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 녹취록·확약서 근거로 피해구제 어렵단 입장
- 피해고객 측 “정상 인출 건에 인정한 답변을 녹취 근거로 삼아”
- 우리은행 관계자 “중도인출 관련 추가 확인 필요하다”

지난 9월 6-7일 피해고객이 우리은행 부지점장과 나눈 카톡 내용과 중도인출 사실이 확인 제공된 지급내역 현황 문서. [사진=제보자 제공]
지난 9월 6-7일 피해고객이 우리은행 부지점장과 나눈 카톡 내용과 중도인출 사실이 확인 제공된 지급내역 현황 문서. [사진=제보자 제공]

우리은행이 한 부지점장의 고객 돈 횡령 의혹 관련 피해보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사측은 중도인출 본인확인 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확약서가 있어 피해구제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측이 상반된 주장으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측, “중도인출 4건 중 2건이 부지점장 횡령 내역”


피해고객이 직접 정상 중도인출 받은 중도해지 전표. [사진=제보자 제공]
피해고객이 직접 정상 중도인출 받은 중도해지 전표. [사진=제보자 제공]

1일 더리브스가 제공받은 중도해지 전표 자료에 따르면, 피해고객은 2016년 2월 18일과 같은 해 5월 24일 각각 만기 10년 적립식 저축상품인 재형저축과 키움증권 펀드를 직접 중도인출했다.

그러나 2016년 10월 6일과 10월 27일 동부생명 저축보험에서 각각 1500만원, 1000만원 중도인출된 건은 부지점장 B씨가 서류를 꾸며 횡령한 내용으로 지목되고 있다.

피해고객의 딸 A씨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중도인출이 진행된 당시 거래가 4건으로 확인되는데, 2건은 어머니가 요청한 정상적인 거래이고 다른 2건은 부지점장이 횡령한 내역”이라며 “부지점장이 인출한 내역은 어머니가 요청한 거래가 아니니 (어머니는)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A씨의 어머니는 본인이 진행한 건 외에 추가적인 중도인출 사실을 올해 9월 6일에서야 알았다. A씨의 어머니와 오랜 거래를 이어온 부지점장 B씨가 지난 9월 5일 집까지 찾아오면서 2억5000만원 가량을 빌려달라고 요청하자, 어머니는 가족들 모르게 노후자금으로 가입했던 동부생명 저축보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동부생명 콜센터에 직접 전화한 결과 본인이 진행하지 않은 중도인출 발생 사실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2016년 11월 11일 우리은행으로부터 걸려온 중도인출 본인확인 전화에 A씨의 어머니는 본인임을 인정했으나, 이는 어머니가 직접 본인이 중도인출한 내용에 대한 질문으로 인식하고 답변한 것이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금융감독원 피해 진술서를 통해 “방카슈랑스나 펀드 등 여러 상품의 가입 및 중도해약이 2016년 이전부터 빈번했던 어머니는 그런 전화가 왔을 때 무조건 ‘네, 네’라고 대답하라는 B씨의 코치를 지속적으로 받은 것으로 안다”며 “이에 우리은행 상담원의 전화통화에서도 2월과 5월에 진행한 재형저축과 키움 펀드 중도해약으로 인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횡령 증거 요구 받았다는 피해고객…의문점 다수 언급 


A씨가 B씨 측으로부터 진행된 것으로 제시한 1차 중도인출 전표 [사진=제보자 제공]
A씨가 B씨 측으로부터 진행된 것으로 제시한 1차 중도인출 출금전표. [사진=제보자 제공]

사측이 B씨가 중도인출한 2건에 대해서만 언급한 상황에서, A씨는 사측으로부터 ‘보상을 받으려면 부지점장이 횡령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라’는 요구도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피해고객 측은 몇 가지 의문점을 제시했다. 먼저는 개설된 계좌가 이미 많은데도 신규 계좌가 추가로 개설된 점이다. A씨의 어머니가 진행한 중도인출 외에 진행된 1차 중도인출일인 2016년 10월 6일, B씨는 계약자(A씨의 어머니) 모르게 명의를 도용해 인감 서명을 통해 신규통장을 개설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어머니가 사용 중인 여러 개 계좌가 이미 있어 신규 계좌 개설이 불필요했다”고 말했다.

