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들, 제재 대상 포함서 제외되자 재요청
- 승소 유리해진 분위기지만 펀드 팩토링 구조 지적에 책임 문제 재부각
- 피해자연대 “펀드 문제 해결 없이 지주회장 추대할지 묻고 싶어”
- 사측 “문제 인정하고 노력 중…내년 주총 시기 회추위로 후보 나올 것”

25일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와 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및 영국 기반 펀드 대표가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부회장에 대한 제재요청서를 접수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건물로 향하고 있다. [사진=임서우 기자]
25일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와 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및 영국 기반 펀드 대표가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부회장에 대한 제재요청서를 접수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건물로 향하고 있다. [사진=임서우 기자]

전 하나은행장인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부회장이 사모펀드 피해자들로부터 판매책임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함 부회장의 차기 지주회장 도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불거진 셈이다.

최근 타 금융지주 회장들이 사모펀드 관련 징계 소송 등에서 승소한 가운데, 유사한 사법 리스크에 묶여 있는 함 부회장 역시 법적 대응 상황이 유리해질 기미가 보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그가 차기 지주회장직에 도전할 거라는 전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금융당국에 함 부회장을 추가로 제재해달라는 요구 등으로 그 가능성에 제동을 걸고 있다. 현재 환매중단 사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모펀드 상당수가 함 부회장의 행장 재직 시절 판매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들은 애초에 환매청구권이 없는 팩토링 계약에 고객들의 돈이 투자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기판매 책임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피해자들, 제재대상 제외된 함 부회장에 중징계 촉구


25일 금융정의연대와 이탈리아헬스케어 및 영국 기반 펀드 피해자 연대는 이날 오후 2시 금융감독원 앞에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관련 하나금융 함영주 부회장 제재요청서 제출 및 영국기반펀드 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함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촉구했다. [사진=임서우 기자]
25일 금융정의연대와 이탈리아헬스케어 및 영국 기반 펀드 피해자 연대는 이날 오후 2시 금융감독원 앞에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관련 하나금융 함영주 부회장 제재요청서 제출 및 영국기반펀드 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함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촉구했다. [사진=임서우 기자]

25일 금융정의연대와 이탈리아헬스케어 및 영국 기반 펀드 피해자 연대는 이날 오후 2시 금융감독원 앞에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관련 하나금융 함영주 부회장 제재요청서 제출 및 영국기반펀드 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함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촉구했다.

금융정의연대에 따르면, 함 부회장은 2015년 9월 하나은행 은행장으로 취임해 2019년 3월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은행장의 지위에서 다수의 사모펀드를 운용·판매 지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행원 출신으로 알려진 함 부회장은 실적을 최우선 가치로 두며 ‘전 직원의 PB화’를 추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투자위험이 큰 상품들도 별도 제재 없이 우후죽순처럼 팔려 나갔다는 추론이다. 실제로 2019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하나은행이 판매했던 펀드들이 상당수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F), 라임, 독일 헤리티지, 이탈리아헬스케어, 디스커버리, 영국 기반 펀드 등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판매책임과 관련해 함 부회장을 다시 소환해내려 하고 있다. 함 부회장은 금감원으로부터 DLF 관련 ‘문책경고’ 제재를 받았으나 이마저도 불복해 소송 중에 있는데다, 사기판매 의혹이 제기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와 관련 제재 대상이었는데도 해당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금융정의연대는 “현재 금감원의 제재 대상인 지성규 하나은행 전 행장보다 함 부회장이 은행장 재임 시절 판매한 사모펀드 규모는 더 크고 판매기간도 길었다”며 “그럼에도 금감원이 함 부회장을 제재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우며, 이는 봐주기식 제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금융정의연대는 “금감원은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의 경우 라임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거짓된 정보로 판매했기에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로 제재한 바 있다”며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도 상품설명서와 다른 자산에 투자되는 등 거짓으로 판매됐는데 금감원이 손 회장과 달리 함 부회장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날 함 부회장에 대한 제재요청서를 제출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 양수광 대표 역시 “사기 펀드들이 기획되고 판매가 시작된 시점과 (판매) 사기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전 하나은행 투자상품부 직원 신용덕 차장이 외부에서 하나은행으로 영입돼 사기판을 벌인 시점이 모두 함 은행장 재임기간”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함 전 은행장을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제재심에 추가하고 중징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송 분위기 유리하지만 지주회장 도전 시 피해자 반발 ‘변수’


최근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루된 재판들에 잇달아 승소하는 소식이 들리면서 함 부회장에 대한 재판 결과도 유리할 거란 예측이 나왔다. 이에 함 부회장이 지주회장에 도전할 거라는 언급이 나오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반발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은 지난 8월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DLF 징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함 부 회장 역시 DLF 관련 금감원의 문책경고 징계 결정에 불복해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인 만큼 승소 기대감이 높아졌다.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은 지난 22일 채용 비리 공판에서 원심을 뒤집고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3년 째 채용 비리 공판을 진행 중인 함 부회장도 조 회장과 같이 승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함 부회장에게는 모두 해당된 두 건의 유사 재판에 승소 결정이 나면서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가능성은 높아진 양상이다. 함 부회장 역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지주회장직에 도전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현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이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힘에 따라, 함 부회장이 차기 유력한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DLF 외에도 다량 판매된 다른 사모펀드들에 대한 판매책임을 함 부회장에게 묻고 있는 만큼, 현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지 않고 지주회장직에 도전하는 건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피해자들로부터 더 큰 반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 양 대표는 “하나금융지주에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해결 없이 함 부회장을 금융지주 회장으로 추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 묻고 싶다”며 “금감원에도 제재심에 함 부회장이 추가되면 함 부회장이 지주회장이 되도록 제재심을 연기할 것인지, 이탈리아 헬스케어 사기 펀드를 무마시킬 것인지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내에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반드시 감사원에 감사 청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기판매 책임 근거 강화하는 피해자들…“상환청구권 없는 팩토링 계약”


