을 예고한 상황이다. 한은이 다음번 금통위인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남은 다섯 차례의 회의 기간(6월, 7월, 9월, 11월, 12월) 중 6, 7월 빅 스텝을 단행하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다.

 가계부채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사상 처음으로 감소 전환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전 분기보다 1조 5000억 원 감소한 1752조 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처음이다. 다만, 4월 들어 다시 증가 전환하는 등 가계부채 감소 기조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서 한은은 통화완화 정도를 적절히 정상화하는 정책방향을 언급해왔다. 특히 신임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기준금리 0.50% p 인상(빅스텝)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금리 문제는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속도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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