A씨의 어머니가 알지 못하는 제3자에게 돈이 보내진 점도 의문시됐다. 1차 중도인출 만을 예로 들면, A씨는 자료를 통해 “B씨가 인출 시 작성된 출금전표(1500만원)로는 현금을 1일 1000만원 이상 출금하면 금융정보분석원으로 보고되기에 현금 600만원과 수표 900만원으로 나눠 인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출된 수표 900만원 중 200만원은 2016년 10월 6일자 A씨의 어머니 이름으로 전산인자가 찍히고 다른 200만원은 10월 21일자로 B씨가 직접 명의도용한 것으로 보이는 친필이 배서되고, 나머지 10월 10일자로 500만원은 계약자와 일면식도 없는 정 모 씨 명의로 전산인자가 찍혀 현금화가 됐는데, 후자가 특히 미심쩍은 부분으로 지목됐다. A씨는 “B씨가 주민번호까지 알고 전산인자한 정 모 씨가 누구이며 B씨와 무슨 관계인지 반드시 파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B씨가 2차례의 중도인출 후 A씨의 어머니에게 인감증명서 제출을 요구한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A씨는 중도인출 신청인이 계약자인 어머니 본인임에도 2016년 11월 15일자로 확약서가 만들어졌는데, 내용 중 자신이 어머니의 대리인으로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는 지적이다.

A씨는 “어머니의 동부생명 저축보험 가입 사실도 몰랐고 중도인출 당시 작성서도 작성한 바 없는 데다, B씨가 어머니와 제 명의를 도용해 본인이 직접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지난달 1일 우리은행 본사 감사실 차장과 변호사 면담 시 확인된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2016년 10월 6일과 10월 27일) 중도인출은 이후 계약자 서명이 아닌 것으로 내부 감사에 적발돼 B씨는 추가 서류보완 요청을 받았다. 이에 “B씨 본인이 자필 서명해 중도인출한 사실을 감추고자 A씨가 작성했다는 묘안을 생각해내고, A씨의 어머니에게 은행업무 처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인감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회유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확약서도 신뢰 어려워…조작 횡령 증거 있다”


우리은행 측으로부터 피해고객 측이 확보한 2016년 11월 15일자 확약서. [사진=제보자 제공] 

더 나아가 확약서에 진술된 내용이 가짜임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인출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7월 15일 A씨가 지급청구서를 작성해 해지됐다고 기술된 주택청약저축예금에 대한 전표가 확인되면서다.

A씨는 “B씨가 전표조작과 함께 통장, 인감 분실 신고 및 비밀번호 분실 재등록을 진행했고 분실신고 시 작성돼야 하는 제신고서도 어머니 서명이 도용돼 작성되고 2718만4250원이 인출됐는데, 이와 동시에 2400만원이 대체 처리돼 타인에게 입금처리가 됐지만 이마저도 입금의뢰인은 계약자인 어머니가 아니기에 관련 정보제공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2016년 7월 15일 B씨가 분실신고했던 인감도장이 역시 동일한 B씨가 2016년 11월 15일 작성한 가짜 확약서에 찍혀있는 상황으로, 이는 어머니가 인감 분실신고를 하지 않았고 어머니가 주택청약저축예금의 해지도 요청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모든 전표와 서류들을 B씨가 조작해 횡령한 강력한 증거가 있음에도, 단지 녹취록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두 사람 간의 금융거래로 치부하는 은행의 행태가 맞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측, “감사실에서는 2건 내용만 알아…증거 제시하란 말 아닌 걸로 들어”


이와 관련 더리브스는 우리은행 관계자에게 4건에 대한 중도인출을 인식하고도 피해구제가 어렵다고 입장을 밝힌 게 사실인지에 대해 묻자 “그렇지 않다”며 “감사실에 확인을 한 바로는 2건에 대한 내용으로만 알고 있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증거 제시 요구에 대해서는 “증거를 제시하란 말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민원이 들어왔으니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사하는 검사실 측에서는 이런 내용들이 파악이 됐는데 이게 아니냐는 질문을 했던 거지 은행에다가 그런 증거를 100% 만들어 달라고 한 건 아니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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