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쟁조정 현재까지 19건…미해결 펀드도 산적
- 피해자들, 분쟁조정 개선 및 금소법 제도 보완 강력 촉구
- 증인 부재 국감 우려 현실화…현안 돼버린 증인 채택 문제
- 21일 종합감사서 논의 개선 기대…일반 증인 채택 여부 주목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가 개최한 7일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 국정감사 사모펀드 피해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헬스케어 피해자연대 양수광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피해자연대 제공]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가 개최한 7일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 국정감사 사모펀드 피해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헬스케어 피해자연대 양수광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피해자연대 제공]  

1년 2개월 남짓 사모펀드 피해 관련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이 이어져왔지만 아직도 사태 해결은 미완성인 상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현실의 근본적인 한계를 실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앞에선 피해자들은 분쟁조정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과 금소법 관련 실효성 있는 제도 보완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국감 증인대에서 금융사의 최고 수장도, 억울한 피해자도 볼 수 없었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 자리에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불과 몇 시간 전 피해자들의 국회 앞 기자회견도 무색하게 사모펀드에 대한 세부 질의답변을 찾아보기 어려웠을 뿐더러,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 문제가 도리어 국정 현안이 된 모습이 연출됐다.


현재까지 19건 처리된 분쟁조정…손해배상 결정 상당수


더리브스가 입수한 민형배 의원실의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관련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총 8회의 분조위를 개최해 라임펀드, 옵티머스펀드, 디스커버리펀드 일부 판매사에 대한 분쟁조정 신청 총 19건을 처리했다.

펀드별로 보면, 라임펀드는 분조위를 총 6차례 개최해 15건의 조정결정이 이뤄졌다. 특히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계약취소 분쟁조정이 성립해 분조위에 부의되지 않은 나머지 투자자들도 계약취소로 합의 취하됐다. 우리은행(650억원, 291계좌), 신한금융투자(425억원, 55계좌), 하나은행(364억원, 158계좌), 미래에셋증권(91억원, 25계좌)이 여기 해당된다.

반면 라임 국내펀드 및 CI펀드는 손해배상 조정으로, 분조위에 부의되지 않은 나머지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배상기준에 따른 자율조정이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2739억원, 458계좌), 우리은행(2703억원, 1,348계좌), KB증권(580억원, 119계좌), 하나은행(328억원, 167계좌), 부산은행(291억원, 226계좌), 중소기업은행(286억원, 242계좌) 등이다.

옵티머스 펀드는 분조위를 1차례 개최해 2건에 대해 일반 투자자에게 계약취소에 따른 원금 전액 반환이 결정됐다. 관련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이같은 조정결정을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일반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을 반환하는 사적화해를 완료했다. 이는 831명을 대상으로 2780억원 규모다.

디스커버리펀드의 경우 분조위를 1차례 개최해 2건에 대해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도록 조정결정이 이뤄졌다. 이에 1건(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은 조정이 성립했으며, 1건(글로벌채권펀드)은 조정이 불성립됐다. 분조위에 부의되지 않은 나머지 투자자에 대해서는 분조위가 제시한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이 진행 중이다. 이는 기업은행 269계좌에 대해 761억원에 달한다.

펀드별로 개최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에는 계약취소로 안건이 결정된 것과 달리 올해에는 40~80% 손해배상 결정이 대다수였다. 올해 계약취소가 결정된 건은 지난 4월 5일 올해 두 번째 진행된 NH투자증권의 안건 2건이 유일했다.

라임 펀드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개최 현황. [사진=민형배 의원실 자료] 

피해자들, 분쟁조정 기능 실효성 확보 위한 엄중 질책 요구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7일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감원장에게 분쟁조정 기능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질책해 달라”면서 “2019년부터 심각하게 발생된 사모펀드 사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도록 엄중한 감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약 6조6000억원에 달하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제대로 해결된 것은 일부 펀드에 불과하며, 대다수의 펀드는 아직도 분조위조차 개최되지 않고 있다”며 “디스커버리펀드, 부산은행 라임펀드는 분쟁조정안 불수락에도 불구하고 각 금융사별로 자율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분쟁조정이나 검사 제재 일정 등에 이름 한 번 올리지 못한 펀드들이 아직도 수두룩하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는 이달 중 분조위 일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나 아직 알려진 바 없으며 이외에도 독일헤리티지펀드, 젠투파트너스, 교보 아름드리, 한화글로벌원펀드, 영국UK, VAT, 신재생에너지펀드, 더플랫폼아시아무역금융펀드 등이 분조위 조차 열리지 않은 미궁 상태다.