[사진=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 제공] 
[사진=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 제공]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들은 하나은행에 대해 지난해 7월 검찰 고발한 데 이어 지난 9월 경찰 고발을 진행하면서 지난 4일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이끌어낸 바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피해자들은 펀드 상품이 애초에 환매가 불가능에 가까울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설명해나가기 시작했다. 상환청구권이 없는 팩토링(Factoring) 계약 얘기다.

팩토링은 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기관들이 채권 만료 전 판매기업으로부터 채권을 양도해 판매대금을 우선변제하고 채권자로서 매출채권 관련 대금회수·채권관리 등을 수행하는 단기 금융서비스다. 상환청구권 없는 팩토링은 채권회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채권회수 리스크를 팩토링 회사가 부담하는 경우인데, 이는 자금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게 유동성과 재무건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 리스크를 중소기업이 아닌 팩토링 회사가 지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해당 제도가 투자자인 고객들에게 악용됐다는 지적이다. 고객이 위험부담을 안은 팩터(factor)가 되어 애초에 상환이 어려운 채권에 자금이 활용된 데다, 국내 운용사와 해외운용사 수수료, TRS 증권사 수수료, 판매사 수수료까지 지급되는 구조 속에 손실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사진=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 제공] 

양 대표에 따르면, 정부예산 내 지급 결정된 ‘인버짓(In-budget)’ 채권들은 액면가 1~2% 할인하고 회수기간은 최대 180일까지로 자발적으로 회수되지만, 예산초과분으로 결정된 ‘익스트라 버짓(Extra-budget)’ 채권들은 액면가 15~25% 할인하며 회수기간은 24~36개월이나 반드시 법적 소송을 통해서만 회수가 가능하다.

이같이 신용유형에 따라 명백히 구분되는 펀드인 만큼 의료 공급자들과 지방정부 사이에 매출채권 대금 지급내역이 확실해야 할 텐데, 팩토링이 자금거래 내역을 전혀 알 수 없는 조세 회피처에서 운용됐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다는 게 피해자들의 지적이다.

양 대표는 “이탈리아 헬스케어 팩토링의 목적은 의료기관들에게 우선적 자금조달을 하는 것”이라며 “헬스케어 팩토링에 투자자들이 팩터로 참여하는 것 역시 이탈리아 의료공급업자들에게 조기 자금 지원을 충당하는 목적에 부합되는 것이지 결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가 애당초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애초 이같은 구조의 펀드에 참여한 판매사, 운용사, TRS 증권사 등은 모두 처음부터 회수 불가능함을 인지했을 것이며, 이는 판매사가 기획을 주도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였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양 대표는 “처음부터 익스트라 버짓 채권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헬스케어 팩토링은 이루어졌다”며 “처음부터 회수 불가능함을 인지하고 펀드의 투자를 진행했기에 TRS증권사들 역시 사전 손실을 인지해 투자 첫날부터 증거금을 100%로 상향조정한 것이고, 판매사 하나은행 역시 알고 있었기에 13개월이라는 상환기간을 허위 날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3개월 허위 상환기간은 하나은행이 먼저 기획해 국내운용사들에게 지시주문해 운용하도록 한 OEM펀드의 증거이고 상환 불가능한 13개월을 무조건 상환으로 명시하여 판매한 것은 부당권유가 아니라 리파이낸싱으로 상환을 기획한 것으로 폰지사기의 증거”라며 “펀드를 판매한 하나은행 PB들이 양심선언으로 명백한 폰지사기임을 구체적으로 지목해 밝혔으나 오히려 금감원에서 사기펀드와 계약취소를 결정하지 못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팩토링 구조는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뿐 아니라 영국 기반 펀드(VAT 펀드, 루프탑 펀드, 재생에너지 펀드)에도 유사하게 적용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하나은행의 사기 판매 혐의를 강화하는 증거가 되고 있다.


사측, “판매책임 인정·노력 중…함 부회장 지주사 후보 결정된 건 없어”


하나금융그룹 본사. [사진=김은지 기자]
하나금융그룹 본사. [사진=김은지 기자]

사측은 사모펀드 판매책임을 인정하며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에 대해서는 최대한 지급을 하고자 70% 가지급 결정을 해서 진행하고 있는 부분이고, 사인하시고 받아가신 손님 비율이 지난 9월 경찰청 고발 시점 기준으로 85% 이상”이라며 “나오신 분들은 마지막까지 남으신 분들인데 끝까지 받으시겠다고 남으신 부분이고, 저희가 최선을 다하는 부분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판매책임도 인정하며 “선가지급 받는 부분을 넘어서 계약취소를 많이 말씀하시는데 재발하면 안 되는 게 가장 중요하기에 그 부분을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팩토링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인정되는 부분으로, 그러니까 금융소비자보호법도 강화되고 이에 맞춰서 고위험 상품을 팔 때 더 명확하게 교육 받은 사람만 판매될 수 있도록 교육 등이 더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 부회장의 지주회장 도전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내년 임기가 주총까지이니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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