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CEO는’ 기업 CEO들이 어떤 비전으로 기업을 꾸려가고 있고 어떤 환경을 마주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경영 위기를 타개해나가고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그래픽=김현지 기자]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그래픽=김현지 기자]

지주사 전환에 나서려는 모회사 교보생명에 교보증권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최근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임원 배임 혐의로 논란이 돼서다.

교보생명을 이끄는 신창재 회장이 그간 지주사 전환을 위해 추진해온 노력을 감안하면 교보증권에서 불거진 업무상 배임이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 건 사실이다.

다만 이를 계기로 앞서 신 회장이 밝힌 윤리경영 철학에 보다 눈길이 간다. 최근 신 회장은 적극적인 윤리경영이 가장 전략적인 경영 전략임을 역설했다.


교보증권, CFD 배임으로 이목


지난 4월 발생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 CFD가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들이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은 가운데 교보증권에서 CFD를 담당하는 임원이 업무상 배임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임원은 리스크 헷지를 위해 계약한 백투백(back-to-back) 거래 상대방인 외국 증권사가 CFD 업무와 관련해 교보증권으로 보내야하는 마케팅 대금을 국내 CFD 매매시스템 개발업체로 송금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CFD는 개인이 주식을 실제로 보유하지 않은 채 차익을 목적으로 매매가 가능한 장외파생상품 거래다. 이는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데다 만기가 따로 없고 공매도가 가능한데, 백투 거래 특성상 개인이 아닌 ‘외국인’ 수급으로 잡혀 제도 허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돼왔다.

증권사 중 업력이 가장 오랜 교보증권은 이 CFD를 2015년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했으며 가장 많은 CFD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CFD 거래 잔액은 6180억원에 이른다. 이런 교보증권에서 관련 임원이 배임을 저지른 혐의가 나왔다는 사실에 업계 파장은 컸다.

해당 임원은 의혹이 제기되기 전 이미 퇴사한 것으로 전해져 더욱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현재 조사 중인 상황에서 교보증권 측은 임원 관련 배임이 발생한 사실에 대해 즉각 인정했다. 현재 CFD 신규 계좌 개설은 중단된 상태다.


지주사 전환 노력 안 그래도 어려운데…


교보생명 광화문 본사. [사진=교보생명 제공]
교보생명 광화문 본사. [사진=교보생명 제공]

교보증권은 교보그룹 내 금융회사 중 교보생명 다음인 2위로 매출을 뒷받침하는 데다 유일한 그룹 상장사다. 생명보험 상위권 3사에 속한 교보생명에 비해 증권업계에서는 20위로 중하위권이지만 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을 싣는 역할로 기대됐다.

그런 만큼 모회사 교보생명이 이번 CFD 사태와 맞물려 발생한 자회사 배임 혐의에 따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속내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유일한 자구책으로 추진 중인 지주사 전환에 교보증권이 시너지는커녕 이미지에 타격을 입힌 셈이 됐기 때문이다.

교보생명과 신 회장은 그간 경영에 걸림돌이었던 재무적투자자(FI)와의 ‘풋옵션 분쟁’을 매듭짓기 위해서라도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지주사 전환 계획을 구체화시켜왔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에는 파빌리온자산운용을 인수했으며 올해에는 악사손해보험 인수도 고심 중이다.

다만 IPO 불발에 따라 FI가 풋옵션을 행사한 2018년 10월 이후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교보생명은 여전히 풋옵션 계약 이행을 요구받고 있고 중재비용 약 200억원을 부담하라는 압박도 받고 있는 실정이다. IPO를 위한 지주사 전환 과정이 녹록치 않다는 얘기다.

FI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풋옵션 분쟁 자체는 지금 현재 ICC 중재가 진행 되고 있는 상황이라 결론이 나와야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지주사 전환 등에 특별히 반대하거나 할 이유는 없지만 풋옵션 계약 이행이 먼저라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 “금융업은 남다른 책임의식 필요”


윤경ESG포럼에서 지난 4월 20일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기조연설 
윤경ESG포럼에서 지난 4월 20일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기조연설을 했다. [사진=교보생명 제공] 

이번 논란은 뼈아픈 교훈이지만 교보생명이 책임 있는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데 기여하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말대로 실천하는 일이 관건이지만 신 회장이 윤리경영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20일 윤리경영 확산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개최된 윤경ESG포럼에서 “적극적 윤리경영 실천이야말로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전략적인 경영방식”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그가 어떤 경영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지 읽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신 회장은 “금융업은 고객에게 돌려드려야 할 부채가 많은 만큼 남다른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며 “적극적 윤리경영이란 기업시민으로서 윤리적 책임을 다하면서 업(業)의 본질을 실천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권익과 기업 이익 간 균형을 취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 나아가 “사람은 산소가 없으면 살 수 없지만 산소를 위해 살지 않는 것처럼 기업에 이익은 생존을 위한 연료지만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 없다”며 “기업의 존재이유는 업의 본질을 실천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신 회장은 강조했다.

한편 교보생명은 여전히 내년 하반기 금융지주사 설립을 목표로 지주사 전환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성장동력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관계사 간 시너지 창출, 주주가치 제고 등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달에는 5개 자회사인 교보증권과 교보문고, 교보라이프플래닛, 교보정보통신, 디플래닉스와 함께 교보그룹 데이터 체계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는데 이와 같은 디지털 전환은 특히 교보생명 오너 3세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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