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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버텨낸 ‘장수탕’의 눈물…“손님 끊겼지만 철거비용 탓에 폐업도 못해”

서울 은평구 50년된 목욕탕 '코로나' 직격탄

한 달 수도세·난방비로만 수백 만원씩 손실

제한업종 지정으로 영업 타격 받아 벼랑 끝

철거비만 수천만원에 폐업은 엄두도 못내

“사우나만이라도 허용해줬으면” 목소리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서 올해로 50년째 영업 중인 목욕탕 ‘장수탕’ 입구. /강민제 기자




“사람으로 치면 올해로 딱 쉰 살이 됐는데 이제 정말 문을 닫아야 하나 싶네요. 단골들 덕분에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고는 있지만 더 이상 자신이 없네요,”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 위치한 ‘장수탕’. 붉은색 벽돌의 나지막한 2층 건물로 지난 1971년 문을 열어 올해로 50년째 영업 중인 서울의 대표적인 노포(老鋪)다. 숱한 위기를 겪고도 반세기 동안 살아남으며 이름처럼 장수한 목욕탕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폐업의 갈림길에 서 있다.

50년간 동네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장수탕마저 폐업을 고민할 만큼 목욕탕 업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가운데 수도세와 난방비 등 고정 지출이 많아 운영할수록 적자가 늘지만 폐업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아 업주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장수탕 입구의 요금소 앞. 오전부터 다녀간 이용객은 10여 명이 전부였다./강민제 기자


23일 한국목욕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문을 닫은 서울 시내 목욕탕은 120여 곳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개업한 곳은 단 3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조치 일환으로 목욕장업을 영업 제한 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목욕탕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목욕탕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이용객들의 방문이 점차 줄어들다 정부 조치로 발한실(사우나) 이용마저 통제되면서 남아 있던 손님마저 발길을 끊었다. 평소 목욕탕을 자주 이용한다는 택시 기사 박수현(61) 씨는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기 위해 가끔 목욕탕을 찾고는 했는데 이제는 사우나를 이용 못하니 갈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지난주 말 찾은 장수탕에서도 오가는 손님을 보기 어려웠다. 목욕탕 입구에서 40분을 기다리고서야 처음 마주친 박상덕(90) 씨는 “확실히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게 느껴진다”며 “사장이 죽지 못해 버티고 있는데 나라도 자주 와야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수탕을 운영하는 표오금(73) 씨는 “수도세와 난방비로만 한 달에 수백만 원씩 손해를 본다”면서 “수익은 바라지도 않으니 본전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세월의 흔적만 남은 요금표. 7세 미만 요금을 써붙였지만 어린 손님을 본 지는 오래다./강민제 기자


문을 열수록 적자가 불어나고 있지만 폐업도 쉽지 않다. 마포구에서 500평 규모의 목욕탕과 찜질방을 운영하는 노희송(60) 씨는 “목욕 설비를 가동할수록 손해지만 기계를 멈추면 고장 날 확률이 높아 계속 가동할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폐업이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목욕업은 수도세와 난방비·임대료 등 고정비 지출이 큰 업종 중 하나다. 오랜 고민 끝에 폐업을 결심해도 그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노 씨는 “수백평 규모의 목욕탕 시설을 철거하는 비용만 수천만 원이 든다”면서 “쉽사리 폐업 결정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목욕탕 업계는 정부의 방역 조치가 다른 업종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주장한다. 김수철 목욕업중앙회 사무총장은 “마스크를 착용하고서라도 사우나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서울시와 국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강민제 기자 gg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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