이에 피해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처벌 강화 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피해자연대 양수광 대표는 정은보 금감원장이 지난 8일 취임사에서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에 주력하고 ▲사전·사후 감독을 조화롭게 운영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노력을 지속해 금소법을 개선해나가겠다고 언급한 점을 토대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양 대표는 “사전적 감독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금융사건에 대한 실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발언”이라며 “더군다나 ‘사후적인 제재에 의존해서는 금융권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말은 최근 벌어진 사모펀드 사태가 도덕성을 내팽개치고 위법과 고객기망을 서슴없이 자행한 금융권들이 범죄의 가해자가 돼 사태를 촉발시킨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없는 것으로, 이들에 대한 철저한 단죄와 처벌 없이 협력을 먼저 논하겠다는 것은 소비자 보호는 안중에도 없다는 발언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이에 현행 금소법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소법에 있어 핵심적인 이 제도들을 보완할 의지가 없다면 “금감원이 기반으로 삼는 법과 원칙은 과연 어떤 것인지 심히 우려스럽다”는 시각에서다.

양 대표는 “금융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이나 유럽은 사모펀드 역사가 오래된 만큼 규제가 아주 약하고 대부분 시장 자율에 맡기지만, 금융사기로 체포되면 가혹하게 처벌한다. 피해액의 3배인 징벌적 배상도 뒤따른다”며 “폰지형 금융사기를 저지른 버나드 메이도프에게 68세의 나이에도 150년형이 내려졌고, 2001년 CEO였던 제프리 스킬링은 24년 4개월 형과 함께 550억원의 벌금이 부과됐다”고 짚었다. 이어 “금융범죄에 대해 처벌이 가장 약한 대한민국은 금융사기의 천국”이라며 “전 세계에서 사기 범죄는 대한민국-멕시코-남아공-인도-아르헨티나 순”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양 대표는 정 금감원장에게 “6조7000억원을 육박하는 상환불가사태는 결코 사전이든 사후든 규제나 감독 따위의 차원으로 다스려지지 않는 것임을 명백히 하겠다”며 “현재 대한민국은 범죄 수익 환수에도 관대한데, 금융범죄자들이 2~3년 실형을 살고 나오면 은닉자산으로 흥청망청 즐기겠다는 생각을 아예 가질 수 없도록 수십 년 수백 년 형을 구형해 평생 범죄 수익은 애초에 단념시키고 철저히 환수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에 대해서도 “이제 여·야는 더는 사기꾼들의 장난에 놀아나지 말고 금융사기의 처벌 수위를 확 높이는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증인 부재 국감 속 묻힌 사모펀드 안건…관련 질의답변 ‘실종’


이같은 기자회견을 통한 사모펀드 피해자들의 호소가 있었음에도, 이번 금감원 국감에서 사모펀드 피해 관련 증인 부재에 따른 우려는 현실화됐다. 사모펀드라는 금융현안이 자세히 다뤄질 수 없었던 것.

금감원은 현재 금소법의 조기 안착이나 사모펀드 전수 점검, 머지포인트 사태 대응, 전자공시 시스템 개편 등 현안 과제가 산적하지만, 이중에서도 사모펀드 문제는 올해 금소법 시행 계기를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요 문제인데도 증인채택조차 이뤄지지 않자 관련 논의는 희미해졌다.

실제로 개별 피해 발생 펀드와 관련한 분쟁조정이나 제재심 등에 관한 세부 질의와 응답은 사실상 전무했다. 오히려 이날 오후 국감에서는 여야 간사들의 증인 미채택 문제와 금융사들의 자료 미제출 문제 그 자체가 주요 현안이 됐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증인채택 관련 “양당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채택을 해온 게 관행이지만 쟁점이 되는 양당 간 증인을 제외한 실제 국감에 필요한 증인조차도 채택이 안됐다”며 “일반 신청 증인들까지 다 채택을 안 하면 국감을 어떻게 진행하라고 하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사모펀드 관련 심사 팀에서 이해충돌 행위가 일어나는 데 대한 기초적인 사실 확인도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이 “사모펀드를 투자하는 팀에 직원들이 자신이나 가족의 명의로 부동산 투자 회사를 운영하면서 관련되는 정보를 이용하는 행위가 있다”고 묻자, 정 원장은 “징계 관련 사항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제약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권 의원은 “징계 대상자 이름이 아닌 혐의를 적시하라는 것”이라며 “적절한 징계 처분이 내려졌는지는 국감 대상이니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금융부문 종합감사가 있는 오는 21일에는 일부 증인 채택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증인채택과 관련, 윤재옥 정무위원장은 “양당 간사들이 오늘 중으로 협의를 한 번 해 달라”며 “그동안의 논의 과정에서 서로 입장 차가 없었던 증인은 종합감사 때 채택할 수 있도록 그렇게 오늘 협의해주셔서 의원들의 입장을 수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금감원장에게는 자료 제출과 관련해 “의원들이 국감을 실시하는데 기본 자료들이 안 오고 있어 애로를 겪고 있다”며 “특히 금융사들이 기본적인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데, 법적인 제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사례에 대해서는 주의를 좀 주시고 국감 안에 제출할 수 있도록 챙겨 달라”고 강조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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